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있는 노동안전보건 인터넷 뉴스 ‘일과건강’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 기사는 지난 2월 17일(화) 있었던 반올림 37차 회의 결과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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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회의모습. 37차 회의에서 공청회와 추모제 건 내용을 확정하고 담당업무를 배분했다. ⓒ 이현정


반올림은 2월 17일(화) 구로 한노보연 사무실에서 37차 회의를 열고 공청회, 추모제 안건 내용을 확정했다.


오는 3월 4일(수) 개최될 공청회는 2008년 12월 29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이 발표한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의 건강실태 역학조사’ 문제점과 함께 발암물질의 직업노출, 피해자 보상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자리이다. 장소는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열린다.


이틀 뒤에는 반올림 활동 계기인 故 황유미 씨 두 번째 기일에 맞춰 추모행사도 개최한다. 반올림은 추모제 진행 과정에서 이날을 ‘반도체 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로 선포할 계획이다. 당일 故황민웅, 故 이숙영 씨는 물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다수 피해자들에게도 추모하는 마음을 전한다.


추모제는 3월 6일(목) 오후 5시 서초동에서 개최하며 사전에 관련 사진전도 열 예정이다.


한편,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공단과 면담을 추진한 반올림은 유족과 대리인 외의 사람과는 만날 수 없다는 공단 입장을 다시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확인했다. 지난 1차 면담 요구(2월 11일)에서 정문과 후문을 막고 반올림 활동가들 입장을 철저하게 막았던 공단이다. 반올림은 2차 면담을 일단 진행하기로 했다. 유족과 대리인이 참석하여 1월 16일 밤에 합의한 내용들 이행을 요구하고 지금까지 대화 상대였던 반올림을 배제하는 이유도 따질 계획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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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기자회견 모습. 백혈병 피해자 산재인정과 면담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 이현정


전방위 통제 이유는 반올림?



공단 홈페이지 소개란의 첫 꼭지는 이사장 소개이다. 

아마도 이사장이 하는 말을 빌어 공단이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밝히는 것 같다. 현 이사장 사진 옆에는 굵은 제목으로 “생명존중의 가치를 실현하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특히 생명존중과 가치라는 말은 색깔까지 달리해 그 중요성을 더 느끼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1일 공단이 보인 행동은 생명존중 가치를 실현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연구과제 응모 때문에 갔지만 입구에서부터 방문 이유를 밝혀야 했다. 평소 정문으로 오가다 후문으로 들어갔는데 첫 통제였다. 본 건물로 들어가던 차에 정문 쪽에 여러 사람의 무리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



거기에는 반올림 관계자와 故황유미 씨 유족 황상기 어르신과 故황민웅 씨 유족 정애정 씨도 함께였다. 예정된 면담을 하러 왔지만 유족과 대리인 외에는 입장할 수 없다는 공단의 ‘강경한’ 태도 탓이었다. 정문은 직원들이 동원되어 통제 중이었다.



반올림 활동가들과 인사를 나눈 뒤 본관 1층 사랑방에서 대기하려는데 또 다시 통제가 시작되었다. 

“왜 왔습니까?”

“누구를 만나러 왔습니까?”



생명존중 가치, 소통과 대화에서 빛날 것



연구과제 응모건 때문에 왔고 서류를 가지고 오는 직원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몇 번을 밝혔지만 요주의 인물이 되어 계속 감시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한 보안 관계자는 엉뚱한 공단 담당자를 내려오게 하여 ‘빨리 볼일 보고 갈 것’을 종용하는 뉘앙스마저 풍겼다. 



“(반올림)이 신뢰를 저버렸기 때문에 (공단의 출입통제가) 어쩔 수 없다.”는 직원 말이 이어졌다. ‘신뢰’란 지난 1월 15일에 있었던 반올림의 면담 투쟁을 말하는 것이었다. 신뢰는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그런데, 공단은 스스로의 오해나 잘못은 없었는지 묻지 않고 면담 때문에 속초와 수원에서 걸음 한 유족을 반올림 이유를 대며 외면하였다. 또 다른 ‘신뢰’의 무너짐이었다.



어떤 이유로 반올림을 거부하는 지 제대로 밝히지 않은 모습에서, 그리고 거부 방법으로 정후문 통제, 건물 출입구 통제, 엘리베이터 통제, 민원인 통제 등 ‘통제’로 일관한 공단 모습은 유감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소중한 연구시간을 허비하며 반올림 통제에 나선 직원들 모습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생명존중 가치는 통제와 외면이 아니라 소통과 대화에서 진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교육센터 이현정



[덧붙이는 글]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영문인 

Supporters for Health And Right of People in Semiconductor industry, SHARPS의 약자입니다.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황유미 씨 일을 계기로 안전보건단체, 노동조합, 인권단체, 시민단체 등이 함께 모여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