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 ‘강태선의 살림살이’에서 퍼왔습니다. 글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세요. 기사 게재에 흔쾌히 동의하신 강태선 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퍼온 주소는 http://blog.ohmynews.com/hum21이며 실제 기사 작성일은 2009년 10월 29일입니다.




11년 전 바로 오늘, 10월 29일. 

부산 암남동 냉동창고(삼동범창콜드프라자) 신축현장에서 폭발에 가까운 갑작스런 화재로 일하던 2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소방관을 포함한 16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당시 냉동창고 공사는 공정률 85%로 마무리 단계였다.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지상 8층, 지하 2층짜리 냉동창고 신축현장에서 한꺼번에 작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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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10월 29일 발생한 부산냉동창고 신축현장 화재. 이 사고로 27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 대구광역시 재난관리과 홈페이지





11년 전에도 냉동창고 화재참사 있었다


당시 언론기사를 보면 불은 6층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30m 정도 솟았고 순식간에 작업장이 화염에 휩싸였다고 한다. 언론은 용접불티가 인화성물질에 옮겨 붙은 것으로 보도하였다. 그러나 며칠 뒤 국과수는 우레탄 발포기에 연결된 전선을 22mm를 쓰지 않고 8mm짜리를 써서 과부하가 걸린 것을 화재 원인으로 1차 통보한 것으로 보아 분명 용접작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해 1월 7일 있었던 이천 냉동창고 신축현장 화재에서도 용접작업은 없었다. 하지만 언론의 초기 오보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이 그 사건이 용접불티에 의한 최초 점화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부산 냉동창고 사건 보도를 보건대 6층에서는 우레탄 뿜칠작업과 동시에 배관 보온작업이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최초 점화야 국과수 추정이 맞다고 하더라도 과연 과부하 전류로 그토록 폭발에 가까운 화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 현장에서는 한 달 전에도 화재로 2명이 중화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분명히 화재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덜했으리라. 이 또한 작년 이천 냉동창고 신축현장 사건과 동일하다. 이천 냉동창고에서도 사건 한 달여 전에 작은 화재가 있었고 자체 진화했음이 나중에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보면 공정률 진행에 따라 건물이 밀폐되는 것이 화재의 피해 규모를 키웠을 것이란 점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밀폐가 왜 갑작스럽게 그런 폭발적 화염을 만들어 내는 가에는 여전히 쉽게 답을 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우레탄 뿜칠과정에서 반응시켜 사용하는 물질은 폭발 또는 인화성물질이 아니다. 냉동창고에 냉매를 주입하는 작업이 있었더라도 불활성가스인 CFC1) 류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원인 폭발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1) CFC : 염화불화탄소(프레온 가스). 미국의 듀퐁사가 처음 개발, 프레온 가스란 상표명으로 상용화한 화학물질. 다른 화학물질과 쉽게 반응하지 않는 안정된 물질이고 독성이 없어 분무식 스프레이 · 냉각제 · 스티로폼 등 많은 제품에 쓰였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최근에는 대체물질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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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창고 보온재료 접착제에는 톨루엔이 주성분이다. 톨루엔은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해서 공기 중 농도가 150ppm을 잠시도 넘어서는 안 되고 1~7% 사이 공기 중 농도라면 폭발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작업장에서는 공기 중 톨루엔 농도를 8시간평균 50ppm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만한 농도라면 당연히 폭발이나 화재와 같은 참사 염려는 당 ⓒ 강태선




유력한 용의자는 본드 주성분 톨루엔

도대체 무엇으로 평화롭던 작업장은 폭발적 화염에 휩싸인 것일까? 
당시의 어떤 보도는 도색작업이 있었고 거기에 용접이 있었다는데 단 하나의 기사라 신빙성이 떨어진다. 또 냉동창고 내부에서는 일반적인 도장작업이 별로 없다. 마지막 남은 의심 대상이자 유력한 원인은 바로 ‘배관 보온작업’이다. 냉동창고 배관에는 엄청난 보온재를 덮어야 한다. 그냥 덮는 게 아니라 본드로 도배를 한다. 인화성물질인 톨루엔이 주성분인 본드를 축축하리만큼 보온재에 묻혀서 배관에 붙이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을 잠시만 한다면야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몇 날 며칠을 한다. 그것도 전혀 환기도 하지 않은 채.

결국 공기가 나이를 먹게 된다. 톨루엔 등 인화성물질로 나이를 먹은 공기는 프로판가스 등 폭발성가스가 누출된 것과 같은 위험을 지닌다. 건설현장에서는 심지어 안전관리자조차도 톨루엔 등 휘발성이 강한 인화성물질이 환기 없이 오래 실내에 누적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모른다. 용접 정도를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인화성 물질에 필요한 건 ‘환기’

며칠씩 좁은 공간에서, 그것도 뿜칠로 철저히 봉쇄된 밀폐된 공간에서 보온재 본드작업을 하면 국부적으로 공기 중에 인화성물질인 톨루엔 등이 수천 ppm 또는 %로 표기할 만큼의 농도가 조성될 수 있다. 그것은 곧 굳이 용접불꽃이 아니어도 작은 불꽃이나 스파크로도 폭발 또는 폭발적인 화염에 휩싸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화재에는 소방설비 자체가 무의미하고 화재를 발견한 사람도 살기가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한 해법은 ‘소방 설비’가 아니라 ‘환기’이다. 24시간 신선한 공기를 충분히 공급해 줘야 한다. 톨루엔 농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기준인 8시간 평균농도 50ppm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이 농도 이하라면 당연히 폭발이나 화재 같은 것은 애시 당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큰 사건을 회고하면서 매번 안타까운 것은 당시 사건기록이 제대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관계당국 조차도 제대로 자료를 DB화하지 않는다. 동일한 종류의 재해를 조사하는데 과거의 조사 자료가 전혀 활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