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연속된 죽음에 뒷짐만 지고…
 
또 한명의 동지가 머나먼 길을 떠났다. 고 박동춘(용산기관차)동지가 공황장애의 고통을 호소하며 질주하는 전동차에 몸을 던진 지 12일만이다.

23일 운명한 최정환(구로승무지부) 조합원도 사상 사고를 경험했다. 당시 동료들은 최정환 동지가 오랫동안 무척이나 괴로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상사고의 충격은 온전히 개인이 감당하고 풀어나가야만 할 과제였을 뿐 사측의 대책은 전무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12년 1월15일 최정환 조합원은 운전 중 오산대역을 통과한 사고로 2개월에 걸친 직위해제와 전례없는 특별인증 심의, 3개월 감봉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경고나 주의 정도의 경징계에 그쳤겠지만 허준영 전 사장은 사고기관사들을 모조리 중징계에 회부했으며 그 중 3명의 기관사를 연속적으로 해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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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동춘 기관사의 명복을 비는 철도노조의 팝업창. 공황장애 고통을 호소하던 박동춘 기관사가 11일, 
투신자살을 한지 12일만에 최정환 기관사가 몸을 던졌다. ⓒ철도노조

더욱이 규정은 비현실적으로 엄격해지고 현장관리는 더 살벌해졌다. 철도공사는 정지위치를 조금이라도 넘기면 퇴행을 불가능하게 사규를 개정해 기관사동지들의 업무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가중시켰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경미하게 정지위치를 넘어설 경우 차장과 협의해 퇴행할 수 있다.

동료들은 징계처분 이후 최정환 조합원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심각하게 걱정했으며, 운전업무에 복귀해서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사고 나면 잘리지 않을까’고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급기야 견디다 못한 최정환 조합원은 병원을 찾았고 ‘직무부적응에 의한 스트레스성 장애’라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이후 우울증 증상으로 약물치료를 했으나 증세는 그다지 호전되지 않았다. 집에서도 혼자 있기 싫어했고 일상 업무에서 극심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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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사고 경험 뒤 치료와 배려 대신 징계와 질병, 중단없는 업무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선로의 방향을 하늘로 잡고 있다. ⓒ철도노조

지영근 철도노조 조직강화특위 팀장은 “운전업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에 더해 작은 실수도 무자비한 징계와 전출로 징벌하는 철도공사의 폭력적인 경영방식이 기관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직원이 안타까운 죽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이 조문조차 하지 않고 있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가 고 이재민기관사의 자살사건에 대해 노사와 서울시가 협력하여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과는 판이한 대응이다.

철도노조 운전국은 긴급 지부장회의를 열고 △고인의 명예회복 △유족생계대책 마련 △재발방지대책 마련 △산업재해 처리 적극 협조를 사측에 요구하고 수용치 않을 경우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24일 서울 복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긴급 지부장회의에서 △사복투쟁 및 근조리본 착용 △사장 항의방문 △전국 운전간부 결의대회 △휴일지키기(구로승무지부지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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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가져왔으며 일과건강 편집방향에 맞게 제목을 수정했음을 알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