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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일과건강 2008년 12월호 '현장에서' 꼭지 중 하나 입니다. 필자는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서귀환] 님이며 글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필자와 출처를 밝혀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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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을 중심으로 한 영등포 마찌꼬바 노동자 실태조사는 관계 단체들의 수 차례 논의 속에 진행되었다. ⓒ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기름에 찌든 냄새가 초입부터 코를 자극했다. 문래동 그 특유의 냄새는 아직도 잊어지지 않는다. 원래 주거지역이었던 이곳은 집들을 개조해 만든 공장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곳이다. 21세기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지역 네트워크 건설의 첫 삽


작은 골목에 수십 수백 개의 벌집들이 모여 있는 듯한 그곳은 생동감이 없었다. 오히려 셔터가 내려진 빈 공장들이 많아 보였다. 이러다 슬럼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가판을 설치하고 플랑을 거는 모습에 잠시 관심을 가졌지만 이내 실태조사라는 것을 알고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건 해서 뭐해!”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문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설문조사에 관심과 참여를 해주셨다. 우리에게 조금은 마음을 열어주신 것인지 아니면 우산(사은품)의 위력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영등포지역 노동·사회운동 단체들의 지역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실천이 문래동 마치코바 실태조사였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서울민주노동자연대, 서울노동광장, 민주노동당 영등포구위원회, 진보신당 영등포모임, 건설노조 서울지부가 함께 진행하였다. 문래동 중소영세사업장 실태조사는 2008년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실시하였으며, 설문지역은 문래동 1, 2, 4가를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환경개선 접어둔 채 이전 압력만 해


문래동은 준공업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영등포구에서 준공업 지역이 차지하는 면적 비중은 24%로 영등포구의 1/4로 중요한 지역적 산업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준공업 지역은 주로 경공업위주이며 주거, 상업, 업무기능이 공존할 수 있는 지역으로 공장과 주거지역 등이 혼재할 경우 도시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 지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준공업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조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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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중소영세사업장은 대부분 소규모 업체라 노동자들이 노동법 혜택을 못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이현정




아직 구체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202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영등포지역을 나노메카트로닉스(NT+기계+IT)산업의 집적지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다. NT, IT라는 전문용어로 어렵게 표현하였지만 쉽게 말해 기존의 기계금속산업에 첨단산업을 접목시켜 새로운 산업단지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 지역 업체들의 기술체제나 산업의 집적, 그리고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의 실질적 정책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말만 요란하다.



또한 문래동 지역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으나 이를 지원하는 정책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이전압력만 받는 것이 현실이다. 실질적으로 준공업 지역에 대한 생산기능 특화, 판로 개척, 마케팅 능력이나 제품기획 등 지원, 환경개선 등 현실에서 절실한 문제는 덮어둔 것이 문제이다.


문래동 재개발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구체적 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이번 발표로 커다란 동요는 없어보였다. 다만 관심 있게 지켜보는 수준이었다. 사업주를 대상으로 개발계획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과반수이상의 사업주들이 개발에 반대하고 있었다. 찬성하는 사업주들도 있었지만 찬성의 이유가 극과 극이다. 재개발되면 개발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찬성을 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요즘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차라리 재개발이라도 되면 뭔가 해결책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개발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큰 사업체들은 대부분 서울 외곽지역(안산, 시화 등)으로 이미 이전한 상태라고 한다. 남아있는 사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싶어도 떠날 여력이 되지 않으며 문래동이 그나마 유사 업종이 밀집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소규모라 법 혜택 없는 장시간 노동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인 이 지역의 주요업종은 1차 금속산업 및 조립금속제품 제조업과 기타 기계 및 장비제조업종이 주를 이룬다. 특히 금속가공 분야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선반, 밀링, 연마, 금형, 주조 등 다양한 업종이 밀집되었다. 실제 문래동의 장점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관련 업체와의 연계가 용이하다’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사업주들의 평균연령은 51세이며 부양가족은 3~4인 즉, 4~5인 가족이 가장 많았다. 사업체 운영기간은 20년 이상 운영한 사업체가 약 30%로 가장 많은 분포를 나타났다.


한편, 최근 경기침체로 대부분 업체운영 경기가 좋지 않다고 조사되었다. 향후 전망 역시 상당히 어둡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등 수입산에 밀려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침체까지 겹치자 영세한 사업체들로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인터뷰에 의하면 사채 빚을 갚지 못해 도망친 사업주도 있고 월세가 밀리는 것은 기본이고 세금을 내지 못해 직권 폐업되거나 공장문을 닫고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업주들이 점차 늘어난다고 했다.

여기에 경기가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고용인원 탄력성이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일거리가 많을 때는 일용직 및 상용직 노동자를 고용했다가 일거리가 없으면 고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편으로 노동자들의 고용도 매우 불안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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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일대에서 실태조사를 벌이는 조사원들. ⓒ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문래동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약 85%는 상용직 노동자였다. 대부분 기간의 정함이 없이 일하고 있었다. 월평균 임금은 200~250만원이 가장 많았으나 200만 원 이하를 받는 분들도 약 40%정도 되었다. 월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 이상이라는 분들이 과반수를 넘었으며 토요일도 일하는 주6일근무가 대부분 이었다. 평균 연령은 41.7세, 평균 경력은 13.6년이고 부양가족은 3인이라는 분포가 가장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일정한 임금체계가 있지 않았다. 연령이나 경력에 따라 임금이 책정되는 것도 아니었으며 업종에 따라 나뉘는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일정한 임금체계 없이 사업주에 의해 개별적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문래동 지역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제외되는 시간외 근무수당 및 주 40시간제도가 적용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대한 보호조치가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절실하다. 그리고 일용직 노동자들은 하루일당이 10만 원 이하라는 분들이 50%넘었다.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한 달에 20일정도 일하면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일용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한 달 수입이 200만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용불안정에 저임금구조를 가진 것이다.


자본 말고 영세업체 위해 세금 써라


서울시는 나노메카트로닉스 산업 직접지로 개발한다고 말만 요란하게 하지 말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및 적정임금 보장 그리고 교육훈련 등 노동자지원 프로그램부터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소영세사업체 지원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해서 자본에게 노동자 혈세 퍼주지 말고 노동자와 중소영세사업체를 먼저 살려야 한다. 그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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