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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 일과건강 2007년 6월호




근로기준법은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야 한다, 적어도 이것보다 이하여서는 안 된다’는 노동조건의 기준이다. 이 법 30조 2항은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의 치료를 위한 휴업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해고를 못 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30일이 지났다하더라도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객관적으로 업무를 당당하지 못한 상태이거나 배치전환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데도 해고했다면 법은 이를 부당해고로 해석한다. 그러나 법은 현실을 담아내지 못 한다.


신길운수에서 신월동~신촌~중구청 노선의 604번 버스를 운전했던 박한용 해고 노동자는 산재 치료를 종결하고 다시 업무 복귀하려다 해고당했다. 산재 당시 그의 병명은 요추 4-5번 추간판 탈출증. 오전 근무를 마친 오후 1시경 돈통을 비우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오다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다.


혼자 아파 끙끙거리다 자비로 치료를 하다 “바로 낫지 않는다.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 말에 기간이 길면 경제면에서 부담이 돼 산재신청을 하려고 회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아내까지 회사를 찾아가 산재신청을 위한 ‘사업주 날인’을 요청했지만 끝내 회사는 거부했고 박한용 씨는 사업주 날인 없는 신청서를 제출, 2003년 7월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승인을 받고 1년 2개월 동안 요양을 하였다. 문제는 요양이 끝난 이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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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요양 후 한 달 14일만에 해고를 당한 박한용 노동자. 그의 복직투쟁은 벌써 3년이 되가고 있다.




법?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더라


2004년 8월 26일, 회사를 찾아가 9월 1일부터 일하겠다는 복귀원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그는 복직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신길운수 근처였던 그의 집과는 정 반대인 송파차고지 41번 노선견습을 명령했다. 충분한 견습기간이 지나도 승무를 시키지 않자 박한용 씨는 회사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회사의 반응은 엉뚱했다. 

‘앞으로 업무 중 다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한 것이다. 그는 “일을 하다보면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모르는데 각서를 쓸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산재요양이 끝난 한 달 14일 후에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회사 노동조합의 묵인에 상급단체 서울시버스노조를 찾아갔지만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가서 부당해고 신청을 하라는 답변 밖에 못 들은 박한용 씨는 “노동조합이 있는 데 거길 먼저 찾아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다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을 찾아갔다. 취업규칙을 본 연맹도 “우리가 할 수 없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알려준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노총 전해투(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해고자복직투쟁 특별위원회)였다. 이를 책임회피로 본다는 그는 “투쟁을 왜 하는 지 실천하면서 배웠다.”며 이때부터 복직투쟁을 벌였고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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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용 씨는 법원 앞에서 공정한 판결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회사 손을 들어 주었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패소하여 지금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린다. 박한용 씨는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부당해고인데 줄줄이 진 법의 판단을 신길운수 회장의 친인척이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회장 사위가 광주고검장으로 있다. 검찰이 군인보다 지위서열이 세고 지역에 있어도 (서울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신길운수 부당해고 집회에 경찰버스 8대가 동원되고 양천경찰서장이 수시로 회장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해할 수 없는 판결도 있었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집회에서 신길운수 사장이 집회 대열을 향해 차량을 돌진하고 구사대가 면도칼로 집회 참석자 목을 위협한 사건이 5월 3일 발생했다.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5월 5일 열렸는데, 이날 박한용 씨와 전해투 조직국장이 불법시위주도와 업무방해혐의로 구속되었고 그는 징역 5년을 구형받는다. 마땅히 구속되어야 할 사장은 거리를 활보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벌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7월에 집행유예로 나왔지만 법도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그에게 심어주었다.

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재판부는 그에게 선고대신 “회사와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어떻게 복직을 하겠냐?”며 “끝까지 복직을 원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으니 금전보상으로 마무리 하자.”는 조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조정안도 그가 청와대, 대법원, 고등법원에 공정하고 중립된 재판을 바라는 민원을 제기했기에 얻은 것이었다. 하지만 돈이 아니라 안정된 고용과 산재요양 이후 현장에 복귀하려는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는 사례를 남길 수 없기 때문에 그는 조정안을 거부했다. 

어렵지만 당당하게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다

그는 지금까지의 부정적인 결과를 보았을 때 오는 8월 10일 열릴 항소심에서 ‘비상식적인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예상대로라도 ‘끝까지 상고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산재장해 12등급의 노동자 해고가 정당하지도 않을뿐더러 산재요양 후 복직이 안 된다는 사례를 남기면 안 된다. 열심히 일하다 산재를 당하면 폐기처분 당하는 상황을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박한용 씨는 자신이 업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2005년 7월 녹색병원, 2006년 4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2007년 5월에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과 한양대학교병원 등 무려 4곳에서 관련 전문의에게 ‘산재 12등급의 장해등급은 버스운전 수행에 큰 무리가 없어 업무제한 사유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소견을 받았다. 일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30일 이후에는 해고가 가능한’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해고를 회사에 아무런 법적 제재를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산재노동자가 처한 현실이다.

지금이 경제적으로도 제일 어려운 시기라는 그는 자신 때문에 몸이 안 좋아진 아내와 용돈도 제대로 못 주는 아이들이 눈물나게 고맙다며 “부당하게 당한 것을 아버지로서 비굴하게 ‘돈이나 몇 푼’ 받고 물러날 수 없다. 당당하게 아빠가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 한다. 
그는 법이 정한 보상금보다 돈을 더 줄 수도 있고, 다른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회사의 말과 상관없이 신길운수 복직을 원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다시 나오면 안 된다. 이것은 신길운수 해고자 박한용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문제다.”

생계를 위해 밤부터 새벽까지 대리운전을 하는 박한용 씨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신길운수 앞, 해고자 복직과 노조 민주화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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