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168.9) 조회 수 39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장 방종운, 일과건강 2007년 9월호




정말 힘든 싸움이다. 1월부터 시작한 투쟁이 천막농성도 200일을 넘어간다. 장기투쟁이 된 것은 정리해고 조합원과 현장 조합원들이 갈라져 하나가 되지 못하게 회사가 그것을 계속 부추기는 악랄한 방법을 사용해서다.

천막농성을 하다보면 정리해고 조합원의 한스러운 소리를 듣는다. 자격지심라고 생각했지만 관리자, 이해가 간다. 인맥관계로 얽힌 조합원들의 노예정신으로 정리해고 조합원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내 자신마저도 한심스러울 때가 많다.


회사도 사활을 걸고 덤벼든다. 부장판사를 지냈고 공익위원 직책을 가진 변호사를 선임하여 업무방해로 지회장, 수석을 거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활하게도 혼자되신 모자가정 4분을 걸어 지회 행동에 발목을 잡았다. 한술 더 떠 임금인상 조합원과 정리해고 조합원 서로의 마음이 가까이 간다는 것이 보일 때마다 회사는 “정리해고 후 임금인상을 할 수 없다.”며 관리자를 시켜 연말에 성과급을 주겠다는 소리를 귓전에 들리게 한다. 지회의 보충교섭요구에 회사는 교섭창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무시당하면 살 수 있을까? 아니, 무시하는 자본의 더러움을 본다. 항상 속이고 깔보고 얕보지 마라는 것이 주문 사항인데 한술 더 떠 보충교섭에 참여하지 않은 8월 10일, 3차 교섭에서 공문으로만 임금 천원 인상을 조합원에게만 소급적용하겠다며 “교섭권을 상실한 지회가 이에 이의가 있으면 지노위에 14일까지 질의를 구하라.” 한다. 산별전환 후 중앙교섭, 지부교섭, 지회 보충교섭이라는 임금교섭 구조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26일 지부 집단교섭 잠정합의 후 진행한 지회 보충교섭이 세 번째까지 나오지 않다가 말도 안 되는 수작을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열린 8월 7일(화) 금속노조 대책위에서 많은 질책을 당했다. “아직까지 현장 안의 조합원을 조직하지 못 했는가!” 조직을 하라는 주문이다. 당위 있는 말이어서 현장 조합원을 조직하려고 노력하지만 엄청나게 힘들다. 조직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현재 정리해고 된 조합원을 추스르는 것이 더 중요하며, 정리해고 된 조합원과 현장 조합원 간부들 마음을 하나로 모아내는 것마저도 힘이 든다. 

그래서 “지노위 판결을 이기고 들어가 조직하겠다.”는 말에 “지노위 판결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무리 판결이 잘 나와도 이놈들이 복직을 안 시키면 어쩔 도리가 없으며 현장 조합원들 힘이 없으면 안 된다.”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주눅 든 정리해고 조합원이 지노위 판결을 이기지 못하고 현장 조합원을 만나면 그것이 더 피하는 결과를 낳는 것 아닌가? 우리에게 정당성이 있다는 판결을 받고 승리의 마음에 겸손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마음속의 외침이다. 콜텍이 힘을 받았던 것은 현장순회 한 것뿐이라는 말이 더욱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랬던가! 참 속 깊은 사람들이다. 어찌 그렇게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더욱더 생각나는 콜텍이다. 지난 번 5조가 야유회에 갔을 때 “매운탕 거리 잡았습니까?”하는 나의 말에 아는지 모르는지 형기의 아내가 천진난만하다. 정말 보기가 좋았다.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보니 아름다웠다. 아들이 아버지와 수화로 말을 나누는 것을 보니 어려움이 없진 않겠지만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니 사실 장애라는 것이 불편할 뿐이지 서로가 어우러져 위하고 챙기면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콜텍이 항상 마음에 떠나지 않는다. 마음이 걸려 자주 내려가다 보니 많은 사연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항상 말은 안하고 조용하게 있는 형기네가 알고 보니 말을 못한다. 그래 더 마음이 가는데 조별 야유회에서 웃는 모습들이 너무 천진난만하고 그 아내가 웃는 모습이 하늘의 넓고 푸름을 닮은 것 같다. 정겨운 사람들. 오직 콜트만 희망이라 바라보는 사람인데 내가 무슨 소리를 못 들으랴! 다시 노력하자, 실천하겠다. 그래도 8월 13일 지노위 판정을 받으면 힘이 실리겠지 하는 마음에 위안을 가져보지만 일격을 맞았다.


노동자 측에 우호적인 공익위원이 기피인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충격이다. 4월 14일자 인천일보에 대우자판-콜트투쟁에 지지서명을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떻게 지난 4월14일자 신문에서 명단을 찾아낸 것일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명단에 올라간 많은 분들이 기피인물 공익위원이었다. 

이 정도의 준비를 보고 회사가 정리해고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지 보면 우리는 무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장 안에 조합원은커녕 정리해고 된 조합원마저 추스르지 못하는 나, 그리고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죽고 싶은 심정이다. 그 마음이 엉겨있을 때, 금속노조 인천지부 염창훈 지부장님이 “혈기가 왕성하니 윤 사무처장이 교선에게 일을 맡기고 들어가라.”는 소리를 “무능한 나를 빼고 사무처장이 들어가라.”로 들은 나는 광야에 내동댕이쳐진 나의 모습을 보면서 몸살을 앓았다.


“내가 살아온 삶이 이것뿐이 안 되는 가?” 이런 나에게 천막을 방문 염 지부장은 사무장으로 보강하라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처를 입을 대로 입은 나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공석인 위원장이 오면 실시하려던 지노위 날짜마저도 17일로 짧게 잡혔다.

교수출신이라고 한다. 그래도 사회의 양심을 가르치는 교수인데 하면서도, 만약 지게 되면 정리해고, 임금인상, 그리고 콜텍은 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술만 찾는 나에게 한 통의 손전화가 왔다. 항상 이지적이고 목석같이 일에 충실한 인천본부 박선유 부장이다. “축 처진 어깨는 No! 기운내요, 얍!” 그 와중에 두산인프라코아에서 120만원을 모아 보내왔다는 선세규 수석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한 사람이라도 나를 믿고 지켜보아주는 사람이 있다. 힘을 내자! 정리해고자 조합원, 콜텍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지노위가 있는 17일, 우리는 사활을 걸고 싸웠다. 다행히도 3명의 공익위원이 법적으로, 경영학교수이기에 회사가 주장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는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공익위원이 “콜텍이 영업에 치중했고 회사는 주식감손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박영호대표가 135억의 돈을 가지고 갔다.”고 회사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데도 회사는 순자산가치평가로 봤을 때 어렵다고 우기는 꼴을 보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우리들을 얕보고, 깔보고, 속이는 것이 여기서도 통한 줄 알았지 이놈들아!

또한 회사가 일을 시켰기 때문에 산재환자가 일을 했다는 주장에 자신들은 아니라고 또 우긴다. 안전교육이나 산보위 구성을 하지 않고 어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가에 이어 정리해고 되신 아줌마의 삶이 꾸밈없이 이야기될 때 심판실 분위기는 숙연했다. 

그리고 그 긴 투쟁에 작은 승리를 안아 왔다. 정말 눈물이 난다. 피가 마를 것 같은 투쟁 속에 작은 밑불이었다.


이 투쟁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사람을 본다. 때로는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없이 도와주고 지켜봐주는 사람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진솔함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다가오는 천막농성 200일은 많은 지지와 연대를 받음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 생각해본다. 장기 투쟁으로 접어들었을 때 한편으로 꾸준한 연대가 아닌 들쑥날쑥한 지원, 그리고 연대가 줄어 들 때 힘든 것은 투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으리라. 콜트악기 20년 세월에 사람의 마음은 같을 수 없어도 지켜주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도 있고 노동자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 땅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주인이다. 하늘을 가르지 못하는 것 같이 인간의 사랑도 가르지 못 한다.


인간의 사랑, 민중의 사랑, 민족의 사랑,

일을 하다보며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난다

노동계급의 현실과 벽에 갇혀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의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어렵고 힘들어도 진솔함과 당당함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몸으로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 

가르는 것은 거짓이라고

하나 됨을 지향하는 우리는 

하늘의 뜻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하늘을 닮으려 투쟁하는 그대의 외침

하나 되지 못하게 가른다는 것은 악이다

하늘은 가르지 못하듯, 

인간의 사랑도 가르지 못 한다는 것

TAG •
?

사람

일과건강과 함께 해주시는 분들입니다

  1. 지지부진한 여수․광양 역학조사, 속도를 내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부장 문길주, 일과건강 2007년 10월호 일과건강, 2007년 10월호 2005년부터 2007년 현재까지 여수, 광양지역에서 백혈병 4명, 폐암 3명, 간암 2명, 갑산선암 1명 등 직업병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직업병의 공통점은 모두다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여수건설노조 이재빈(폐...
    Date2012.03.09
    Read More
  2. No Image

    3년 고생이 한국인 귀화로 이어진 산재노동자 김영대 씨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9월호 몇 년 전만 해도 특정 공단 지역이나 거주 지역이 아니면 보기 힘들었던 이주노동자들을 이제는 거리, 버스, 지하철 어느 곳에서든 쉽게 만난다. 그리고 그들은 확실히 대한민국 생산현장에서 이제 빠질 수 없는 노동력이 되었다. 물론 고국보다 ‘높은’ 보수를 받아 고향에 있는 가족들의...
    Date2012.03.09
    Read More
  3. No Image

    하늘을 가르지 못하듯 사랑도 가르지 못 한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장 방종운, 일과건강 2007년 9월호 정말 힘든 싸움이다. 1월부터 시작한 투쟁이 천막농성도 200일을 넘어간다. 장기투쟁이 된 것은 정리해고 조합원과 현장 조합원들이 갈라져 하나가 되지 못하게 회사가 그것을 계속 부추기는 악랄한 방법을 사용해서다. 천막농성을 하다보면 정리해고 조합원의 한스러운 소리를 듣는다. 자...
    Date2012.03.09
    Read More
  4. No Image

    자율안전관리 명분 속에 죽어 나가는 조선업 노동자

    삼호중공업 노동자, 일과건강 2007년 9월호 우리나라 전 사업장 노동환경 중에서 탄광산업 다음으로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여건이 선박제조업이다. 이곳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오늘도 뜨겁게 달구어진 탱크(밀폐 공간) 속에서 용접을 하며 비 오듯 내리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작업을 하고 있다. 선박규모가 도시빌딩과 맞먹어서 항상 고소(高所...
    Date2012.03.09
    Read More
  5. No Image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억압하는 사회, 그녀들에게 빵과 장미를!

    민주노동당 서대문구여성위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양미, 일과건강 2007년 9월호 차별을 만들어내는 공간과 감정노동 상암월드컵홈에버 매장을 처음 찾았을 때였다. 까르푸시절부터 가장 큰 매장이자 매출 또한 가장 높은 매장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지금은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열심히 투쟁하는 이랜드일반노조 월드컵분회는 아직 없을 때. 월드컵분회 건...
    Date2012.03.0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50 Next
/ 50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