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매일노동뉴스 2009년 10월 27일(화)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특히 상업용으로 쓰실 때는 반드시 사전협의를 거치셔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지난 2007년 기준으로 6만7천여 명이 암으로 숨졌다. 하루에 평균 185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큰 적이다. 국립암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암에 걸린 여성 10만명 중 37.3%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이어 갑상샘암(36.2%)·위암(34.1%)이 뒤를 이었다.
26일 민간서비스연맹과 여성환경연대가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속도사회와 유방암-유방암 사전예방을 위한 토론회’에서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원 교수(산업의학)는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며 “야간근무와 같이 밤에 빛의 노출을 지속적으로 받을 경우 유방암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야간근무와 교대근무가 여성노동자의 유방암 발병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여성 유방암 발병률은 99년 28.3%였으나, 2005년에는 35.5%로 6.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갑상샘암 증가율이 25.5%에 달했으나, 이는 진단기술의 발달로 조기발견의 폭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의학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갑상샘암을 제외하면 유방암의 발병률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야간·야간근무를 하는 여성노동자의 유방암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 blog.mirror.co.uk.
국제암연구소도 인정한 발암요인 ‘교대근무’
유방암 증가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활발해진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수면주기가 달라지거나 수면시간이 줄어들면 뇌는 멜라토닌 분비에 장애를 겪게 된다. 멜라토닌은 수면에 의해 분비가 촉진되는데, 유해물질로 인한 세포손상시 염증을 치료하고 DNA를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수면을 통해 인간의 신체가 재충전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야간근무와 교대근무는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암세포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국제암연구소도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항공기 승무원과 병원 간호사 등 야간·교대근무를 하는 여성노동자를 상대로 한 유방암 발생추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대부분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은 유방암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임 교수는 “외국 연구결과를 보면 평균 수면시간이 지난 100년 사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산업화된 사회에서 생산성을 강조하는 스트레스가 노동자들을 만성적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교대근무자의 비중은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에 달한다.
한인임 원진노동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은 “임금통계조사에서 따르면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숙박음식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종과 보건사회복지사업의 교대제 실시비중이 20~30%에 달하고 있다”며 “교대노동을 수행하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민정 민간서비스연맹 여성국장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주 1회 정기휴점제를 시행해 장시간·야간노동에 시달리는 서비스 여성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대근무, 유산확률 2배 증가시켜
교대근무는 암 발병뿐만 아니라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정혜선 가톨릭대 의대 교수(예방의학)에 따르면 교대근무를 하는 여성노동자는 비교대근무자보다 자연유산 확률이 높다. 정 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에서는 지난 2001년 11월1일부터 2003년 3월30일까지 고용보험에서 산전후휴가급여를 받은 3만7천717명의 수급자 가운데 지역별로 추출한 1천명의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무형태와 임신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교대근무자의 자연유산 경험률은 1.92배, 조산아 경험확률은 3.76배, 저체중아 출산 확률은 3.5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노동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고 있고, 경제활동 참가여성 중 가임연령기에 있는 노동자는 매년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교대근무는 여성노동자 모성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