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3월 4일(수)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던 '직업성 암 현황과 역학조사, 산재보험 문제점 및 대안 찾기' 공청회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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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발제와 보조발제에 나선 발제자들은 국내의 협소한 직업성 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현정
공단의 현장조사 권한 강화 필요
삼성반도체 노동자 집단 백혈병 발병으로 촉발된 역학조사 한계와 개선방향을 살펴보고, 낮은 국내 직업성 암 인식을 제고하는 공청회 ‘직업성 암 현황과 역학조사 산재보험 문제점 및 대안 찾기’가 열렸다.
3월 4일(수)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는 본 주제인 ‘역학조사 한계와 문제점, 그리고 대안, 공유정옥’ 발제와 ‘발암물질의 직업적 노출과 국내현황, 곽현석’ ‘직업성 암 발견 및 보상체계 개선방향, 이상윤’ 두 개의 보조 발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발제에 나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근활동가이며 산업의학전문의기도 한 공유정옥 씨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진행한 집단 및 개별 역학조사를 비판했다. 그는 집단역학조사는 “고위험집단 확인이나 개별 업무관련성 판정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개별역학조사는 “업무관련성을 논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적된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 당사자 알 권리와 참여권리 보장 ∇인과관계 규명이 오래 걸리는 질환은 산재보상과 분리하여 진행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서는 사업주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공단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은 생활습관 때문에 발병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추진하는 발암물질 감시센터 및 감시네트워크 준비팀장인 곽현석 씨는 국내 직업성 암 규모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발암물질 규정이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하였다. 곽 팀장은 반도체 산업 노동자 암 발생과 관련한 영국 노동조합 활동,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암연구소(IARC),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등에서 제출한 통계와 자료, 학계 논문을 그 근거로 제출하였다. 그는 특히 발암물질의 직업적 노출과 관련해 “기업주들이 유해물질 독성을 드러내는 각종 연구를 오히려 방해하는 역할을 더 해왔고, 발암물질 노출보다는 생활습관요인이 중요하다는 식의 좁고 편향된 시각을 가졌다.”는 해외자료를 소개하며 국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52초마다 1명씩 직업성 암으로 사망 | |||
곽현석 팀장은 해외 각종 자료와 노동조합 활동을 소개하며 국내의 협소한 발암물질 시각과 직업성 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였다. 곽 팀장이 소개한 해외 자료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영국 노동조합 ◎ 영국 안전보건 잡지 Hazards ◎미국 산업의학회지 ◎국제노동기구(ILO, 2007) | |||
이날 공청회에는 반올림 참여단체는 물론 산업의학, 산업위생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하였다. 사진은 공청회 전체모습. ⓒ 이현정
1%라도 관련 있다면 산재 인정해야
두 번째 보조발제자로 나선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은 국내 체계가 암이 발견되기 어렵고 직업성 암이란 걸 알아도 인정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이다. 빨리 치료받고 요양해 직장 복귀가 목적인 법 취지대로라면 지금의 51% 기준은 너무 엄격한 기준”이라며 법체계와 실현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51%’란 직업성 암으로 산재보상을 신청할 때 업무관련성이 51% 이상일 경우 인정된다는 현재 산재법 기준이다. 그는 “다른 암 발생에 비해 1%라도 직업 관련 요인이 추가로 확인되면 직업성 암으로 인정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직업성 암에 대한 산재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업병연구센터 소장직무대행 김은하, 근로복지공단 우기영 요양팀장,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유가족 정애정 씨가 나왔다.
현재 체계 개선? 글쎄…
김은하 직무대행은 발제 내용을 거론하며 외국과 비교해서 보상되는 직업성 암 사례가 적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사회제도 내에서 이점을 이해하자고 말했다. 그는 역학조사에 피해 당사자 참여를 보장하자는 주장에 이해당사자 참여는 문제가 많을 것 같다는 입장이 있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판단 과정에 주체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정보교류 정도에는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업장 현장조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사업주의 적극 협조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현재 조사 방식이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산재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우기영 팀장은 토론과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 내내 ‘법적 테두리’를 넘어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공청회 참가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법에서 이미 판정기준을 정해 그 절차와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서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금속노조 윤종선 노안부장은 패널 토론에서 김은하 직무대행에게 "개별역학조사평가위원회를 다시 열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 이현정
노동자가 근거 찾기 힘들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황민웅 씨 아내 정애정 씨는 먼저 비급여가 많은 백혈병 피해자의 경제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간병을 하면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생계 곤란을 겪어 식구들이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애정 씨는 이어 산재신청과 역학조사 과정에서 느낀 ‘국가기관 상대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정 씨는 “회사 측에 비해 노동자는 근거자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부족한 점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채워줘야 하는데 오히려 공단은 이를 꺼려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민주노동당 홍희덕 위원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공동 주최하였다. 두 의원은 인사말에서 역학조사와 산재보험 문제 해결에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특히 홍희덕 의원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보다 기업의 돈벌이가 우선시되는 사회와 이명박의 기업프랜들리 정책을 비판하며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