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 '강태선의 살림살이'에서 퍼왔습니다. 글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세요. 기사 게재에 흔쾌히 동의하신 강태선 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퍼온 주소는 http://blog.ohmynews.com/hum21이며 실제 기사 작성일은 2009년 5월 16일입니다. 


군 제대 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20대 대학생이 실족사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15일 오전 8시10분께 전남 보성군 벌교읍 광양-목포 간 고속도로 현장에서 측량 보조를 하던 이모(23)씨가 8m 아래로 떨어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씨는 이날 측량 보조로 터널 위에 올라가 일을 하던 중 안전 로프를 가지러 가다 미끄러져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독자인 이씨는 3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농사일과 인근 사료공장에서 월 90만원을 받고 일하는 어머니를 위해 제대하자마자 집 근처 공사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2009. 5. 15 중에서>


15일 오전 4시 20분께 충북 옥천군 동이면 플라스틱 의자 제조업체에서 직원 김모(28.대전시 중구 산성동) 씨가 사출기계에 끼여 숨졌다. <연합뉴스 2009. 5. 15 중에서>


# 슬픔 견뎌도 가족해체 많아


스승의 날이었던 15일 이른 새벽과 이른 아침 두 명의 젊디젊은 노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한 사람은 어느 집의 귀하디귀한 4대 독자였고 또 다른 이는 나이를 보건대 어쩌면 백 일을 넘긴 아이의 아빠였을는지 모른다. 어느 죽음이 섧지 않겠냐마는 산업재해로 인한 그것은 가장 가슴이 아프다. 그 사람만의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30년을 건설현장 안전관리자로 일한 뒤 퇴임한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안전관리자가 가장 힘들 때는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났을 때입니다. 회사나 유족한테 듣는 욕은 일도 아닙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제 아버지가 죽은 줄도 모르고 장례식장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어린 것들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산재사망은 그저 한 사람이 죽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약 10년 전 폐수처리장에서 질식재해로 사망한 어느 노동자의 아내가 아이와 동반하여 자살한 일도 있다. 그 슬픔은 어떻게 견딘다고 해도 고통스런 삶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산업재해는 ‘가족의 죽음’과 ‘가문의 죽음’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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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 희생에 멈추지 않는 노동자의 산재사망. 영국 안전보건잡지 Hazard에 실린 2009 산재사망 포스터.

"노동자의 산재사망은 결코 그 사람만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담았다.


# 중소기업 노동자 잃은 것은 사회의 비극


산업재해 사망이 그 어떤 죽음보다 안타까운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명실상부한 '근로자'들 이었다는 점이다. 15일에 사망한 두 젊은 노동자가 사망한 시각을 보자. 아침 8시 10분과 새벽 4시20분이다. 남들은 모두 잠자리에 있었거나 혹은 출근할 시간이다. 남들처럼 3D는 절대 못한다고 거들떠도 안 봤다면, 백수 소리를 듣더라도 내내 집에서 놀았더라면 있지 않았을 일이다.


TV 토론 프로그램 패널로 나오시는 많이 배우시고 높으신 분들 말씀대로 열악한 중소기업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던 청년 노동자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창작하신 ‘근로자’와 가장 부합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단 말이다. 열악한 상황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시키는 대로 했던 착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네 현장은 사실 일에만 몰입하면 죽기 쉽다. 기계는 Foolproof시스템, 즉 바보가 해도 별 일 없이 안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현장의 기계는 그것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그 작동이 해제된 상태가 많다. 안전장치로 발생하는 생산차질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안전보다는 생산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옥천에서의 사고는 사출기에 연동장치(interlock)를 꺼 놓았기 때문에 발생했을 것이다. 사출품을 꺼내기 위해 문을 열면 기계가 멈춰야 하는데 연동장치가 해제되어 있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는 수리 중 전원을 차단하고 일해야 하는데 납기에 쫒기다보니 절차를 생략했을 것이다.  


산업재해는 가족과 가문의 비극이다. 누구보다 명실상부한 근로자인 중소기업 노동자를 잃는 일이므로 사회의 비극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사회의 산업안전보건시스템을 보면 마치 더 많이 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만 같다. 속이 터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