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5일 오마이뉴스 블로거 강태선 님의 글입니다. 기사 저작권은 강태선 님에게 있으며 무단전재, 배포, 복사를 금지합니다.




이제부터 ‘산소탱크’라는 수식어를 빼고 박지성을 불러보자. 오마이뉴스 5월24일 기사 ‘용접 작업장 산소호스 방치해 50대 노동자 사망’ 기사를 접하고 든 생각이다. 알고 보면 산소는 매우 위험하고 일반 환경에서 오히려 ‘활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우선, 5월24일 기사를 보자.


“용접하던 50대 노동자가 철거하지 않고 방치해 놓았던 산소호스를 ‘공기(에어)자켓’에 연결해 작업하다 용접불꽃이 튀면서 불이나 화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되었다가 끝내 사망하는 산재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중략> 차씨는 작업할 때 더우면 입는 ‘에어자켓’에 산소호스를 연결했던 것이다. 용접장에는 ‘산소호스’를 없앤 뒤에 작업을 해야 하는데 철거하지 않았고, 작업장에는 ‘공기호스’와 ‘산소호스’가 구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차씨가 ‘산소호스’를 ‘공기호스’로 알고 자켓에 연결시켰고, 그 뒤 용접을 하면서 불꽃이 튀어 화상을 입었다. 차씨는 부산 소재 화상전문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지난 20일 사망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똑같은 재해가 해마다 반복된다. 특히 용접작업이 많은 조선업종에서 많이 발생한다. 에어자켓을 쓰는 모든 사업장이 이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기성품으로 제작된 에어자켓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것까지 해당하니 매우 흔한 위험이다. 다음은 최근 몇 년간 용접작업 중 에어자켓에 산소 가스를 연결해 생긴 화재로 사망한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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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접자가 에어자켓을 착용한 모습 ⓒ 사진=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08년




2009. 9. 9 부산 사하구 조선 하청업체 1명 사망 

2008. 7. 4 전남 목포 조선 하청업체 1명 사망 

2007. 8.16 경남 거제 조선 하청업체 1명 사망

2006. 6.16 경남 진해 조선 하청업체 1명 사망 

2005. 9월 충남 부여 교량 건설작업 1명 사망





위 사망재해사례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몇 가지 검색어로 잠시 검색한 결과일 뿐이다.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인재(人災) 즉, 관리 실패가 부른 재해이다. 이 사업장의 사업주는 사고원인을 작업자가 부주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업주가 그런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① 사업주가 이러한 재해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음을 미리 알았고 에어자켓 활용은 가급적 줄이려는 노력했는지?

② 사업주가 판단하기에 자켓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으로 산소와 에어자켓이 절대로 연결될 수 없는 형태로 만들었는지? 

③ 사업주가 작업자에게 산소의 위험성을 매우 집요하게 교육했는지?


특히 교육이 중요하다. 집요해야 하는 이유는 언론이 하루에도 몇 번씩 ‘산소를 예찬하는’ 수식어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 탓에 노동자들은 산소가 많은 공기가 더 좋은 공기인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산업안전보건교육에서 공기와 산소의 관계, 산소의 위험성을 반복해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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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호스(파란색) 산소배관(녹색)에 연결했다. 색깔 구분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결합되지 않도록 커플링을 달리해서 잘못된 연결을 미리 막았어야 한다. ⓒ 사진=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06년도 재해사례사진





공기의 주성분은 산소가 아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곧잘 잊는 것 같다. 숨 쉬는 공기에는 질소(약 78%)가 산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산소는 공기를 대체할 수 없다. 절대로 두 기체를 혼동하여 쓰면 안 된다. 둘을 혼동하면 에어자켓에 산소를 넣도록 방조되거나 혹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공기호흡기를 산소마스크라고 불러서도 안 된다. 산소가 주성분이라고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공기 또는 압축공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산소만을 공급하는 경우란 폐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된 중환자나 일산화탄소 중독자를 치료하는 의료용 목적 등에 한한다. 또는 고공에서 비행기가 조난됐을 때 승객에게 긴급하게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마스크 정도가 산소가 주성분이다. 산업안전보건법(보건규칙 227조)에는 ‘적정한 공기’란 산소인 경우 ‘18% 이상 23.5% 미만’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공기 중 산소가 23.5% 이상이면 화재가 쉽게 일어나는 가연성 환경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을 더 이상 ‘산소 탱크’라고 표현하지 말자, 맨유는 산소탱크가 필요할 만큼 중환자라고 볼 수 없다. 기사를 쓸 때 ‘활력’을 뜻하는 다른 말을 찾아보자. ‘산소 같은 여자’도 마찬가지다. ‘활성산소’는 노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산소과잉은 안전에만 해로운 것이 아니다. 산소중독을 비롯해 조직의 ‘노화’와 ‘돌연변이’ 같은 해로운 영향을 준다. 장난으로 하는 주장이 아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