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8 18:57
일과건강, 2006년 6월호
민주노총 노동안전부장 김은기(keg-gm@hanmail.net)
▲작년 7월, 민주노총은 1천여 명이 참가하는 노동자 건강권 집회를 개최하였
지만, 이날의 힘이 이후 사업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1. 들어가며
노동자는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그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여 가족을 구성하고 경제활동을 한다. 그러므로 노동자에게 건강이란 생존 그 자체이다. 즉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는 안정된 일자리 또는 임금인상보다 우선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적인 권리이다.
1년에 3,000명에 육박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노동부 통계는 10만 명 정도이나 이는 빙산의 일각임)를 당하는 현실을 직시할 때 나 자신이나 가족 또는 내 주위의 동료 중에 산업재해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있어서 임금인상투쟁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임금인상 투쟁 못지않게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도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산업재해를 당하게 되면 임금인상과 무관하게 회사로부터 쫓겨나게 되고, 사회로부터 격리당하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건강의 상실은 곧 실직을 의미한다. 건강을 이유로 한 실직은 재취업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한다. 즉 파멸인 것이다. 기업은 이윤이외에 노동자의 건강은 별로 관심이 없다. 정부 또한 선언적 구호만 있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 노동자가 스스로 나서야 한다.
2. 안전보건 운동의 역사적 고찰과 평가
안전보건 운동의 출발은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던 1987년과 그 시대를 같이한다. 그리고 이 당시의 사업은 산재사고에 대한 사후적 대책 마련 등이 대부분 이었으며, 노동조합 보다는 보건의료인 등 안전보건단체가 주도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단위노조에서 담당부서가 배치되어 사업 등이 집행되었으며, 98년에 금속연맹에서 담당부서가 배치되었다.
이런 기간을 경과하면서 첫째, 미약하지만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이 안전보건운동의 주체로 성장하였으며 둘째, 안전보건운동이 노동운동의 한 부분으로 포함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비판적인 평가를 하여야 할 부분은 일부 연맹을 제외하면, 기간의 사업들이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집단적인 노사관계로부터 접근하였다기보다는 개별적 노사관계로 접근하였다는 것이다. 즉 일상적인 사업이 아닌 현안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해결을 하기 위한 활동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5년 민주노총은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투쟁방향을 수립하고 일상적으로 현장의 안전보건 활동을 할 수 있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을 결의했고, 현재 추진 중에 있다. 그렇다면 왜 기간의 노동자 안전보건 운동이 노동조합에서 조직적으로 집행되지 않았는가? 그 이유를 몇 가지 부분에서 점검한다.
노동자의 건강이 파괴되는 원인은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즉 구조적인 원인과 노동자 개별의 문제가 상호 혼합되어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1차적인 원인은 구조적인 원인이다.
자본은 산재사고에 대해서 ‘당사자 부주의 또는 안전보건 법규위반’등 개별 노동자의 문제로 선전하고 있다.
정부 또한 노동자의 건강을 현장의 구조적인 원인 보다는 개별 노동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집단적 노사관계법이 아닌 개별적 노사관계법으로 규정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그리고 노동운동진영 또한 노동조합의 조직적인 사업으로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지 못하고, 임․단협 투쟁에 있어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부차적인 전술로써 배치한 것도 사실이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소위 웰빙(Well-being)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잘 살자’라는 뜻일 것이다. 굳이 첨언을 하면 ‘건강하게 잘 살자!’ 정도가 될 것이다. 건강이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이다. 그런데 국민적 관심사가 된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반면에 구조적 요인은 없고 개별적 문제로 정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노동자가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망가진 몸을 1달에 10여만 원씩 들여서 스스로 치료해야 할 것이다.
3. 노동안전보건위원회 건설을 다그치자.
위에서 언급한대로 노동자건강권 관련한 사업은 노동운동에 있어서 중요 부분이다. 자본은 현장통제의 수단으로 고용유연화와 규제완화 등을 주장하며 노동자의 건강을 파괴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부 산하에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공단을 별도로 두고 있을 만큼 산업재해에 대하여 민감하다. 물론, 실질적인 대책마련보다는 전시행정 중심이지만….
민주노총은 이러한 자본과 정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뿐만이 아니라 조직, 교육, 선전 등 총체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권의 파괴는 건설과 제조업을 넘어 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조건에서 몇몇 연맹의 참가가 아닌 민주노총 전 조직적인 참가가 보장되는 상설적 조직이 구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건강권관련 사업은 전문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업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조건들을 살폈을 때 전문가들의 참여가 포함하는 노동보건위원회의 건설은 현재 민주노총의 조건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므로 시급하게 추진하여야 할 조직적 과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은 단지 민주노총 중앙 차원의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넘어 각 가맹조직과 산하지역본부, 더 나아가서는 각 단위노조도 중층적, 총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