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네번째 사회복지 공무원의 죽음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1월 용인에서 2월에는 성남에서 그리고 3월 19일 울산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잇따른 사회복지 공무원의 죽음을 두고 다양한 해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력충원을 통한 업무량 감축, 조직개편 등 증가하는 복지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체계를 갖추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업무를 줄이고 적절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 일과건강은 인력충원과 예산확대만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죽음을 막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폭력, 폭언, 모욕, 성희롱, 과로와 같은 사회복지 공무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노동환경에 대한 즉각적이고 면밀한 실태조사가 우선이다. 실태조사를 통해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실질적인 치료와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한다. 앞서 죽음을 선택한 세 명의 사회복지 공무원뿐만 아니라 같은 고통을 겪고 같은 고민을 하던 수십 수백의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수개월 뒤에 나올 정책적 대안과 재정적 지원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오늘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조속한 실태조사와 치료를 촉구한다.
이번 사태는 더 많은 공무원들을 투입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과도한 업무량을 해소하고 적절한 노동환경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지만,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수백 명의 백혈병환자를 만들어내는 반도체 공장이라면 먼저 문제를 인정하고 그 다음 유해물질을 줄이고 낙후된 공정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복지관련 부처는 일선에서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감정노동에 종사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문가들에게 개선방향을 물어 따르는 것이 옳다. 면피를 위한 관료들의 대책으론 문제의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한다.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불과하다. 사회복지 공무원도 마트의 계산원도 같은 노동자라는 인식이 없다면 법과 제도로도 상담과 치료로도 계속되는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소비자도 고객도 민원인도 불리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처지의 노동자이자 동등한 시민이라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난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 공무원 고 안OO씨가 유서에 남긴 절규를 잊어서는 안된다.
“일이 많은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원하는 것이다.”
2013. 3월 26일 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