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고 비상대응메뉴얼 지역대비체계 구축하라!

황산가스 누출 대피문자...안전한 곳은 어딘가요!”

 

지난 7일 저녁 6시 경북 칠곡군 에프원케미칼 폐수처리용 정화제 제조공장에서 황산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황산을 보관 중이던 탱크에서 1m 가량의 균열이 생겨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갈라져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고대응과정에서 지자체를 포함한 관계기관은 몇가지 문제를 드러내며 화학사고 시 지역대비체계 구축과 대피매뉴얼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첫째, 사고 발생 후 40여분이 지나서야 주민대피문자가 발송되었다. 

이는 화학사고 골든타임이 15분이라고 홍보하는 환경부 자료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내용도 상식적이지 못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많은 네티즌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답답했다며 매뉴얼이 부재한 현 상황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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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보다 구체적인 문자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화학사고 시 대피매뉴얼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조례가 필요하다. 지난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 사고 이후 만들어진 화학물질관리법과 이 법을 모법으로 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알권리 조례를 말한다. 20155월 인천광역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6개 지자체에서 제정되었지만 아직 경상북도나 칠곡군 조례는 없는 상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하루 빨리 제정되길 바란다.

 

두 번째는 관계기관 간의 정보공유 문제다.

칠곡소방서 관계자는 "위험물 안전관리법상 황산은 위험물에서 제외돼 있다" "폭발할 위험은 없는 것 같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황산은 화학물질관리법 상 독성과 폭발성이 강해서 인체와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대비물질로 지정되어 있다, 즉 특별관리가 필요한 물질이다. 소방서의 이런 대응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환경부는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의 화학물질 종류와 취급시설 정보를 소방서에 제공하여 사고 발생 시 효과적인 진압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때문에 다시 한번 화학물질 안전관리 알권리 조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조례를 통해 구성되는 화학물질관리위원회는 관내 사업장 정보를 조사하고 대응매뉴얼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항시적 정보공유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수원, 여수, 양산시 등에서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정보구축과 공유는 소방관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어떠한 공정으로 이루어진 사업장이며 어떤 물질을 어떤 규모로 사용하는지 알고 사고현장에 출동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생된 화학사고의 교훈이다.

 

셋째로 노후설비에 대한 점검과 관리제도의 문제다.

탱크 균열이 발생한 원인과 제대로 점검되지 않은 이유가 조사되어야겠지만, 산업단지 노후설비 관리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후설비문제는 우리나라의 화학사고의 주요원인 중 5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설비점검과 교체 등 관리는 사업주에게만 맡겨져 있다. 사업주는 비용문제로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 제도개선을 요구해 왔다. 공공시설물 안전관리특별법이 있듯이 위험한 산업단지 안전관리법안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사업주의 관리실태를 지도, 관리감독하고 교체비용 등을 보조해주는 등의 조치이다. 2년 전 노동부와 환경부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30년 이상된 노후설비 보유사업장을 1차로 조사한 바도 있다. 이후 2차 정밀조사와 제도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화학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인명피해가 없는 작은 사고라고 치부하며 넘기다 큰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개선방안은 이미 나와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이다.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의지의 문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경상북도와 칠곡군은 시급히 조례제정에 나서길 촉구한다. 더불어 정부는 산업단지 노후설비개선안 마련을 위한 사업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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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