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문송면·원진 투쟁 30주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30년이면 한 세대가 바뀌는 기간이다. 지난 30년간 매년 소폭이지만 산업재해 사망자(특히 사고)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 왔지만 이는 국민 사고 사망률 감소와 비교하면 사실상 정책을 통한 저감 과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결과가 나타내는 의미는 현행 법이 30년 전 규제로부터 정책적 개혁을 이루지 못했을 뿐 아니라 행정력도 제대로 담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고용노동부 자체의 법 개정 시도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그간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우려했던 시민사회단체의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입법발의 과정에서도 시민사회 단체의 의견이 거의 수렴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모든 일하는 사람의 안전보건’이라는 핵심 목표에 걸맞는 입법 내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고용구조 속에서 소외받는 노동자의 극히 일부만이 보호의 대상이 되었고 여전히 도급에 대한 제한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도소매 업종에서 횡행하는 입점 업체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사실상의 사용주인 점주가 책임지지 않는 문제 또한 적시되었다.

 

  그나마 산재사망 사고시 사용자 처벌에 있어 하한형을 도입하고 전체적으로 벌칙을 강화했다는 측면에서는 지난 십수년간 ‘산재사망 기업처벌법’ 제정 요구에 다소간 부합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런데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최종 입법안에서는 노동자 입장을 들은 것이 아니라 재계 입장만이 반영된 듯 하한형 도입이 사라져버렸다. 그 외 안전보건 시민단체에서 주장했던 제반의 강화 조치 요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문송면·원진 노동자 투쟁 30주년이 되는 올 해 조차도 깎이고 깎인 이 법조차 통과되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정신줄 놓은 국회는 파행을 계속 겪다가 고작 예산안 심의를 허겁지겁 끝내고 수두룩하게 쌓인 환경노동위의 법안을 달랑 몇 가지 정리하고 한 해를 넘길 셈인 듯하다.

 

  1996년 OECD 가입 후 최근까지 산재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책임은 수치심을 모르는 국회에 있다고 할 것이다. 국회는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의원들은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이런 치욕적인 상황을 계속 좌시할 것인가? 몸염치한 의원들의 직무유기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환노위는 산안법 전부개정안 심의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

 

 

2018. 11. 29

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