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 '강태선의 살림살이'에서 퍼왔습니다. 글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세요. 기사 게재에 흔쾌히 동의하신 강태선 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퍼온 주소는 http://blog.ohmynews.com/hum21이며 실제 기사 작성일은 2009년 6월 5일 입니다.
어느 작업장의 노동환경, 한 노동자가 국소배기장치도 없이 용접을 하고 있다. ⓒ 강태선
오늘은 1972년 유엔이 정한 세계환경의 날이다. 환경이란 말은 참으로 그 의미가 넓다. 나 아닌 모든 것이 환경이 될 수 있고 인간이 아닌 그 밖의 모든 것이 환경이 될 수 있다. 통상 산업화로 발생한 오염으로부터 깨끗한 물, 쾌적한 공기, 다양한 생물을 지키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하여 환경의 날엔 지구환경을 보전하자는 국제적 다짐의 날을 기념하는 것으로 보인다.
뜻 깊은 세계환경의 날, 노동환경을 생각해본다.
특히 생산직 노동자들이 마시는 공기를 생각해본다. 사실 그들이 마시는 공기와 그로 인한 건강영향은 세계 환경에 많은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대기환경오염 주범으로 그 악명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납, 미세먼지 등도 노동환경과 깊은 인연을 가진다.
# 실험대상은 노동자였다
대로변 전광판에 현재시각 대기오염 수준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미세먼지, 납, 일산화탄소 농도 등이 시시각각으로 측정되고 대기환경기준과 비교된다. 그 대기환경기준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동물실험만으로? 아니다.
대개는 20세기 동안 납 등 오염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에게서 발생한 질병과 공기 중 오염물질 농도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수십 년 동안에 걸친 역학연구의 산물이다. 노동자들이 마루타였다고 말한다면 과언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이 실험대상이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일반 대기환경 규제가 강해질수록 과연 노동자들에게 좋은가? 내 경험으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노동환경을 더 오염시키기 쉬운 것 같다.
굴뚝이 지붕 밑에 있다. 배출된 가스가 다시 창문을 통해 들어오기 쉽다. ⓒ 강태선
어느 화학공장의 굴뚝이다. 굴뚝이 지붕보다 훨씬 올라가 있어야 공장바깥으로 배출된 가스가 사업장 안으로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왜 사진과 같이 굴뚝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사업주 얘기는 환경규제가 두려워서란다. 환경감시단은 굴뚝을 표적으로 현장을 방문하며 공기정화장치 적정여부와 세척조 등의 허가여부 등을 이 잡듯이 조사한다는 것이다. 굴뚝이 올라가지 않으면 그러한 위험성이 줄고 주위 주민들의 민원도 덜하다는 것.
자 그런 사업장의 내부는 어떨까? 국기배기장치가 있어도 가동을 하지 않게 된다. 또, 굴뚝은 저렇게 낮으니 바깥으로 나갔던 공기도 다시 들어오기 쉽다.
TCE 세척조에서 금속부품을 세정하고 있다. 부품의 기름때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 강태선
# 노동자에겐 독성물질이 친환경 제품
산업용 세정제인 TCE(Trichloroethylene)를 많이 사용하는 공장을 방문했다. 사업장 관계자가 TCE로 발생할 직업병 위험으로 친환경대체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체품은 브롬계 CS-606란다. 나는 TCE 대체물질로는 공기 중 노출기준이 50ppm인 TCE보다 독성이 덜한 1,1,1-Trichloroethane(노출기준 350ppm)을 사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다소 의아했다. CS-606이라는 제품의 화학물질 고유번호를 통해 화학물질명을 검색해보았다. 제품의 주성분은 1-Bromopropane인데, 1995년 당시 LG 양산공장에서 여성에게 생리중단 등 생식독성을 일으키는 물질이었던 2-Bromopropane과 사촌간인 물질이었다.
제품의 주성분인 1-Bromopropane은 2-Bromopropane보다는 독성이 덜하지만 동물에게서 생식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다. 작업환경 중 노출기준도 현재 사용 중인 TCE가 50ppm인 것에 비해 더 낮은 25ppm인 물질이다. 사업주는 대체물질로 작업환경을 더 악화시킬 뻔했다. 바로 ‘친환경’이란 문구 하나 때문에.
자 그럼 왜 이 제품에는 친환경이란 문구가 쓰여 있어서 또 소비자들은 이를 취급자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해석하도록 했을까? 제품 광고를 좀 더 자세히 보니 염소계인 TCE에 비해 브롬이 들어 있어서 오존층을 덜 파괴시킨다고 되어 있다.
# 엄격한 환경규제, 온정적인 노동안전규제
지구환경과 노동환경은 이렇게 엇나가기 쉽다. 알고 보면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환경에도 계급이 있는 것 같다. 분명히 사회적 통념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정부 규제도 역시 그렇다. 사업주에 대한 환경부 환경감시단의 규제는 엄격한데 비해 노동부 산업안전분야 규제는 온정적이다.
노동환경의 날도 따로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