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과로사와 싸우기 시작한 일본,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지난 여름 일본의 후생노동성을 찾았다. 과로사방지법 제정 이후 일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월 진행됐던 노동시간단축 및 특례업종 제한적 폐지(근로기준법 개정)에 영향을 받았는지 일본에서도 6월에 ‘일하는 방식 개혁법률’이 통과된 후라 그 효과 평가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이나 우리나 장시간 노동 수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라들이다. 그래도 장시간 노동자 비율은 일본이 우리보다 적다.

 

   

<각국의 장시간 노동자 비율과 노동생산성>

국가 

장시간 노동자 비율1)  

시간당 노동생산성 (2016)2)

일본

21.3%

41.5달러 

미국

16.4%

63.3달러 

프랑스

10.4%

58.9달러 

독일 

10.1%

59.9달러 

한국 

32.4%

32.9달러 


1) 주 노동시간 49시간 이상 노동자의 비율

2) 국내총산상을 총노동시간으로 나눈 값 (USD, constant prices 2010, PPPs)

후생노동성(2016) 및 OECD Data 자료를 재구성   

출처 : 조승래,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 2018. 7. 31.

 

2014년 과로사방지법을 제정한 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시간 노동자 비율을 낮춰가겠다는 게 일본의 생각이다. 2020년까지 “주 노동 시간 60시간 이상 고용인의 비율을 5%미만”, “연차 유급 휴가 취득률 70%이상”, 2017년까지 “정신 건강 대책을 진행하는 사업장 비율 80%이상”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조기 달성을 계획하였다. 이를 위해 후생노동성 내에 전담조직인 ‘과로특별대책실’을 설립했다.

 

그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법률’을 만들었는데 그간 노사가 합의를 하면 노동시간 상한 없이 일할 수 있었던 제도를 고쳐 상한을 만들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상한이라는 게 또 노사가 합의하면 월 100시간까지 더 일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월 45시간으로 제한되고 벌칙도 매우 강하다(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만엔 이하 벌금). 특히 여기서 눈여겨볼 사실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 법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노동시간 특례업종이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이 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부러운 것은 행정감독이었다. 과로를 줄이기 위해 근로감독에 나서고 있는데 일단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일본의 근로감독은 우리나라처럼 산업안전보건감독관 300여 명이 전국의 노동자 안전보건을 감독하는 게 아니라 근로감독관 전체가 노동시간 및 안전보건 감독을 함께 진행한다. 효율적인 방식이라 판단된다. 노동자 당 근로감독관 수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이지만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효율성은 달라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정기감독 외에 사업장 불시 감독이 이루어지는데 그 하나가 노동자 신고가 있을 경우이다. 이를 신고감독이라고 한다. 신고를 받자마자 최우선으로 들어간다(도쿄의 경우는 전체 감독 중 신고감독이 50% 정도이다). 지난 1월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가 과로자살을 선택하기 전 고용노동부에 자신의 사업장 과로실태를 감독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2017년 목표로 한 감독이 모두 진행됐으니 2018년에 감독을 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과 비교하면 역시 큰 차이다. 사실상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에만 감독을 들어갔더라도 젊은이의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의 경우 모든 감독은 불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걸 감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사전 공지 후 감독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친절히 언제 누가 간다는 얘기까지 사업주에게 전달한다. 그것도 여러 날 전에.  

 

한편 과로사가 발생하면 바로 근로감독에 돌입하는데 이 시기는 산재신청이 접수된 시점이라고 한다. 산재신청 단계에서 감독이 들어가는 이유는 다른 노동자도 과로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답변이다. 매우 합리적이다. 우리나라는 산재신청 단계를 눈여겨보는 근로감독관은 없다. 이런 제도도 없고. 물론 일본에서 이런 활동이 수월한 측면이 있는데 이는 산재보상분야도 후생노동성에서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과로사방지법 제정 이후 근로감독에서 과로사 문제를 주요한 정기감독 대상으로 올렸다고 한다.

 

눈여겨볼 내용만 짚었지만 사실상 일본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촘촘하게 과로사방지법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혁명적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었지만 여전히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취업자의 규모가 60%를 훌쩍 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보수 집단에서는 특례업종을 더 늘리려는 시도, 탄력근무기간을 늘리려는 입법을 발의한 상태이다. 과로사예방법조차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혁명적 시도는 용두사미가 될 처지에 놓였으니 우리도 천천히 제대로 가 볼 궁리를 해야 하지 않겠나.  

Designed by ijeab / Freepik
?

활동포커스

일과건강이 집중 활동하고 있는 분야 입니다.

  1.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보고회 지난 4월 4일 (월) 2시 인천YWCA7층에서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보고회'가 열렸다. 천 주무관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방역 행정을 하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인천시 공무원 코로나19 과로사 재발방지 및 처우개선을 ...
    Date2022.04.05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2. 과로사 주범, 야간노동 규제가 시작되어야 한다

    과로사 주범, 야간노동 규제가 시작되어야 한다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우리나라에는 야간노동 규제가 없다 지난 6월 7일 ‘야간노동’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토론회가 열렸다. 일과건강이 주관하고 송옥주(더불어민주당)의원실·강은미(정의당)의원실·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였다. 간혹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에서 교대제 개...
    Date2021.06.10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3.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 업무의 42.8%가 공짜노동

    택배 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 업무의 42.8%가 공짜노동 지난 9월 10일 (목) 오전 10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이하 택배대책위)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 윤미향 의원과 함께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택배대책위는 지난 7월 28...
    Date2020.09.16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4.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및 대안 모색 토론회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및 대안 모색 토론회 지난 7월 16일 (목)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및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 정의당 노동본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공동주최했다. 토론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의 효력을 평가하고 평등한 조직...
    Date2020.07.16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5. 과로사와 싸우기 시작한 일본,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과로사와 싸우기 시작한 일본,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지난 여름 일본의 후생노동성을 찾았다. 과로사방지법 제정 이후 일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월 진행됐던 노동시간단축 및 특례업종 제한적 폐지(근로기준법 개정)에 영향을 받았는지 일본에서도 6월에 ‘일하는 방식 개...
    Date2018.12.17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6. 일본 '제 4회 과로사 방지 학회' 참가기

    일본 '제 4회 과로사 방지 학회' 참가기 글 : 한선미 (일과건강 미디어팀장) 지난 6월 2일 (토) ~ 3일 (일) 이틀에 걸쳐 일본 홋 카이 학원 대학에서 ‘제 4회 과로사방지 학회’가 열렸다. 과로사방지 학회는 과로사(과로 자살 및 과로 질병을 포함) 실태, 원인 및 배경에 관한 조사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의 성과를 토대로...
    Date2018.06.22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7. 주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의 주요내용과 보완과제

    이 글은 대한법무사협회가 출간하는 월간 법무사지 4월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주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의 주요내용과 보완과제 글 : 한인임 / 일과건강 사무처장 1. 들어가며_‘OECD 최장기노동’ 불명예 씻나? 1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휴일근로를 포함해 52시간임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이 지난 3월 20일 공포되어 오는 7월 1일부터 시...
    Date2018.03.26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8. 과로사예방센터 '사용설명서'

    과로사예방센터 '사용설명서' 글 :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1. 과로사예방센터는 '과로' 권하는 한국사회를 고발합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멕시코, 코스타리카 노동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장 오랜 시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때문에 매년 600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 인정을 받고 있는 형...
    Date2017.09.21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9. (가) 과로사 예방센터의 활동이 시작됩니다.

    지난 7월 8일 (토)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 인간‘무한요금제’의 진실>편에서 ‘(가)과로사 예방센터’가 소개되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일과건강 등의 단체들이 모여 과로를 권하는 한국사회를 고발하고 과로를 방지하며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과로로 인...
    Date2017.07.27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10. 한국에서도 과로사 방지법은 가능한가?

    한국에서도 과로사 방지법은 가능한가?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1. 과로 권하는 한국사회 (1) 우리나라 과로 노동 실태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의 노동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2014년의 경우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멕시코 2,228시간, 코스타리카 2,210시간, 한...
    Date2017.07.05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11. ‘혼술남녀’가 신입조연출 PD를 죽였다

    지난해 10월 26일, tvN 드라마 ‘혼술남녀’가 종영된 다음 날, 해당 드라마 신입 조연출 故이한빛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노량진을 배경으로 현 시대의 청춘의 애환을 담았다는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젊은 청년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신입사원에 대한 tvN (CJ E&M)의 사회적 살인’이며, ‘시청률 경쟁에만 혈...
    Date2017.04.25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12. '과로사 예방 센터' 설립을 위한 기획토론회

    지난 11월 30일 (수) 오후 6시 서울지방변호사회 1층 회의실에서 '과로사 예방 센터(가칭)' 설립을 위한 기획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일과건강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유성규 노무사, 정병욱 변호사와 함께 과로사 세미나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간의 논의를 함께 나누고, 앞으로 과로사를 어떻게 줄여나갈지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Date2016.12.19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13. [카드뉴스] 죽도록 일하면 진짜로 죽는다

    죽도록 일하면 진짜로 죽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은 과로를 큰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과로사 예방법'을 실시하는 등 과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일본 최대 광고기업으로 꼽히는 덴츠의 신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한달동안 105시간 초과근무를 하...
    Date2016.11.18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14. 노동개혁의 1순위는 “과로방지”

    노동개혁의 1순위는 “과로방지” 글 : 정병욱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해외 유명 만화사이트 '도그하우스 다이어리'가 발표한 나라별 대표분야 세계지도 사진=도그하우스 홈페이지(http://thedoghousediaries.com/) ‘워커홀릭들’의 나라, 대한민국 2013년 해외 만화사이트 도그하우스 다이어리가 세계은행과 기네스북의 데이터 등을...
    Date2015.09.30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15. 과로사 방지법 일본 전문가 초청 강연회

    지난 9월 19일 오후 2시 서울지방변호사회 지하1층 회의실에서 '과로사 방지법 일본 전문가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 발제 1. 일본의 노동 시간과 과로사 : 모리오카 코지 (간사이 대학 명예교수) ▶ 발제 2. 과로사 방지법과 과로사방지대강 : 이와키 유타카 (변호사) ▶ 발제 3. 과로사 없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는 유족이 원하는 방지법의 과제 : 테라...
    Date2015.09.20 Category과로사 방지법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