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19일 오마이뉴스 블로거 강태선 님의 글입니다. 기사 저작권은 강태선 님에게 있으며 무단전재, 배포, 복사를 금지합니다.]

어제(7.18) 일어난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진우리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사고(사망 2명, 부상 10명)의 원인은 무엇일까 ? 관계 당국이 조사 중이니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늘 그렇듯 이 사건이 까맣게 잊혀진 후가 될 것이다. 전국의 냉동 및 냉장업체 특히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곳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 시점에서 추정일지라도 더 많은 사건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것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는데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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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농도의 암모니아에 노출되면 호흡곤란을 겪거나 호흡정지로 사망하기

   도 한다. ⓒwww.mysafetysign.com


경인일보를 비롯하여 관련 보도를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을 시간대 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2. 3. 사고 발생 J물류 냉동창고 착공 
2012. 5.25 J물류 냉동창고 B동 준공 및 임시가동 (A동은 7월 준공 예정)
(B동은 지상 4층, 지하 2층, 연면적 4만1천101㎡, 철근콘크리트 건물)
2012. 7.18 05:00경 J물류 건물순찰자가 냉매 암모니아 가스의 누출을 확인
      "       06:00경 냉동창고 배관설치업체 직원 5명이 배관을 수리 (용접작업 포함)
      "       09:45경 창고 1층 5호실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치솟았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일치한다. 거의 모든 언론이 용접작업 중 폭발하였다고 보도하였으나 경인일보는 다른 내용을 전했다. 경인일보(2012. 7.18)가 전한 배관수리업체 관계자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냉매제거, 누설부분 확인, 용접, 기밀시험(시험가동)'을 마치고 냉매를 재주입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이기지 못해 배관이 터진 것"
"용접 부분이 터진 것인지 제3의 부분이 터진 것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용접을 마친 뒤인 것은 확실하다"

나는 이 말이 일정 정도 진실을 담고 있다고 본다. 용접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냉동설비보수업체가 암모니아 주입작업과 같이 가스농도가 높은 상황에서 용접 불꽃이 어떤 결과를 빚을 수 있을지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언론이나 대중은 자신이 이해하기 편한 방식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지난 2008년 1월7일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의 원인을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접'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다. 당시 사건의 원인은 밀폐된 공간에서 연일 계속된 본드작업에서 발생한 톨루엔 증기가 문제였다. 톨루엔 증기가 국소적으로 폭발범위에 이른 상태에서 정전기 등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배관 밖으로 누출된 암모니아 가스 농도가 폭발 범위(16~25%)에 도달한 상태에서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정전기 스파크가 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암모니아 가스가 16% 이상의 농도로 조성되기는 쉽지 않은데, 윤활유 등으로 오염된 암모니아가스는 폭발범위가 훨씬 넓어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윤활유 같은 성분이 암모니아 가스에 섞이면 농도가 8% 이상만 되어도 폭발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는 작년 7월 고양 탄현 이마트점에서 냉매 프레온 교체작업을 하다가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재해와 매우 유사하다. 이마트 사건과 이번 경기도 광주 냉동창고 사건은 설비가 완료된 냉난방시설에서 냉매의 다량 누출이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이마트에서 냉매로 사용한 프레온 가스는 그 자체로는 독성이 높지 않지만 밀폐공간에서 공기를 밀어내어 산소가 부족한 상태를 조성한다. 매우 자극적인 기체인 암모니아와 비교하여 조용한 '살인자'라 할 만하다. 작업이 있었던 기계실이 프레온 농도 또는 산소 농도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고 그 농도가 위험수준이면 자동적으로 긴급 환기장치가 가동되는 시스템이었다면 그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 미국 등에서는 건물 기계실과 같이 다량의 냉매유출이 가능한 곳을 지을 때는 냉동설비안전 표준시방서(BS 4434: 1989. Specification for safety aspects in the design, construction and installation of refrigeration appliances and systems)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냉매를 무엇으로 쓰든 냉방설비가 설치된 곳에서는 냉매 누출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질식이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에서는 암모니아냉매 설비에 들어가는 전기제품은 모두 방폭성능(explosion-proof)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냉방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빌딩은 없으며 다량의 냉매를 취급하는 냉동·냉장산업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취급자들에게 냉매의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교육하고 작업과정상의 안전보건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냉매취급작업의 위험성에 대비한 냉동설비안전 표준시방서 도입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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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 산업안전보건당국이 발간한 '냉동(냉장) 시스템의 암모니아'의 

   표지, 냉매로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경우에 대한 안전관리요령이 매우 상세하게 들어있다. 

   ⓒworksafeBC


□ 참고문헌
- EPA. Hazards of Ammonia Releases at Ammonia Refrigeration Facilities
- HSE. guidance note EH22
- WorkSafe BC. Ammonia in Refrigeration Systems
- Simon Polley. Understanding The Building Regulations.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