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 뉴스 '강태선의 살림살이'에서 퍼왔습니다. 글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세요. 기사 게재에 흔쾌히 동의하신 강태선 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퍼온 주소는 http://blog.ohmynews.com/hum21이며 실제 기사 작성일은 2009년 6월 12일 입니다.
인쇄사업장, 국소배기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유기용제가 노동자의 폐로 방류되고 있다 ⓒ 강태선
# 현대경제연구원, 산재 심각성 지적해
산업재해손실이 노사분규 손실의 5배란다. 최소한 90년대 중반부터는 줄곧 그래왔던 것으로 새로울 것은 없는 얘긴데,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 동안 산업안전보건연구원(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이 그렇게 노래를 부를 때는 뉴스가 되지 못하다가 현대경제연구원의 입을 비니 언론이 주목한다. 어쨌든 국내 굴지의 경제연구원에서 산업재해 심각성에 눈떴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맞다. 산업재해로 2008년에도 17조1천억원의 경제적 손실, 국내총생산 GDP의 1.67%에 해당하는 금액이 날아갔다. 산재손실은 그 손실액만으로도 다른 수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그런데, 왜 우린 노사분규 손실이니 GDP를 들먹여야 하는 것일까. 왜 산업재해에는 우리사회가 이토록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던 것일까.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 추이, 단위 : 억원, %> |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
경제적 손실액 |
124,090 |
142,995 |
151,288 |
158,188 |
162,114 |
171,094 | |
산재 보상금 |
24,818 |
28,599 |
30,257 |
31,638 |
32,423 |
34,219 | |
GDP(명목) |
7,671,137 |
8,268,927 |
8,652,409 |
9,087,438 |
9,750,130 |
10,239,377 | |
경제적 손실액 비중 |
1.62 |
1.73 |
1.75 |
1.74 |
1.66 |
1.67 |
자료 : 노동부 ‘잔업재해 발생현황’, 한국은행 ‘국민계정’ 각 년도
현대경제연구원,VIP Report, 2009. 6.10 <산업재해 예방이 경쟁력이다> 중에서
이유는 가장 이윤에 밝은 경제주체인 기업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갖는 초미의 관심사는 언론과 정부에게도 역시 그러한 관심사가 되는 법. 사회적 총손실로는 산업재해 손실이 노사분규로 인한 그것보다 5배가 클 수는 있어도 기업에게는 여전히 그 반대의 손익계산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상식인 사회가 되려면 기업과 정부의 의식전환이 절실하다. ⓒ 프레시안
# 전체 재해 80%,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
모르는 일이다. 우리사회는 2008년 17조 1천억원을 투자하여 아마 20조를 벌었을른지도. 문제는 그 득실의 배분은 매우 불균등할 수 있다는 것이며 동시에 불법적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산업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경쟁력을 획득하는 유효한 방편임이 분명하다. 대기업은 위험공정을 개선하기 보다는 왠만하면 하청업체로 떠넘기고 중소기업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풍토가 만연하다. 그 결과는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해마다 50인미만 소규모사업장에서 전체재해 중 80% 정도가 발생하며 재해율 또한 소규모사업장일수록 높다. 전년대비 재해증감율에서도 대기업은 재해가 감소함에 비해 중소기업은 오히려 늘고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희생하고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득은 다른 이가 챙기는 꼴이 된다. 결국 3D 영세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생으로 장기매매를 하는 꼴이다. 폐수를 방류하는 것과 똑같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폐수가 방류된 하류의 물고기처럼 허다하게 물에 뜨는 것이다. 이런 사실상의 장기매매를 우리사회는 제도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폐수를 방류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상식이 되는데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1991년 두산그룹의 낙동강 ‘페놀’사건이 있었고 그 뒤로 관련법이 강화되었다. 사업주가 폐수를 방류하면 구속이 될 수도 있다. 환경부 환경감시단과 검찰은 시시때때로 기업에 불시 방문하여 최종 처리된 물, 즉 방류 전의 물이 수질기준을 초과해도 사업주를 구속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일하다가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 되지 못했다. 산업재해라는 폐수를 중소기업으로 영세사업장으로 방류해도 막을 장치가 빈약하다. 장치가 일부 있다 해도 가동되지 않는다. 산재예방을 위한 장기계획과 그에 입각한 전략적인 행정이 없었다. 사법당국도 마찬가지이다. 통상 200~300만원의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무색하다.
# 규제완화가 아니라 ‘규제합리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관심은 고마운 것이되 그 결론은 근거에 비하여 섣부르다. 보고서의 대책부분을 보니 규제완화라는 얘기가 툭 튀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 벌칙조항들은 무시무시할는지 몰라도 실제 법을 집행하는데 쓰는 집무규정은 대부분 시정지시 위주로 행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소한 우리나라 산재예방 관계당국의 실질적인 규제는 충분히 완화되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름을 건 연구라면 최소한 ‘규제합리화’란 용어가 더 합당하다.
노동자의 일터에서의 죽음이 노사분규나 GDP라는 수사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관심의 대상이 될 때는 언제가 될까.
[덧붙이는 글]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VIP report' 통권 403호를 일반 자료실에 올려 놓았습니다. 자료가 필요한 분은 ⇒주제별 자료실 ⇒일반자료실에서 다운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