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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내가 나이가 되고, 호리한 외모를 가졌다면? 아마도 2년 전 모집한 KTX 여승무원 모집에 도전해봤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신문과 공중파 방송을 도배한 KTX '여승무원‘ 모집 내용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지상의 스튜어디스‘ ’KTX의 꽃‘ 등 아마도 가능한 최고의 수사를 동원해 그들을 ’찬양‘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지방 출장 갈 때 타본 KTX는 최고의 속도 어쩌고저쩌고는 기억나지 않지만 은근히 질투가 생길 정도로 이쁜 언니들이 객실을 다니면서 고객의 불편한 점과 안전을 살피고 이런 저런 안내를 하는 것이 꽤나 멋져 보였다.

그런데, 이 언니들, 요즘 신문과 방송에 자주 나온다. 머리띠도 두르고 나보다 가는 손목으로 팔뚝질도 힘차게 한다. 정규직으로 알고 들어갔던, 남들이 부러워마지 않던 그 자리가 알고 보니 위탁 파견이라는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언니들, 당연히 화가 났던 거 같다. 철도노조가 파업할 때 같이 파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리는 아직이다. 여전히 집을 떠나 거리와 농성장에서 그리고 그네들 문제를 적어도 경청해서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로 열린우리당도 가보고 총리면담도 요청하고 강금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들 사무실에 농성도 들어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언니들이 이렇게 오래 투쟁할 줄 몰랐다. “에이, 저 곱상한 언니들이 투쟁하면 얼마나 오래 가겠어?”하는 정말 철딱서니 없는 생각을 갖고 그들 하루하루 일상을 뉴스로 접했다. 물론 나의 정말 철딱서니 없는 추측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언니들이 정말 멋지게 싸우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KTX 여승무원 파업투쟁 승리․부당징계 철회․구조조정 분쇄를 위한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투쟁결의대회’에서 만난 언니들은 구호도 가장 힘차게 외치고 매 순서마다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봄기운은 사라져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이 달군 콘크리트에 앉아 강한 햇빛을 그대로 받으면서.

“이렇게 투쟁하는 모습을 보는 몇 몇 어르신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세상에 순응하며 살아라.’ 하지만 우리가 순응하면 고객의 안전과 공공성은 누가 지키란 말입니까? …(중략)… 어제 철도공사 이철 이사장님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 저희는 절대 입장 바꾸지 않겠습니다. 사장님이 바꾸십시오!”“ 공사 측이 주장한 ‘교섭이 아닌 대화’하러 나왔다는 그 자리에서 KTX 승무원 언니들이 철도공사 이 철 이사장에게 한 말이다. 아! 이렇게 멋진 말을 이사장에게 날린 언니들이 객실에서 본 것보다 적어도 천 배는 더 멋져 보였다.

결의대회를 함께 한 서울지방본부 지부장들과 조합원들도 언니들 투쟁에 지지, 동참하기로 공식 결의했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는 공사보고서에 3만 직원을 2만으로 줄이라는 내용이 있다며 이것은 곧 1만 명의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철도노동자들도 이번 KTX 여승무원 투쟁을 단순히 그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구조조정 분쇄 투쟁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현장에서부터 다시 조직하고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철도공사 측은 여승무원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그동안 KTX 여승무원 고용업체인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와 계약기간이 5월 15일로 끝나면 또 다른 자회사인 KTX관광레저로 고용을 위탁한다고 한다. KTX관광레저가 감사원으로부터 부실기업으로 판정받은 곳이라는 이상의 부연설명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엄연히 세금을 내는 국민입장에서 시속 300Km로 달리는 열차 안에 달랑 승객들만 남겨놓고 가끔씩 지나가는 남승무원만으로 고속열차를 운영하는 철도공사의 두둑한 배짱은 이제 그만두시고 거리와 농성장을 오가는 언니들을 하루빨리 직접고용 하라는 말 정도는 해야겠다.

그런데, 한 번 싸우면 끝까지 가보는 언니들 깡다구는 역사적 유전자가 전수해 준 것 같다. 1972년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의 나체시위사건, 똥물사건, 1979년 YH노조의 신민당사 점거투쟁은 당시나 지금이나 여성노동자들의 투쟁력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일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유구한 역사가 물려준 깡다구가 있으니 “이철 사장님!, 사장님이 입장을 바꾸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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