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화) 오후 1시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산업재해 피해자 증언대회 및 노동안전보건과제 대토론회'가 열렸다. 문송면‧원진레이온 노동자 산재 사망 30주기를 맞아 진행된 토론회에는 노동자, 노동조합, 건강권단체, 인권단체, 시민단체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30년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게 없어”
증언대회에는 원진레이온 직업병 재해자를 비롯해 반올림 직업병 재해자와 가족, 산재로 치료 받던 중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집배원의 유가족, 산재사고를 당한 현장실습생 유가족, 일상적 산업재해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 과도한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에스티유니타스 디자이너 유가족, 가학적 노무관리와 일터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는 유성기업 노조원 등이 참석했다.
문송면, 원진레이온 산업재해 투쟁으로 한국사회에서 일터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대두 된지 30년이 지났지만, 증언대회 참가자들은 “그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쏱아냈다. 그 이유를 일하면서 당하는 사고와 겪게 되는 직업병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만 돌리는 한국의 제도와 분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의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정부와 기업 등 사회 전체가 산재 발생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재, 철저한 원인규명에 대안 뒤따라야
증언대회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백도명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문송면으로 비롯된 변화들, 그리고 더 변화하여야 할 것들’을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섰다. 백 교수는 “산재보상이 시혜로서의 보상 차원을 넘어 정당한 권리로, 사고의 명확한 원인규명을 통해 실질적인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의 노동안전‧보건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건강검진 수준이 아니라 문제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대안을 찾아 현장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목소리를 내고,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이 주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한 사업장이 아니라 전체 사업장 체계가, 건강관리가 아니라 건강한 노동으로, 너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며 사업장 안의 권력관계와 사업장 밖의 공급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지점을 짚었다.
더 이상 추모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위해 함께 행동하고 투쟁할 것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2018년 노동안전보건의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 일부 법 제도가 개선되었지만, 하청 및 특수고용 산재, 감정노동과 일터 괴롭힘, 과로사와 과로자살 등 새롭게 제기되는 과제와 투쟁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안전보건과 산재보상에 대한 행정과 감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집중투쟁 △소규모 사업장, 원 하청, 특수고용 등 노동자 참여의 전면적인 확대와 실질화 △공동연대투쟁에 참여하는 단위의 상층부와 실무 연대를 넘어서 각 조직의 각급 조직체계까지 발동되는 공동 연대투쟁을 주요 과제로 제안했다.
이 중 최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산재 에 대한 책임이 있는 기업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때 현장은 변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산재가 발생해도 하청에 대한 원청의 책임이 약하고, 사측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이 절대적이다. 2016년 노동자 사망에 대한 기업의 평균 벌금액이 400만원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1988년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던 15세 소년 문송면을 죽음으로 내몬 수은 중독은 2015년 남영전구 광주공장에서 철거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에게도 여전히 목숨을 위협하는 현존하는 위험이었다. 참가자들은 더 이상 추모하거나 눈물흘리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향한 간절함으로 함께 행동하고 투쟁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산재 추방 30주년을 맞아 향후 30년을 준비하는 중장기적인 안전보건 정책 로드맵을 만들고 실행을 위한 전 방위적 활동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산업재해 추모의 다리’ 선정 조형물과 바닥동판 조성 △‘산재사망 이젠 그만’ 산재직업병 추방선언운동과 청와대 국민청원운동 △카카오톡 등 오픈 채팅방과 지역별 오프라인 상담 등을 통한 ‘산재직업병 119’ 운동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보건 정책 로드맵 수립 추진단’(가칭) 운영 등 내년 6월까지 사업목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