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투병’ 석면암 노동자, 끝내 산재 인정 못 받고 숨져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석면 노출 후 20년 지나 발병
- 재직 회사 폐업한 경우 많아 피해 인정받기도 까다로워
“산업재해로 당당하게 인정받아 다른 석면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도록 1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어.”
석면암의 일종인 악성중피종에 걸려 지난 12일 60세의 생을 마친 정현식씨가 지난달 병상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남긴 말이다.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겠어. 너무 통증이 심해.” 호흡도 힘든 몸으로 마지막까지 석면피해자들을 걱정했던 그는 끝내 산재 인정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씨는 8년 넘게 외롭게 투병하고 ‘석면 퇴치’ 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면서 “온몸으로 석면과 싸우며 바랐던 산재의 답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정씨는 1970~1980년대 ‘조양산업’이란 공장에서 일했다. 흔히 ‘곤로’라 부르던 화로나 난로의 심지를 만드는 회사였다. 공장에선 석면을 주원료로 해 석유를 빨아들여 타는 심지를 제조했다. 회사는 1984년 문을 닫았다. 22년이 흐른 2006년, 정씨는 숨 쉬기가 힘들어 병원을 찾아갔다 악성중피종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0월에야 산재보험 최초요양급여신청서를 낼 수 있었다. 뒤늦게 세무서에서 정씨가 일했던 조양산업의 기록과 월급명세기록을 찾아낸 덕분이었다. 통상적으로 석면 질환은 노출 후 20~40년이 지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사이 대부분의 회사들은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하게 된다. 많은 석면 피해노동자들이 회사 근무 기록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