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지리산 송원리조트에서는 『유해물질 조사와 중대사고 대응을 위한 노동자사업단(이하 사업단)』의 수련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여수산단의 18개 사업장 중에서 11개 사업장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간부들과 서산 현대석유화학 산안부장이 참석하였다. 전국민주화학섬유연맹과 광주전남지부(준), 여수산단 공동투쟁본부가 준비해 온 사업단이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1박 2일에 걸쳐 이루어진 수련회에서는 총 네가지 주제가 다루어졌다.
첫 번째 주제는 "석유화학사업장의 유해물질 노출 실태"로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상준 박사가 발표하였다. 최상준 박사는 석유화학 산업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특성은 어떠한 작업을 얼마나 오랫동안 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히면서, 그 동안 석유화학 사업장 노동자들의 유해물질 노출수준은 너무나도 저평가 되어 왔음을 구체적 데이터로 설명하였다. 특히 단시간 동안 고노출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것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주제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김원 연구원이 발표하였으며 "유해물질 노출기준의 제정 배경"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졌다. 대표적 유해물질인 벤젠과 1,3-부타디엔을 사례로, 8시간 기준과 단시간기준(15분 기준)이 미국에서 마련된 배경을 설명하였다. 동물실험 결과 벤젠이나 부타디엔에 단시간 동안 고농도 노출을 시키면 각종 암이 의미있게 증가하였기 때문에 8시간 기준 외에 단시간 기준이 마련되었고, 미국 정부에서는 단시간 기준을 제정하는 것이 실질적인 환경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석한 동지들은 두 주제 발표와 토론을 통하여 여수, 서산, 울산 등지에 조성되어 있는 화학산단의 노동자들에게 최근 백혈병의 발생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이유는 이러한 단시간 고노출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엘지정유의 김정곤 위원장은 2001년부터 이루어진 김병원 특수건강검진조작에 대한 대응투쟁 과정을 설명하였고, 그 속에서 안전보건 활동이 노동조합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 발표하였다. 김정곤 위원장은 특히 활동가들의 도덕성을 강조하였으며, 노동조합 대표자들의 인식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세가지 주제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참석한 동지들은 지금까지 화학장치산업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아무 문제없다던 기존 측정결과나 각종 역학조사 결과가 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의논할 수 있었다.
두시 반부터 일곱시 반까지 이어진 발표와 토론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끈끈한 동지애를 나누는 뒷풀이 자리를 가졌다.
참석자 : 총 13개 사업장, 26명 화학섬유연맹 1명(정책국장) |
그 동안 여수산단에서는 백혈병을 비롯하여 각종 직업병이 발생되고, 폭발 및 화재사고에 의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였다.
그러나 작업환경측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특수건강검진 결과를 조작하여 문제를 은폐하는 등 노동자들이 환경과 건강문제에 대해 믿을 수 있는 자료가 전혀 만들어지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화학섬유연맹 산하 여수산단 공동투쟁본부는 노동자의 손으로 유해물질을 조사하고, 사고에 대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각 사업장별로 1인당 15,000원을 걷어 사업비를 마련하였으며, 이 사업은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와 함께 추진될 계획이다.
교육센터에서는 노동자 사업단에 참여하여 이후 진행과정을 동지들에게 자세히 알리도록 할 것이다. 다음 모임은 5월 28일 여천NCC 노동조합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