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168.9) 조회 수 41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박준형 / 공공노조 서울본부(준) 조직부장, 2007년 2월호 일과건강




지난해 11월 30일, 정부가 ‘비정규직보호법안’이라고 주장한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파견법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은 이 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뿐 아니라 정규직의 고용안정도 위협할 것이라는 점에서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정부는 “이제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남용을 시정하고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국정브리핑)고 호들갑을 떨었고, 보수언론들은 민주노총의 비정규법안 반대에 “조직논리로 보인다. 법안의 득실을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야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한국경제)는 식으로 소설을 써댔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진실은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비정규직 해고사태

비정규법안은 올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에 우선 적용된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공공부문에서 가장 먼저 비정규직 해고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KTX 승무원들의 1년 가까운 파업투쟁에도 아랑곳 않고 비정규직을 양산해온 철도공사가 첫무대였다. 이번에는 새마을호 승무원들이었다. 철도공사는 12월 31일자로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새마을호 승무원에게 ‘KTX관광레저’로의 전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다. ‘KTX 관광레저’는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을 간접고용한 자회사로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다. 지금 서울역 대합실에서는 KTX 승무원과 함께 이제는 새마을호 승무원까지 외주용역화에 반대하는 농성투쟁을 함께 하고 있다.

승무원업무에 대해서만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철도공사는 올해 역무, 시설업무 직접고용 비정규직과 계약서를 맺으면서 계약기간 조정에 단서조항을 달았다. “사업조정, 변경, 완료에 따른 인력조정과 인력운영계획 변경 등에 따라 계약기간이 조정될 수 있다.” 즉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기관, 공기업 곳곳에서 더 심각한 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한국은행은 비정규직 운전사들을 용역으로 전환하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별도의 지침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왔던 전국의 국립공원관리 일용직노동자들에과 불과 한 달씩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법원은 비정규법안을 이유로 경비인력은 공익근무로 대체하여 해고하고, 운전업무는 모두 외주용역으로 전환하고, 기타 파견업무는 계약을 갱신하지 말 것을 지침으로 통보했다. 이에 따라 전국 법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고 말았다. 

‘법을 잘 아는’ 법원인 만큼, 이러한 입장은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너무나 뚜렷하게 보여준다.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무기계약으로 전환”한다는 말은 사용자들에게 “2년 되기 전에 잘라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노사합의도 부정하는 비정규직 해고, 노동부가 앞장

법원과 마찬가지로 이 법안의 성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부의 비정규직 해고, 노사합의 부정도 법안의 본질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비정규직 직원 14명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고용정보원은 지난해 12월 29일 종무식을 끝낸 뒤 해고 기준과 사유에 대해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채 내부 전자결재 메일을 통해 45명의 계약직 직원 가운데 14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해고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업무는 외주화 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노동부 산하기관이자 노동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시범기관’으로 선정한 산업인력관리공단의 경우를 보자. 산업인력비정규직노동조합(현 ‘평생교육노동조합’)은 2005년 66일간의 파업을 통해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는 안을 사측과 합의했다. 당시 노동부 장관도 이를 승인했다. 그런데 정작 2007년이 되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기획예산처가 정규직으로 전환할 인력과 정원을 승인해주지 않으면서 합의사항을 지킬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노동부는 항의하는 노동조합에게 “공공부문 비정규종합대책은 정부에서 공공부문의 올바른 비정규직 사용관행을 정착하기 위하여 추진하는 사항으로서 당사자가 성실히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부과되는 노사합의서와는 그 우열을 논하기 어려운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한 것이다. 지난해 8월 9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비정규직종합대책”에 따른 확정 일정이 올해 5월이니 이때까지는 모르겠다는 말이다. 합의당사자로서 무책임한 입장임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노동법을 안다는 노동부가 자신들의 내부 정책추진 사항을 이유로 노사합의를 무시하는 행위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노동부가 이런 입장이다 보니 다른 부처의 경우에는 더욱 기대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공공노조 서울대병원분회는 작년 단협투쟁을 통해 2년 이상의 비정규직노동자 240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오면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병원은 2년 이하 근무한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불과 수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교육부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이미 합의한 비정규직 240명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두고 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월까지 교육부가 ‘무기계약대상’을 선정하면 그 때 보자는 것이다. 노사합의조차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비정규직확산법을 준비해온 ‘공공부문비정규직종합대책’

사정이 이렇게 되는 데는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공공부문비정규직종합대책’(2006년 8월 9일)을 핑계거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작년 말까지 각 정부산하기관들이 각 관할부처에 ‘무기계약전환’ 대상자, ‘외주화타당성검토’를 보고하면 올해 1월중에 행정자치부가 이를 심의하고, 5월까지 기획예산처에서 확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5월에 보자”는 것은 이런 의미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 관료들의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이미 각 공공기관들이 관할부처에 보고해야할 대책초안은 아직도 정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2만여 명의 비정규직 중 불과 2백여 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초안을 제출해 물의를 빚었던 서울시는 현재까지도 비슷한 규모와 내용으로 초안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각 기관에서 해당 비정규직노동자의 의견을 듣는다거나 노동조합과 협의한다거나 하는 과정도 전혀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5월까지 만들어지는 대책이라는 것의 내용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작년에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비정규직종합대책’이 결국 비정규직확산법을 공공부문에서 사전에 준비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대책’에서 그나마 의미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던 ‘외주용역 노동자와 직접고용 노동자의 차별해소’와 같은 몇 가지 부분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으며, ‘비핵심업무의 외주화’와 같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내용만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예산도 책정하지 않다보니 문제는 더욱 커진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는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지만 그 만큼 예산을 늘일 수 없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분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부가 기다려보라는 5월이 되어도 다를 것이 없거나 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다르지 않아

광주시청에서는 청소, 경비 등을 담당하는 시설관리노동자들이 해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모두 외주용역화된 이들 노동자들은, 2월말 예정된 업체와 시청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고용불안에 내몰려있다. 업체는 바뀌더라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광주시는 “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업체가 변경될 경우 50여명의 광주시청 시설관리노동자들은 모두 해고될 수밖에 없다. 가장 심각한 비정규직문제로 대두되는 외주용역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다.

이런 사정은 공공부문의 문제만은 아니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86일간 투쟁을 전개했던 ‘대우센터빌딩’ 시설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정도 같은 것이었다. 용역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용보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우센터빌딩 바로 옆에 있는 ‘연세재단빌딩’에서는 불과 며칠 후 똑같은 일이 전개되고 있다. 용역업체를 변경하면서 원청인 연세재단은 노동자들의 고용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지금 공공부문부터 몰아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사태는 얼마 후에는 민간부문에도 더 거세게 불어 닥칠 것이다. 올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민간사업장에도 적용될 뿐 아니라, 매년 그 적용범위가 확대된다. 2년의 시한이 되는 2009년 7월 1일 이전에 사용자들은 기존에 고용하던 비정규직을 모두 해고하려 할 것이다. 이런 식의 비정규직 대량해고는 이제 연중행사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해있다.

‘공공부문비정규직종합대책’, ‘비정규직보호법안’이라는 정부의 두 가지 거짓말이 불과 수십일 만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지금, 어느 때보다 노동, 사회운동이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

사람

일과건강과 함께 해주시는 분들입니다

  1. No Image

    비정규법안, 공공부문비정규직 대책, 거짓말의 향연

    박준형 / 공공노조 서울본부(준) 조직부장, 2007년 2월호 일과건강 지난해 11월 30일, 정부가 ‘비정규직보호법안’이라고 주장한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파견법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은 이 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더욱 심화시킬 뿐 아니라 정규직의 고용안정도 위협할 것이라는 점에...
    Date2012.03.09
    Read More
  2. 사업주 부담은 덜고 노동자 책임은 더하고

    김신범 교육실장, wioeh@paran.com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우려했던 일은 각종 안전보건 규제가 무력화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규제완화 상황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부 각 부서에게 규제완화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사무관 한 명 당 몇 개 이런 식이다. 실적을 제출하지 못하면 무능한 공무원이며, 실적이 없는 ...
    Date2012.03.09
    Read More
  3. No Image

    그래도 노동해방은 온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장 방종운(bjw11@hanmail.net), 일과건강 2007년 1월호 2006년 12월 22일, 2년 동안의 투쟁의 산물인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로드맵 등 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날, 나는 무기력과 우울증이 내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을 알았다. 꿈이 있다면 희망을 보고 희망이 있다면 꿈을 꿀 수 있는 것. 그 꿈과 희망이 있기에 걸어가는 ...
    Date2012.03.09
    Read More
  4. No Image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안전과 건강은 있는가?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1월호 성수동. 서울시내 산업재해 최다발지역, 대기오염․수질오염도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곳이다. 그러나 노동자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2천여 개의 일터가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섬유, 인쇄, 금속, 제화 등을 생산하는 영세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지난여름, 이곳에...
    Date2012.03.09
    Read More
  5. No Image

    개별 업종 노동자에서 단일한 운수 노동자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국장 기우석, 일과건강 2007년 1월호 1. 들어가며 화물, 버스, 철도, 항공 일부, 택시 조직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지 2년여 만에 지난 2006년 12월 26일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을 창립하였다. 1990년대 운수노조 창립을 위한 모임을 가진지 15년 만에 창립된 운수노조는 그동안 2003년 운수노동자학교 재개최 등 4차례...
    Date2012.03.0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50 Next
/ 50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