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교육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외국 사례를 많이 찾게 된다. 외국 노동조합들이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시야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화학섬유연맹과 함께 진행한 노동안전보건지도위원 양성 프로그램은 석유화학원자력노조(OCAW)에서 운영한 노동자 강사 프로그램(Worker-trainer program)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교육센터에서 매달 진행하는 기획교육은 미국 코넬대학교와 노동조합들이 함께 운영하는 지역별 교육프로그램, 그리고 영국 최대 산별노조인 티유씨(TUC)의 지역별 교육프로그램을 참고한 것이다. 노동조합의 프로그램 뿐 아니라 각 나라의 정부는 노동자 안전보건교육과 관련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법으로 노동자를 위한 안전보건훈련기금을 조성하도록 하였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대학(버클리 대학, UCLA 대학 등)들이 함께 노동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OCAW의 프로그램과 TUC 및 캘리포니아주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1. OCAW의 노동자 강사 프로그램

OCAW는 석유화학산단 조합원들에게서 백혈병이 발생하는 것을 두고 큰 투쟁을 일궈내어 1970년대부터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힘 있게 진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조합원들에 대한 노동안전보건 교육은 물론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양성을 매우 중요하게 고민하였다. 초기에는 의대 레지던트과정에 있는 진보적 인물들을 노동조합 활동에 결합시켜 이들로 하여금 추후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 활동가가 되도록 기획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썩 성과가 있지는 않았다. 외부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교육하듯이 현장을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현장 조합원들이 가진 요구를 조직하는 것은 아무래도 현장 활동가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OCAW는 노동자 강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 일반 조합원들 속에서 산안법, 환경법, 현장의 각종 위험요인들을 다른 조합원 동료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강사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석유화학과 관련한 교육프로그램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OCAW 교육프로그램

 

1. 위험성 폐기물 및 응급구조와 처치
1) 위험성 폐기물 교육
- 8시간 초급교육 1인당 125달러
- 24시간 중급교육 1인당 400달러
- 8시간 보수교육 1인당 125달러
2) 응급처치 및 구조
- 8시간 초급교육 1인당 125달러
- 24시간 중급교육 1인당 475달러
3) 공정안전보고서
- 공정안전보고서개요 8시간 기본교육 1인당 125달러
- 2일 사고조사교육 1인당 250달러
4) 밀폐공간작업 - 밀폐공간 4시간 기본 교육 1인당 100달러
5) 석유화학 위험요인 학교
- 40시간 교육 1인당 650달러
6) 일과 환경
- 8시간 교육 1인당 125달러
7) 자본의 힘과 아메리칸 드림
- 8시간 교육 1인당 125달러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 자체는 영국 TUC에서 운영한 현장활동 및 교육프로그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영국 TUC에서는 소그룹 토론방식으로 현장 안전보건활동을 조직해오는 특징을 가졌다. 이 소그룹은 현장의 작업부서별로 조직되었으며, 주요 안전보건관련 문제들을 스스로 토론하여 대책을 강구하고 사측에 요구할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OCAW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으며, 이러한 현장 활동이 각 단사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지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하였다. 결국 노동자 강사 프로그램과 소그룹 토론방식의 현장 활동이 맞물리면서 현장에서는 노동자 조사연구위원까지 만들어지게 된다. 현장의 각종 문제들을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사하고 해결해 가는 역량이 구축된 것이다.

 

2. 영국 TUC의 지역별 교육프로그램

앞서 살펴보았지만 TUC의 조직 활동은 여러 나라의 모범이 되었다. 그 뿐 아니라 TUC의 모범사례는 안전보건대표자(우리나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나 노동안전보건담당자와 비슷한 역할)의 적극적 훈련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였다. 이를테면, TUC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매년 훈련을 진행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의 숫자는 아래 그림과 같다. TUC에 의하면 1999년까지 약 20만 명의 활동가가 훈련을 받았고, 최근까지 1년에 만 명 정도는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TUC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교육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 안전보건에 대한 노동조합의 접근전략
• 안전보건 대표자의 역할
• 노동조합의 안전보건조직 건설
• 안전보건관련 법규와 기준 그리고 활용법
• 안전보건에 대한 자본의 조직
• 안전보건 정보를 취급하는 법, 그리고 업데이트 하는 법
• 직업관련 재해와 직업병 예방(위험도평가, 작업장 감독, 사고조사 포함)
• 현장에서 안전보건문제를 찾아내고 개선방안을 따내기 위해 교섭하는 법
• 노동조합 안전보건 대표자를 위한 핵심 기술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안전보건대표자들을 위해 1단계와 2단계로 나누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각 단계별로 약 60시간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일주일에 하루씩 총 10주 정도 진행된다. 두 번째는 단기간 코스로서 2일에서 5일 정도면 소화할 수 있는데, 위험도 평가, 석면 등등의 구체적인 학습을 제공한다. 세 번째는 개방대학과 함께 진행하여, 대학 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36주 동안 1주에 하루 종일 또는 이틀 저녁을 참석해야 한다.

 

3.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대학 훈련프로그램

 

주 법에 노동자 안전보건훈련을 위한 기금이 의무적으로 명시된 만큼, 캘리포니아 주의 각 대학들에서는 노동자 훈련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교재 또한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캘리포니아 주의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다 소개할 수 없고, 교재 한 가지 소개로 대신하고자 한다.
왼쪽 책은 124쪽짜리로 약 20달러에 팔린다. 안전보건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이 어떻게 단체교섭을 하느냐를 주제로 다루는데,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의 단체교섭 사례를 묶어서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 또한 광범위하다 근골격계질환이나 실내 공기질, 감염성 질환, 직장 내 폭력과 신기술 같은 최근 이슈까지 다루고 있다. 2000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전미산별노조(AFL-CIO)의 활동가 한 사람은 이 책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이 핸드북은 노동조합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안전보건을 위한 투쟁은 언덕을 오르는 것과 같이 힘든 투쟁이고 계속 가야 하는 투쟁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단체교섭에 강한 안전보건규정들을 넣음으로써 현장의 안전보건을 증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국가의 법을 개정함으로써 우리의 안전보건을 증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체교섭을 통하여 나와 내 동료, 그리고 내 가족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4. 마치며

소위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라는 곳에서 교육실장을 하면서 큰 꿈을 꾸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도 1년에 만명은 아니더라도 수백명의 활동가들에게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도록 만들고 싶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여러 지역의 여러 업종 노동자들이 필요한 것을 선택하여 참여하도록 하고 싶다. 사이버 노동대학처럼 인터넷을 통한 안전보건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보고 싶다. 아직은 미천하지만, 2006년 올해 기획교육을 통하여 매월 한 꼭지씩 8시간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보았다. 이것이 출발이다. 화학섬유연맹과 함께 노동자가 현장 활동의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이 우리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것은 재산이다. 우리 사회 안전보건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수 있는 교육센터가 되도록 2007년 더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동지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