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부장 윤종선
2007년 하반기를 경과하면서 지난 몇 년간 전개된 노동안전보건 활동과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을 돌아보게 된다. 2002~2003년 전국적으로 진행된 근골격계 집단직업병 인정과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 2004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사업과 대책활동, 2005년 서울지부 소속의 장기투쟁 사업장인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의 집단정신직업병 인정과 근로복지공단 투쟁, 2006~2007년의 산재보험법 개악저지 및 전면개혁 투쟁과 특검 대책활동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핵심적인 쟁점은 달랐지만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찾고 지켜내기 위한 활동과 투쟁을 전개하여 왔다. 2007년 현재의 사업과 과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금속노조는 올 9월로 4기 2년간의 사업을 마무리하고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새로운 회기의 사업과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또한 금속노조는 15만 산별노조를 외형적인 확대와 조직형식 구축의 한계를 넘어 새로이 연대의 정신을 실천으로 사업화하고 내용적으로 확장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한 현재 시점에서 지난 5~6년간의 노동안전보건 사업과 활동, 건강권 투쟁을 돌아보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현장의 조합원들과 함께, 조직적인 집중을 통한 활동과 투쟁의 성과를 축적하지 못해 왔다”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현장과 지역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체계 구축과 일상활동과 연대투쟁의 강화를 통한 자본과 정부에 맞선 공세적인 돌파를 이뤄내지 못했다”라는 생각이다. 그 결과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노동강도와 자본의 현장통제, 개선되지 않는 작업환경으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악화되어간다고 판단한다. 또한 산재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인 건강권과 생명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의 후퇴는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해가면서 사회적인 공공성을 상실해 나가는 상황이다.
더욱이 비정규직 단위와 중소영세 사업장 단위의 안전보건 일상 문제를 헤쳐 나가는 데 있어서 이렇다 할 과정과 결과를 갖고 있지 못하다. 또한 미조직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사업 역시도 구상 단계 이상을 넘어서는 실천을 조직하지 못하였다.
지난 8월 23일 충주호리조트에서 개최된 “07 금속 노동안전보건활동가 전국대회”에 참가한 활동가들 역시도 지난 2년간 활동에 대한 평가 토론에서 비슷한 의견들을 제출하였다.
“노동안전보건사업과 관련한 투쟁을 조합원 대중과 함께 하지 못하였다, 전국적 노동자 건강권 투쟁전선의 형성이 부재하였다, 지역현안(지회문제)에 매몰되면서 전체 투쟁 흐름을 만들지 못하였다, 05~06년 큰 투쟁들이 있었지만 전체 과제로 확대되지 못하였다, 조합원들까지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투쟁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이 대체적인 평가 내용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올 하반기와 2008년 노동안전보건 활동과 건강권 투쟁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였다.
“교육과 선전이 더 필요하다, 건강권 실천단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사업 속에서 일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활동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 지역지부와 기업지부 공동의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구성과 활동이 되어야 한다, 권역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 활동가의 역량을 강화하여야 한다, 비정규직 건강권 투쟁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전체가 같이 하는 노안투쟁이 되어야 한다, 산별스러웠으면 좋겠다, 지역의 성과를 모아서 전체의 성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지역적 특성을 알고 묶어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부서와 담당자 중심을 넘어 조직적인 집중이 필요하다…” 등의 얘기들이 토론 자리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간 조직적인 과제로 중앙과 지역의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구성과 ‘건강권 실천단’ 조직을 시도하였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흡하며 향후 과제로 고민과 사업을 이어나가야 할 상황이다.
2007년 10월, 새롭게 사업계획을 입안하고 노동안전보건 활동과 건강권 투쟁의 그림을 그려 나가는 데 있어서 조직내외부적 조건과 상황에 면밀한 검토와 분석,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지난 노동안전보건 사업과 활동, 건강권 투쟁에 대한 반성적 평가와 활동 주체들의 성찰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과 판단으로 금속노조는 지난 8월 초부터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사업을 전면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금번 조사사업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금속노조의 노동안전보건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진단한다. 둘째, 향후 현장과 지역을 포함한 금속노조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방향과 대안을 수립한다. 셋째, 노동안전보건 운동과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정책적 ․ 조직적 과제를 제출한다.
조사사업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체 지부 및 지회(사업장단위) 실태조사 설문조사 작업, 주요 단위 표본그룹별 면접조사 작업(심층인터뷰-토론), 안전보건 관련 단협 분석 작업 등이다.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과 건강한 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산재노동자협의회,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기획팀에 참가하여 조사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언제나 어디서든 듬직한 노동안전보건 단체 활동가 동지들과 함께 회의하고 토론하면서 더 깊은 정과 연대의 마음을 느껴가는 중이다.
10월 중순까지 조사사업을 마무리하고 대안 토론을 거쳐 최종결과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조사사업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사사업이 일정상 지부 및 지회의 선거기간과 겹친 관계로 원활한 조건은 아닌 가운데서도 많은 사업장 단위에서 성실하게 설문작업에 임해 주었고 면접조사도 함께 참가해 주어서 기획팀에서는 의미 있고 내실 있는 결과를 제출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금번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사업의 결과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질문하게 될 것이며 시사하는 바를 던질 것이고, 새로운 과제들을 제출하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더군다나 전반적인 현장 일상 활동의 축소와 위기의 조건 속에서 또한 오직 이윤만을 쫓는 자본과 정부의 노동자 건강권을 향한 공세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진행되는 조사사업이기에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그 결과가 기다려진다.
금속노조는 금번 조사사업에서 확인된 지부 및 지회(사업장단위)의 현실과 조건에 부합하는 노동안전보건 사업과 활동의 방향을 정립해 나갈 것이다. 현장 조합원들의 눈높이에 맞는 실천을 그들과 함께 조직해 나갈 것이다. 현장의 안전보건 일상 활동을 복원하고 활성화하여 그 결과를 지역의 공동사업과 연대투쟁의 성과로 이어가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위한 전국적인 전선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한, 면접조사(심층인터뷰-토론)를 통해 제출된 활동가들의 소중한 의견을 향후 사업과 활동에 적극 담아 나갈 것이며 단협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를 2008년 임단협 투쟁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나갈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돌아보고 확인해 보아야 한다. 자본의 무한착취와 현장통제 전략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려 한다. 비정규직 양산을 무기로 하려 한다. 국가와 신자유주의 정부는 자본의 이윤보장을 위한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우리의 무기는 무엇이어야 할까? “내가 지금 당장 아프지 않은데… 내가 당한 사고가 아닌데… 조합원들이 임금과 고용 외에는 관심이 없는데… 함께 움직여 주지 않는데… 다른 현안문제도 많은데…” 하는 마음과 태도는 한 치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발상 전환과 새로운 상상력이 사업으로, 행동으로 표출되는 현실을 꿈꿔 본다. 단지 꿈으로 그치지 않길 간절히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