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후 62, 현대제철 인천공장 60톤 제강공장에서 쇳물을 주입하던 노동자가 펄펄 끓는 용광로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20109월 충남 당진의 환영철강이라는 중소 사업장에서도 동일한 사고가 있었다. 영세사업장에도 일어나기 힘든 사고가 현대제철이라는 초대형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거의 동일했다. 현장에서 긴급하게 사고조사를 진행했던 금속노조 인천지부와 현대제철지회 안전보건담당자들의 결과보고는 다음과 같다.

 

안전난간 미설치, 추락방지 조치 미비(산업안전법(이하 법) 23조 안전조치 위반,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이하 규칙) 13조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요건위반, 규칙43조 개구부 등의 방호조치 위반)

작업장 바닥에 쇠볼과 철분진이 깔려있어 미끄러질 수 있는 위험 존재(23조 안전조치, 규칙4조 작업장의 청결 위반)

작업공간에 각종 호수와 배선 등이 널려 있음(23조 안전조치, 규칙3조 전도의 방지 위반)

작업장 적정조도를 유지하지 않음(23, 규칙8조 조도 위반)

 

조사결과는 현장에 그 어떠한 안전조치도 없었으며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수많은 위험요인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독점자본의 안전보건 정책이라는 것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이어 우리나라 철강 업체 순위 2위를 달리고 있다. 3위인 동국제강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매출을 보이고 있는 그야말로 독점자본이다. 지난 수년간 당진공장에서도 월평균 1명 이상의 노동자 사망재해를 일으키더니 이제는 인천 공장이다. 당진공장 증설 과정에서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건설플랜트노동자의 잇따른 죽음을 불렀다. 신년사에서 공기를 단축하자는 정몽구 회장(현대자동차그룹 대표이사)의 한 마디가 당초 설계를 변경시키게 된 핵심 원인이었다. 이는 곧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사로 진행되었다.

 

일시

대상

손상규모

2012~2014.6

당진제철소 증설과정 건설플랜트노동자 추락 등

18명 사망

2013.05

당진제철소 사내하청 아르곤가스 질식

5명 사망

2013.11

당진제철소 사내하청 가스누출

1명 사망, 8명 부상

2014.01

당진제철소 사내하청 냉각수 웅덩이 추락

1명 사망

2014.06

순천제철소 사내하청 기계 협착

1명 사망

2015.04

인천제철소 정규직 용광로 추락

1명 사망

 

2013년 사내하청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가 당진공장 특별 점검을 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제철 898, 협력업체 156,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초일류기업 현대제철에서는 또다시 노동자에게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2000°C에 가까운 쇳물을 다루게 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노동자 주검을 삼킨 쇳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이며 현대판 에밀레종이라도 만들 작정인 듯하다. 수 없이 많은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이 초대형 기업집단의 총수는 왜 지금까지 눈 하나 깜박하지 않나. 이사 몇 명 사표수리 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총수가 변화하지 않는, 책임지지 않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변화가 필요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연매출 약 15조원, 순이익 약 7~8천억원을 매년 확보하는 이 사업의 책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국제적 이슈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장관조차도 일련의 노동자 죽음에 대해 사업주에게 개선권고조치를 취했을 뿐이니까.

 

세월호를 겪고도 우리사회는 아직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물론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고민과 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초일류 기업에서조차 이런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초일류기업은 총수 혼자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창업주 혼자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국민이 그 속에서 생산했고 소비했으며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는 사회적 자산이다. 그런데도 독불장군 같은 행동으로 어떠한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서 이제는 온 사회가 나서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관계 당국은 현대제철에 대한 전면적 근로감독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왜 안전조치가 전무하였으며 작업장에 항상적 위험요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원인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작업지시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작업자가 인지할 수 있는 알권리가 제공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습적인 관리 소홀이 확인된다면 과태료 몇 푼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것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제재를 포함해야 한다. 이는 고의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둘째, 국회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기업살인법원청책임성 강화법안을 제()정해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운명을 달리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경제력 13위의 국가에서 산재사망률 1~2위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제대로 작동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한국보다 선진국이라고 얘기되는 국가들에도 존재하는 법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잠자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제(개정)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2015. 4. 5

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