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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8년 1월호




“그때 작업복도 면천이 아이고 다우다천 이었제. 돼지 마스크도 없었다. 일반 마스크에 수건을 넣어 쓰고 장갑도 없었제. 그제? 72년에야 돼지마스크가 지급되었는데, 그럼 머하노. 작업장 바닥에 석면 먼지가 가득했는데에…”

“처음에는 감기로 시작한다. 그 왜 기분 나쁜 기침 있제에. 기분 나쁜 마른기침. 절대 환자 티도 나지 않으면서 내에 가래 뱉고 기침하고.”

“국내에 아예 석면을 없애야 한다. 세계가 연합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고 지구상에서 석면을 아예 없애야 해!”


2007년 12월 28일, 부산환경운동연합 내 부산경남 석면피해 신고센터에 모인 석면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회의와 식사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1969년부터 1998년 사이에 부산에서 규모가 가장 컸던 석면공장인 제일화학에 다녔던 피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했던 당시의 작업환경, 석면질환의 시작, 그리고 이제 석면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피해노동자들이 얘기하는 돼지 마스크는 ‘방진마스크’이다. 석면 가루가 풀풀 날리는 공장 안에서 적어도 1972년 전까지는 방진마스크 없이 일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밤샘 작업을 할 때면, 석면 가루 가득한 바닥에 앉아 잠깐 잠깐 선잠을 하기도 하고 빵과 우유 등의 간식도 석면 먼지 가득한 공장 안에서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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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나온 피해자들은 이 공장에서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일하면서 석면의 위험성이나 석면 때문에 병을 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기침으로 시작하는 석면 관련 질환을 단순 감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기침을 치료하려고 기관지 약이나 보약을 먹으면서 세월을 보낸다. 다행히 석면 질환임을 알게 되면 그나마 산재라도 신청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의 노동자나 간접 노출자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려 고생하다 세상을 뜬다.


1969년부터 1975년까지 이 공장에서 다닌 정점순 씨는 석면 질환으로 2007년 10월에 한쪽 폐를 절단했지만 증거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산재승인이 안 났다고 한다. “작업장 바닥이 퍽석할 정도로 석면먼지가 가득했다.”는 그는 “이럴 줄 알았다면 이 회사에 다녔겠나? 엄마에게 “왜 거기 다니게 했나?”고 말한 적도 있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옆에 있던 또 다른 피해자는 “사장들이 공장 안에 들어올 때 꼭 마스크를 쓰고 들어왔다.”며 “석면 위험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우리에게) 안전교육은 한 번도 안 시킨 것.”이라며 당시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간접으로 들려주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일한 부서와 다룬 석면의 종류, 현재 앓는 질병이름과 산재신청 및 승인여부 등을 이야기하고 얼마간의 준비를 거쳐 공식으로 피해자모임을 발족하기로 했다. 피해자 모임의 회장으로는 2007년 12월 4일 대구지방법원에서 회사의 석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받은 안병규 씨가 추대되었다. 안병규 씨 역시 제일화학의 노동자였고 2006년,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한 아내 역시 그곳의 노동자였다. 그의 아내는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약 2년 동안 독성이 가장 강한 청석면에 노출되었다. 안병규 씨는 인사하는 자리에서 재판 과정의 소회를 밝히고는 “(피해자들이) 모여야 일이 해결된다.”며 몰랐기에 병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억울함을 잊지 말고 싸우자며 미래의 원고들에게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석면공장 피해조사를 발표한 부산대 강동묵 교수는 “실제 여러분들을 보니, 피해가 더 심각한 것 같다.”며 석면 문제로 방문한 일본 학회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학회에 모인 3백여 명의 사람 중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백여 명, 학자 백여 명, 노동조합 관계자들이었다며 피해자와 가족, 노동조합 역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강 교수는 또 일하면서 입었던 작업복을 그대로 집에 가져가서 세탁한 경우 가족들도 석면에 노출되었을 위험성도 있다며 다시 한 번 석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편, 이날 피해자 모임에는 석면 간접 피해자의 유가족도 함께 했다. 제일화학에서 반경 2km 안에서 4~5년을 살았던 한 가족의 가장이 악성중피종 판정을 받고 사망한 것이다. 유족은 부친의 억울함을 밝히고 싶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석면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장 인근의 주민, 석면제품 사용자 등 피해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다.


이미 1970년대부터 석면 수입이나 사용금지로 자국의 국민을 보호해왔던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하철 승강장과 역 대합실에도 석면이 사용되어 무분별한 공사를 진행할 때 석면이 비산되어 일반 시민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2007년 1월, 노동조합으로부터 제기되자 부랴부랴 석면관련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경해이다. 정부는 과거, 석면의 위험성 알림이나 안전조치에 소홀했고 석면사용을 권장하기까지 했던 과거에 대해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석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증거자료가 없어 산재승인도 못 받은 채 석면질환을 앓는 노동자, 간접 노출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관련법을 시급히 마련하고 석면사용 범위와 피해자 추적, 이미 사용된 석면 관리와 안전한 제거 등 긴 안목을 가지고 정부의 몇몇 부처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회사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쿠보타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의 석면 문제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쿠보타 쇼크’의 당사자인 쿠보타 회사가 문제가 불거지자 석면사용으로 노동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했다고 ‘스스로’ 고백한 점이다. 물론 쿠보타의 고백을 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석면 피해자들의 고통과 소중한 운동의 성과가 반석이 되었지만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보상에 적지 않은 액수를 내놓은 것은 그 이후 유사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이다.


60년대부터 최근까지도 석면 제품을 생산하고 사용해온 우리나라 노동자와 국민들도 언제 어떻게 석면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일본의 쿠보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들의 석면사용을 인정하고 일했던 노동자들의 명단을 확보, 공개하여 ‘억울한’ 피해자들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그런 사용자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가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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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산동에서 20년간 가동했던 제일화학(현재 제일E&S, 양산 소재)은 우리나라에서 석면을 가장 많이 취급한 공장이었다. 제일화학은 일본이 2차 대전을 일으키면서 군함건조 등에 필수였던 석면군수물자보급을 위해 설립한 니치아스의 자회사인 다츠타 공업이 1951년부터 가동된 것을 한국으로 공해수출한 했다. 이 석면공장은 1991년까지 부산에서 가동하다 다시 인도네시아로 공해수출 되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 현장조사를 한 환경연합은 다츠타 공업 인근에서 5명의 악성중피종 환자가 사망했거나 투병중이고 인도네시아는 석면규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참고자료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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