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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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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업 조직 앞에 힘 없는 개인, 노동자, 직원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고 사실은 왜곡되고 뒤덮히고 꽉 막힌 채로 이제까지 왔다. … (중략) … 힘 있는 자 가진 자에게는 약하고, 약하고 선량한 자에게는 강한 이 사회. 잘못된 것을 바르게 밝히는 일에 정의와 용기 있는 사람이 이리도 없단 말인가…”


아들의 사망이 ‘회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알려내기는 싸움에 10개월 째 접어든 조호영 한국타이어 사망자 유가족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의 9월 5일자 일기 내용이다. 틈틈이 심정을 적어 놓았다며 보여 준 그의 글들에는 지난 수 개 월 동안 겪은 만감과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조 대표가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일하던 아들의 사망소식을 들은 것은 2006년 12월 28일 새벽 1시반경이었다. 같은 부서의 직원이 전화를 걸었을 때 처음에는 위독하단 얘기를 하더니 나중에는 아들이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가 접한 아들의 사망소식은 그러나, 알고 보니 그만의 슬픔이 아니었다.


1년에 8명? 늘어나는 한국타이어의 사망 노동자


대전일보 8월 17일자 1면에 “한국타이어직원 1년 새 8명 사망”이라는 제목을 달고 처음 알려진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연이었다는 사망소식은 산재공화국임을 아는 사람에게조차 충격이었다. 한국타이어 대전, 금산공장과 중앙연구소에서 2006년 5월부터 2007년 5월까지 모두 8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는데, 최근 추가로 드러난 4명의 사망자를 합치면 1년4개월 동안 무려 12명의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서 쓰러져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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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든 노동조합이든 무엇인가 특단,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어야 하지만 조호영 대표가 말해준 회사와 노동조합의 반응은 반대였다.


운동 좋아하고 건강하던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조 대표는 충격과 당황 속에 장례를 치른 뒤 정신을 좀 차리니 하나 둘씩 의심이 생겼다. 그 의심을 푸는 과정에서 돌연사로 죽은 한국타이어 노동자가 자신의 아들만이 아니라는 것과, 다수의 사람들이 산재신청을 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조호영 대표는 “아들처럼 심장사로 갑자기 사망한 일이 8~10여건이 되는데 산재를 신청한 건이 전혀 없었다.”며 “힘없는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시비를 가리려다보니 힘의 한계로 다른 분들은 거의 포기했다”고 말을 이었다.


그 역시 아들의 산재를 신청하고 ‘심증’을 ‘증거’로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직원들을 회사 밖에서 만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 등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결국 회사 날인 없이 산재신청을 했고 결과는 회사의 주장이 그대로 실린 ‘불승인’ 이었다.   

조 대표는 “그동안 회사직원들로부터 냉대, 조소, 말할 수 없는 것을 느꼈다.”면서, “한국타이어를 좋은 회사로 알고 있었는데, 일을 겪고 당해보니 굉장히 부도덕한 회사이다. 잘못된 것을 알면 고쳐야하는데, 유족이 납득할만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한숨지었다.


조호영 대표는 아들의 사망과 관련해서 사망소식을 듣고 바로 청주에서 대전으로 내려간다고 했는데도 유족이 도착하기도 전에 동의 없이 시신을 병원 영안실로 옮긴 점, 사망 후 여러 날이 지난 후 유품이 유족에게 전달된 점, 연구권이면서 컴퓨터에 흔적이 하나도 없다는 점 등을 의심스러워했다. 특히 동일한 사인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과 산재자료를 수집할 때 적극 협조하겠다던 회사가 말과는 달리 협조보다는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억울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조 대표. 그는 “진실이 더 이상 묻히면 안 된다.”며 1년4개월에 12명의 노동자가 쓰러진 사업장의 문제를 꼭 밝힐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표현했다.


8월, 대전일보를 시작으로 지역 언론과 방송, 주간신문에서 한국타이어의 상황을 자세히 전하는 기사와 심층보도가 연이어지면서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사건은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을 받게 되었고, 대전지방노동청도 사태파악에 나선 상태이다. 노동자의 사망이 산재 때문이 아니더라도 1년 4개월에 12명은 분명 사업장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물론 노동조합이 지금 신경 쓸 일은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고 대안을 찾아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타이어 입사를 기뻐했던, 아들의 “피곤하고 힘들어서 다른 회사로 옮길까?” 하는 고민에 이직을 만류했던 부모의 뒤늦은 후회가 조금이라도 보상될 것이다.


“제2, 3의 희생자가 나오지만 않는다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싸우고 있다.”며 이 싸움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끝까지 가겠다는 조호영 대표와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억울한 죽음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적합한 보상, 그리고 재발 방지책 마련과 회사의 공식사과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날을 ‘투쟁’으로 채워야 할지 모른다. 추석연휴가 시작된 첫날, 연휴가 끝난 다음 날부터 바로 공장과 연구소 앞에서 시위와 선전물을 나눠 준 유가족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날을 ‘투쟁’으로 채워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유족들이 그렇게 싸우는 동안에도 한국타이어 공장의 ‘무재해 몇 만 시간 달성’을 알리는 시계는 계속 돌아갈 것이다. 무재해 몇 만 시간 달성이 절대 한 명의 노동자 생명보다 중요할 수 없다. 유족들이 2007년을 넘어 2008년을 맞이하기 전에 회사든 노동조합이든 ‘유가족들 요구에 함께 하겠다’는 낭보가 하루라도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한국타이어 괴담’에 눈을 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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