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보상협상에서 하청노동자는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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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협력사에 1차 책임 있어 제외” 반올림-가대위는 “보상 포함해야”
나유병(51·가명)씨는 2011년 11월부터 경기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15·16라인에서 일했다. 반도체를 만들 때 공정마다 필요한 각종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곳이 화학물질중앙공급장치실(CCSS)인데, 솔벤트 등 화학물질이 담긴 드럼통을 창고에서 중앙공급장치실로 가져와 장치에 연결하는 게 나씨의 주요 업무였다. 나씨가 드럼통을 파이프에 연결하면 해당 공정에서 필요한만큼 화학물질이 자동으로 분배된다. 나씨가 일하던 중앙공급장치실에는 ‘위험, 발암물질’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일한 지 1년 남짓 되던 이듬해 12월 나씨는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등쪽 피부가 가려워 병원을 찾았다가 피부암의 일종인 ‘피부티(T)세포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나씨는 자신의 업무와 연관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매일 드럼통을 열어 중앙공급장치에 연결할 때는 물론 그 뒤에도 강한 화학물질 냄새를 맡아야 했다. 가끔 화학물질이 흐를 땐 이를 손으로 닦아낸 적도 있다. 지난해 1월 공장을 그만둔 나씨는 같은 해 10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나씨는 삼성의 사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각종 난치성 질환에 걸린 이들의 보상 문제 등을 논의하려고 지난해 말부터 삼성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 가족대책위 등이 참여한 조정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갔으나 나씨가 보상 대상자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