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 ‘강태선의 살림살이’에서 퍼왔습니다. 기사는 강태선 님이 작성하였습니다. 글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기사 게재에 흔쾌히 동의하신 강태선 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퍼온 주소는 http://blog.ohmynews.com/hum21이며 실제 기사 작성일은 2009년 10월 17일 입니다.


지난 한 주간 3명의 노동자가 달비계(일명 젠다이)를 타고 고층빌딩에서 일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했다.


10월 10일 용인의 한 아파트 재도장 현장 외벽에서 도장작업 전 코킹작업을 하다가 11층에서 추락, 사망했다. 13일에는 광주의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스프레이 도장작업 중 달비계 주로프가 풀리면서 노동자가 추락하여 사망했다. 14일에는 의정부의 아파트 재도장 현장에서 외벽균열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달비계를 타는 과정에서 추락하여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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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비계. 현장에서는 ‘젠다이(膳臺)’라고 한다. ⓒ 강태선



속전속결위해 보조로프 · 안전대 방치

달비계란 아파트나 고층빌딩 외벽을 칠하거나 청소할 때 쓰는 매달고 작업하는 작업대를 말한다. 가끔 드라마나 광고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요즘은 달비계를 타고 일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젠다이’라는 일본어 표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작업도구이다.

사고원인은 주로 달비계를 연결한 로프가 풀리거나 달비계를 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사실 달비계를 달 때는 주로프 외에 보조로프를 하나 더 매고 여기에 작업자의 안전대를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주로프가 풀린다 해도 보조로프에 걸려 추락하는 일이 없다. 문제는 작업속도이다. 로프를 하나 더 매고 게다가 걸리적거리는 안전대를 그것도 달비계를 타기 전에 맨다는 것은 실제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경력이 좀 있는 많은 작업자들은 주로프만 하고 안전대도 없이 속전속결을 구가한다. 물론 그들은 안전장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나는 실수하지 않는다’는 자만심이 경력이 적당히 쌓이면서 자리 잡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어떻게 사람이 실수를 안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귀찮더라도 실수를 용납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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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비계 타는 법을 배우는 초심자. 주로프와 보조로프를 맸고 안전대도 착용했다. 처음엔 안전장치를 잘 하다가 일정 경력이 쌓이면 한 줄만 매고 안전대 착용도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 EBS 극한직업 ‘고공외벽청소부’편 캡쳐


관리감독자 있는 신축현장은 사고 드물어

문제는 관리감독이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안전하지 않은 선택을 막아야 하고 작업속도 경쟁을 막아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이 작업은 반드시 관리감독자를 배치하도록 정했다. 그리고 작업자 외에 관리감독자가 같이 로프 체결상태를 사전에 점검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이 업종의 관행은 일정 경력 이상이 되면 모든 일을 작업자 혼자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것이 일종의 존중처럼 되어 있는데 잘못된 관행이다.

로프를 매는 방법이야 개인차를 인정하더라도 안전장치를 확인하는 관리감독은 철저해야 한다. 아파트 신축현장은 재도장 공사 현장보다 달비계 추락사고가 드물다. 현장의 안전관리자가 꼼꼼히 관리감독을 하기 때문이다. 재도장 작업은 그야말로 무방비이다. 작은 건설사가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일을 받아 관리감독자를 별도로 배치하지 않은 채 모든 일을 일당 노동자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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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비계는 주로 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그리고 로프가 풀려서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앞으로 혹 거리를 가다가 고층빌딩 외벽에 붙은 달비계를 보거든 신기해하지만 말고 달비계로부터 보조로프까지 2개의 줄이 내려와 있는지, 그리고 안전대는 걸고 하는 지도 면밀히 살펴보자. 만약 로프 2줄이 내려와 있지 않다면 관할 노동관서에 신고하길 바란다. 그렇게라도 그들의 죽음의 속도경쟁을 막아야 한다.

건물은 높아만 가고 낡아서 새로 칠해야 할 아파트는 점점 많아지고 안전관리체계는 엉망이다. 정말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