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06년 12월 8일 금요일 오후 3시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참석 : 김신범, 이현정(교육센터), 김주환(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 임재경(서울일반노조 위원장),최명선(건설연맹 산업안전부장)
최명선 : 건설은 산재문제에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연맹도 그렇고, 활동가들이나 현장 노동자들도 높습니다. 문제는 주체입니다. 주체 발굴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고민하고 시도해왔습니다. 문제를 정리하자면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현장 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며, 두 번째로는 안전보건 문제가 집단적으로 확산되기 위해 활동가를 양성하는 훈련, 그리고 세 번째가 핵심주체의 문제입니다. 한 가지씩 보겠습니다.
먼저 지원체계입니다. 현장에서는 사고조사나 안전점검 같은 구체적인 일들이 벌어집니다. 현장 활동가들은 이럴 때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이것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간부들이 생기면 이들은 안전보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게 됩니다. 연맹의 담당자인 제가 모든 현장을 따라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안전보건과 관련한 여러 가지 싸움이 벌어질 때 지원체계가 없기 때문에 단위노조에서는 안전보건 투쟁을 단기적 투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안전보건 활동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스스로 이 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기 보다는 투쟁의 한 소재와 계기로만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건설현장은 아주 많은 안전보건 사안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하나하나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지원체계만 있다면 한 활동가가 현안을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 안전보건 투쟁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지원체계가 취약합니다. 그래서 연맹에서는 여러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한 적 있습니다. 노무사나 변호사나 산업의학 전공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 체계를 만들어서 건설현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시도했습니다. 끝까지 추진되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여전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는 꾸준한 교육과 훈련입니다. 현장 활동가들이 일상적인 조합원 교육이나 그런 활동을 하면서 커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은 아예 포기하고 사고처리나 산재상담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이 활동을 잘하면서 투쟁을 해서 교육시간도 확보했는데, 무슨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다보니 포기하게 됩니다. 간부들이 꾸준하게 안전보건교육을 가져가야지만 이후에 후속조치와 새로운 사업이 생기는데, 사고처리반처럼 되어버리니 고민이 축적되지 않고 단절됩니다. 사람 바뀌면 끝입니다. 이 때문에 작년에 한국산업안전공단의 민간단체 지원프로그램에 8억정도 프로젝트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건설현장의 안전보건교육이 너무 형식적입니다. 직종별 맞춤교육이 필요한데, 이것을 잘할 수 있는 곳은 우리 노조밖에 없으니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한 것입니다. 교재도 우리가 개발하고 강사도 키워나가고 그러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건설연맹은 건강조사를 해놓은 것도 있고, 유해물질 조사를 해놓은 것도 있습니다. 원진 연구소의 최상준 박사가 건설현장 유해요인물질을 정리했습니다. 이런 것 자체를 노동조합 간부들과 공유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주체형성을 넓게 중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핵심주체 문제입니다. 모든 것의 열쇠가 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 건설연맹에서도 제가 안전보건에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됩니다. 앞으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임자나 반전임이라도 만들어내어야 될 텐데 그게 어렵습니다. 답이 안 나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직들 몇 개에서 몇 명 세워보려고 합니다. 가능한 곳을 설득해서 한두 명이라도 확보하고, 주체를 확산시켜나가는 방법을 가져야 합니다. 주체 문제는 절대로 단기적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닙니다.
발제하신 내용은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그런데 우리 연맹은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이 진행되었고 정리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회의 몇 번 해서 정리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뛰어들어서 답을 찾는 것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조금이라도 해보려는 현장 활동가들을 안전보건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뛰어들어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신범 : 건설은 사실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고민 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 같습니다. 일반노조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임재경 : 사실은 이번 간담회 발제자료를 받고서 처음 고민했습니다. 일반노조는 역사 자체도 얼마 안됐고, 사실 가장 이런 걸 많이 고민할 단위이긴 한데…. 대부분 영세사업장이라 사회적 보호로부터 배제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필요하긴 한데, 우리 여건이 그렇지를 못합니다. 작년에 유일하게 서울지역 일반노조에서 한 것이 성수동지역 노동복지실태 조사사업에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큰 역할을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사업장들이 모두 열악한 것은 사실이고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기는 했습니다. 조사사업을 추진한 여러 단위들이 모여서 올해에는 교육이나 지역선전 사업들을 전개하자는 얘기도 했습니다만, 우리 일반노조에서는 그 사업을 보류하였습니다. 지역노조들은 역량이 부족합니다. 우리가 만약 안전보건 관련 일을 한다면 산업안전에 미친 사람이 나와서 ‘열심히 하겠다’ 작심하고 달려들지 않으면 어려운 조건입니다.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크지만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영세사업장들은 산재보험 가입률은 의외로 높은데 혜택은 받지 못합니다. 많이 숨깁니다. 불안하고 영세하다보니 스스로 참습니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일한 조합원은 자기가 다치니까 아프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실제 그렇습니다. 굉장히 심각합니다. 산재보험이 있는 것도 알고, 가입된 것도 아는데 신청을 못합니다. 영세사업장일수록 그런 것이 강합니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자연스럽게 노동자가 권리라는 의식을 가지고 산재로부터 보호받고 적극적으로 산업안전문제를 제기하고 사업주가 책임지도록 하는 개입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실 조건이 많이 어렵습니다. 누구 하나 미치게 만들던가...
김주환 : 산재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또 누구 하나 산재로 만드는…
다같이 : 웃음
김신범 : 옛날에 제화노조가 이 활동을 해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이 지하에 있는 제화공장들을 지상으로 끌어낸 적이 있었습니다.
임재경 : 네, 업종이 딱 하나의 종류면 그런 활동이 가능합니다. 그게 심각한 문제니까 그 문제를 걸고넘어지면 수 백 명이 동일한 입장에 있는 것이고 지역에 몰려 있으면 나름대로 사업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반노조에 제화관련 조합원들이 열 명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서울일반노조는 여기까지 힘을 쏟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일반노조 혼자 하기 보다는, 영세사업장 모임이 있습니다. 오늘 간담회에 그 모임 사람들이 같이 왔으면 얘기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영세사업장 모임은 노동부의 영세사업장 실태조사와 감독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노동조합이 개입하기 위해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성과를 그냥 날릴 수 없다는 공동의식이 있다. 같이 후속사업을 한다거나 무엇일 할 지 고민하기 때문에 이런 제안이 좀 필요한 시기이고, 필요할 수 있습니다.
김신범 : 네, 잘 알겠습니다. 한편으로 저희가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노조를 비롯한 지역노조와 서비스 연맹, 여성연맹 등은 조직대상이 겹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겹치는 영역에 보편적인 활동론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가지고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센터는 여러 가지 고민을 일찍 시작한 조직입니다. 어떠한 계획이 있고 활동이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주환 : 비정규운동도 고민이 많습니다. 그 동안은 비정규 문제를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의제화하고 현실을 알려낼 것인가를 중심으로 진행해 왔고, 비정규개악법안이 그 흐름 속에서 제도화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런 흐름과 아울러서 비정규운동 고민을 내용적으로 진전시킬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산안문제 등에서 밀도 있는 고민이 되어야지만 현장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와 호흡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형성이 될 텐데, 어떻게 보면 비정규운동이 떨어져 있었던 편입니다. 그동안 워낙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비정규 노동 차원에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무료봉사하는 한의사, 의사들이 같이 이태원가서 실태조사를 해보니, 서비스 쪽 여성노동자 50%가 근골질환이 나왔습니다. 서비스 직종에서는 산안문제가 전혀 안 되는데, 참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루에 열 시간, 열두 시간씩 서서 일하는데 병 안 걸리는 게 희한한 일입니다. 요즘 텔레마케터도 심각합니다. 텔레마케터 임금이 높기는 높습니다. 이삼 백씩 됩니다. 하지만 텔레마케터는 일 년 이상 일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너무 힘드니까 힘들면 집에서 쉬었다가 합니다. 그래서 이동이 굉장히 심합니다.
비정규직의 제도적 배제는 언젠가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해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실 소극적 배제입니다. 제도는 있되 실제적으로 적용이 안되는 것입니다. 소위 영세사업장에서 그렇듯 비정규직도 워낙 회사 눈치를 보고 고용불안이 심각하다보니까 스스로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실제 제도는 있으되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커다란 고민이 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조직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크게 보면 이런 구상들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논쟁적인 고민들이 있습니다. 세계적 경향을 보면 한 가지 조직화 경향이 산별노조로 집중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기존의 조직방향과 조직 활동방식 논의가 일정정도 한계에 왔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비정규노동, 불안정 고용 노동, 파편화된 노동자들이 생기면서 이런 사람들을 집중화시키기 위한, 조직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 방식들이 개발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논의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는데, 산안문제들과 관련해서 그렇게 접근해 볼 수 있겠습니다. 막연하게 조직을 놓고, 조직을 통해서 무엇을 하려는 것은 곤란합니다. 산안문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역에서는 연맹구조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산안문제를 가지고 지역과 전국에서 문제화 시키고 이것이 캠페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동자원들이 모여 네트워킹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조직들이 네트워킹에 들어가 소통하면서 조직기반을 확대할 수도 있고, 문제를 풀 수 있고…. 진지하게 고민해 본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안문제가 가진 특수성이 있습니다.
아까 조직적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금속 같은 경우는 어쨌든 자원이 있으니까 산안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데, 더 시급한 곳은 자원이 없으니까 오히려 접근을 못하는 모순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에서는 자원이 없는 것이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상황일 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를 풀어보려고 해야 합니다.
임재경 : 지나치게 아전인수격인지는 모르지만, 근기법 안 지키는 사업장 무지하게 많습니다. 법,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지키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부당해고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부당해고 했다고 징역사는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처벌을 솜처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지키게 하는 것입니다. 방법은 결국은 노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조가 힘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조직화가 굉장히 중요하고 노조 가입률이 확대되는 게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조직활동을 해본 사람은 금방 느낍니다. 사업장의 현안 가지고 조직하면 깨진 독에 물붓기입니다. 이건 아닙니다. 사업장 단위로 현안문제가 해결되면 활동도 잦아들고 다시 투쟁력을 복원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노조 대표자들이나 간부들은 금방 답을 냅니다. 현안문제 중심이어서는 안 되고, 어떤 의제를 가지고 조직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업안전이 주 의제가 될 수도 있고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문제 중 사회 의제화 할 수 있는 것 중 구체적인 것을 걸고 지역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일을 하려면 엄청난 물량과 역량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명선 : 김주환 동지가 조직화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건설에서 조직화 자체는 5년 전부터 나름대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안전보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건설연맹에서 안전공단에게 교육요청을 할 때도 있고, 노동계에 강의를 요청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하는 것을 보면 안전보건 주체형성이나 활동방식에 대해 제안하는 것이 전부 제조업 공장 중심의 방안이라는 것입니다. 100% 그렇습니다.
비정규 노동자는 그걸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됩니다. 건설 비정규 노동자 중에서 조직된 비정규 노동자는 플랜트입니다, 7~8천됩니다. 그런데 안전보건이 잘 안 됩니다.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직업병 문제는 건강검진도 필요하고 작업환경측정도 필요하고 그렇게 해서 직업병 인정받으면 현장복귀 문제도 필요한데, 현행법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현행법 자체도 안 맞고요. 노조가 힘이 세니까 법을 지키라는 요구도 하고 밀어붙이기도 합니다만, 잘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오히려 좌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은 현장 접근을 못 합니다. 조직화도 안 되고. 건설현장 가보면 2미터 50센티의 펜스가 쳐있는데, 맨날 거기서 2백 명 모여 집회해도 펜스 문 하나도 못 뜯습니다. 문을 치고 들어가면 싸움 나고 몇 명 구속되고, 이런 상태입니다. 어떻게 사업장으로 들어갈 수 있냐, 이런 문제입니다. 그래서 그 동안 명예근로감독관이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를 줄기차게 얘기해왔던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노동부는 완강합니다. 죽어도 못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투쟁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단위 사업장 내에서는 해결이 안 되고, 결국에는 지역이나 산업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함에도 소규모 투쟁이 벌어지면서 깨지고 투쟁하고, 깨지고 투쟁하고… 패배 경험만 자꾸 쌓이는 상태입니다. 물론 건설에서 근로감독관이나 안전감독관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풀어내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계속 찔끔 찔끔 제기는 되는데 돌파는 안 되는…. 그 문제가 안 풀리면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뿐만 아니라 안전보건 활동도 할 수가 없습니다. 현장을 출입할 수 없는 상태니까 사업장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과 모임하고 끝나는 겁니다. 조직된 노동자조차도 단기 고용이나 여러 가지 특성 때문에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재의 구조는 직업병 조사하면 “많다!”고 알리기만 하고 더 이상 할 게 없는 상태입니다. 주체형성 문제도 중요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 비정규노동자의 노동과 고용형태에 맞는 안전보건 활동의 방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합니다. 방식이 축적되지 않고 대안도 없고, 그래서 많은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되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끝나버리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이런 상황에 답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김신범 : 두 가지 주제가 만들어졌습니다. 따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공장을 탈피해서 산업별로 접근하는 안전보건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서비스 노동에서의 안전보건활동론 같은 것이 정립되어야 하겠네요. 2003년도에 산안법 개정, 특히 보건규칙 개정 과정에서 서비스 노동자를 위한 중요한 문구가 바뀐 것이 있습니다. 뭐냐면 ‘장기간 서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지급할 것, 특별히 서서 일해야 하지 않는 이상’ 이런 것들이 법에 문구로 들어가는 것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을 가지고 현장을 조직해 가면, 그들이 겪는 근골격계 문제들, 그들의 특성, 주로 사업주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와 우리 논리들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이런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중요한 문제 같습니다.
또 하나는 현장 접근도 잘 안 되고 그런 문제들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여러 사업장에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면서 큰 덩어리로 묶어내는 것입니다. 우리 운동에서 주로 요구해왔던 것이 지역에서의 노동자 감독권을 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이게 유의하다고 본다면 싸워서라도 만들어야 됩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계속 싸우면서 우리에게 감독권을 주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계속 터지지 않느냐고 의제로 만들고 대립지점으로 만들어서 이걸 법으로 만들 거냐 아니냐를 판단하게 만드는 과정까지 가도록 해야 합니다. 어떻게 기획하고 조직할 것이냐는 판단해야 될 문제입니다.
첫 번째의 산업별 접근법은 품을 들이고 준비를 여러 조직들이 모여서 같이 해내야 하는 문제일 겁니다. 두 가지는 어쨌든 별도로 논의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최명선 : 서비스, 의자를 지급하라는 것 몰랐습니다.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 지역 위원회가 비정규 사업에서 어떤 부분을 고민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약에 진짜 의자를 지급해야하는 것이라면, 민주노동당이 집회에 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역의 까르푸나 이마트 이런데 가서 이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지급해라, 당신 지금 허리 아픈데, 직업병이다. 그런 활동들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주환 : 당에서도 비정규노동자를 조직하려고 하는데, 고민이 잘 안됩니다. 4개 비정규지역센터를 만든다고 합니다만, 당이 비정규 운동을 하는데 지역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정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한번 해봐라 정도입니다. 그래서 아까 네트워크 얘기를 한 것입니다. 다시 얘기하면, 대충 모아서 해보자거나 개별 부분 활동가들을 모으는 것은 무모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당이나 민주노총, 각 연맹들, 기본 조직시스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본적인 조건들을 확보해 놓고, 7부 능선까지는 이 시스템으로 해 놓고 나머지 3부 능선을 여기 관련할 수 있는 사람들이 넘게 하는 시스템을 짜야 합니다. 밑바닥부터 다 하라고 하면 만만치 않습니다. 논의를 해서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당, 단체들 모아서 전국적으로 사업체계에 대한 조망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역별로는 어렵지 않습니다. 울산은 중공업 하고 울산단지, 여수는 화학산업… 정해져 있습니다. 수도권은 유통산업을 집중적으로 하고. 이렇게 몇 가지 지역별로 나눠서 하면 됩니다. 집중하고 소통하면 됩니다.
최명선 : 건설 안전보건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비정규, 중소영세 노동자 문제가 그것을 보는 시민이나 노동자로 하여금 뭐하자는 것인지 잘 모를 것 같습니다. 목표를 단순하게 정하고 가야 합니다. ‘의자를 줘라’ 이런 것처럼 무엇인가 승리 경험을 봐야 그 사람이 또 조직을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안전보건 사업도 개인적으로 답답하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추상적이고 너무 포괄적이고… 물론, 민주노총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계속 총론적인 목표와 제기를 몇 년 동안 계속하는 것은 반성해야 할 지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 좀 과감하게 비정규노동자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핵심이다, 그러니 금속, 화섬, 공공, 보건 4개 핵심조직은 알아서 해라, 민주노총은 비정규 노동자 문제에 집중할게. 이렇게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4대 연맹이 동의해주면서 힘을 실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핵심문제다 최소한 이것 가지고 싸워보자 하면서 투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로 동의하고 가주는 것이 필요한데, 그것이 잘 안됩니다.
김신범 : 말씀하신 것처럼 7부 능선까지 넘게 만드는 과정에서 각 단위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총연맹이 취약분과를 만들면서 슬로건을 정하고 그 슬로건을 가지고 싸움을 붙여나가면서 그런 것들이 성과들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을 겪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내용적으로 충분하게 고민이 크다거나 이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험들이 미천한 상태에서 모여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입니다. 정말로 현장에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여수 생각을 많이 합니다. 여수건설은 이제 좀 할 얘기가 있습니다. 그 동네 건설노동자들하고 ‘이것은 좀 싸우자’라고 제기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공장 입구에서 아침에 혈압 재가지고 누구누구 혈압이 높아서 못 들어오십니다. 이건 인권 침해입니다. 건설노동자의 휴대폰을 뺏는 것은, 여수시에서 운영하는 재난경보 문자메시지를 받아볼 권리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여수시가 수정안을 가지고 나오든가 공장들이 휴대폰을 지급하든지. 이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최명선 : 싸웠습니다. 돌파를 못 해서 그렇지.
김신범 : 곳곳에 널려 있는 문제들이고, 조금만 알게 되고 보이게 되면 전부 다 조합원 조직하고 싸워야 될 문제들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것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안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 2~3년 전에 건설노동자들을 대하면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금속노동자들만 알다가 건설노동자를 만나서 할 얘기 없는데 교육하라면 나도 미치겠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수 건설 동지들, 광양 쪽까지는 가능합니다. 이런 노하우를 가진 활동가들이 모이고 고민하는 풀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지 고민이 큽니다.
최명선 : 다른 면들도 있습니다. 왜 안 싸우냐 하는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고 참고 있는 겁니다. 고용이나 해고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입니다. 여수가 똑같습니다. 휴대폰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서 싸웠는데, 안됐습니다. 연행되고, 구속되고. 그 다음에 조끼랑 여러 가지 관련해서 기자회견하고 집회하고… 그것 때문에 삼백 명 잘리고 난리를 쳤습니다. 안전보건 활동의 고충은 더 큽니다.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을 가지고 바로 바로 싸우면서 정리하고 치고나가야 하는데, 이것이 전체 조직의 리듬이나 템포와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축되고 갈등이 생깁니다. 그만둡니다. 지도부 뿐 아니라 조합원들에게도 문제제기를 받습니다. 조합원들이 엄청나게 공상으로 산재은폐를 합니다. 산안부장이 산재로 처리를 해야 된다고 주장하면, 그게 산안부장에게 화살이 돼서 돌아옵니다. “네가 나 책임질 거냐?” 이렇게 돌아옵니다. 고용과 여러 가지 조건 속에서 안전보건 활동은 좌절을 겪게 됩니다.
김주환 : 구조적으로 싸움을 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도 있는 반면에 감내할 위험도 있습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위험이 굉장히 큽니다. 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울타리가 있습니다. 지켜주기 때문에 가능성을 보고 전진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위험이 큽니다. 조직이 있어도 정규직 노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플랜트 말고 나머지 조직은 굉장히 취약합니다. 결국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싸우게 하려면 결국 엄청난 혁명적 정세가 와야 하는…
다같이 : 웃음
김주환 : 그런 정세가 오기 전까지는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런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네트워크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치, 이런 기준을 가지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망들이 확보가 되어야 주체들이 호흡하면서 진전을 하게 됩니다. 건설도 조직이 내용적으로 커갈라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최명선 : 예전에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안했습니다. 요즘에는 업체들이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현장에서 그 노동자가 뭔가 문제가 되면 3개월 뒤에 고용을 안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뭔가를 하는 만큼 걔네들도 대응을 합니다. 일상적으로 안전보건 활동가들이 제일 일이 많고 현장을 많이 다니는 분야입니다. 어떻게 해야 현장에서 그나마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쭉 갈 수 있을 것인지, 무엇을 지원하고 공유해야 하는지 준비해야 합니다. 그게 잘 구축이 안 되고 공유도 안 되고 마련도 안 되니까, 나섰던 사람들이, 정말 적극적인 활동가들인데 반복되니까 좌절하는 것입니다. 안전보건 활동은 3D, 그냥 3D가 아니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3D입니다.
김주환 : 전체적으로 보면 원청의 산재 책임에서는 산안 쪽이 오히려 진전되어 있는 편입니다. 그쪽에서 운동을 전진시키는 게 전체 비정규 운동에서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지점에서 구체적인 일을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확장 가능한 조직이나 사업모델을 어떻게 만들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는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모델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이면 지역, 산업이면 산업, 집중해서 성공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전반적으로 비정규 노동과 산안 문제 관련해서는 우리가 참가할 수 있는 본보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신범 : 샘플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네요. 아이템은 몇 개 있습니다.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 건강 관련 주제가 하나 있고, 장치산업 일용건설노동자와 관련된 주제가, 각종 암들 문제가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관련 주제가 크게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운수… 법으로 보호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으니까, 또 하나는 업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원청의 책임을 끌어내는 영역이 하나 있고. 산업으로 분류하자면 어쨌든 현재까지 부각된 이슈는 세 가지 영역인 것 같습니다. 교육센터는 앞으로 이러한 문제로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오늘 힘을 얻었습니다. 비정규센터에서 유통서비스 관련 조직화사업을 하신다면, 교육센터가 결합해서 현장의 안전보건 문제를 진단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론을 정립하고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김주환 : 네, 가능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 토론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사업 영역이 법제도가 있고, 구체적인 현장 사업들이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각 산업별 특성에 따라 수위가 다른 곳에서 중심이 잡힐 수도 있습니다. 유통서비스는 당장 눈에 띄는 문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장 중심으로 의제화 해서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건설은 현장도 중요한데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막혀서 진전이 안 되는 것이므로, 오히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한꺼번에 다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건설현장에서 먼저...
최명선 : 건설이 제일 반대가 심합니다. 다른 곳은 한다고 해도 건설이 죽어도 안 한다고 합니다. 이번에 포스코가 현장출입을 막았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 것입니다. 조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하청으로 수천 명이 있고 임단협도 있는데. 그게 그 현장의 재산권의 문제이며, 원청의 재산권 문제이므로 자본은 당연히 막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노동부 근로감독관도 일주일 전에 신고하고 들어가야 한답니다. 이렇게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김주환 : 쉽게 말해서, 전체 전선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부분에서 부분, 부분 파열을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법제도 투쟁을 평가해 보니 이런 경향이 있습니다. 모아서 의제를 만들어 놓고 밀 때까지 밉니다. 그런데 끝까지는 안 밀리니까 끝에 가서는 타협합니다. 차라리 현안 부분에서 균열을 내 놓으면 진전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반이라도 건집니다. 기본적으로 법제도 투쟁에서 전략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법제도 투쟁은 구체화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현장이 결합할 수 있도록 의제화해서 전체 전선을 끌고 가야 합니다. 막연하게 명예산업안전근로감독관 쟁취하자 그러면 현장에서 절실하게 안 오니까 지점이 형성이 안 됩니다.
김신범 :서로 시간이 많지 않아 이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건설 쪽은 아는 것을 해야 합니다. 배관분회하고 여수건설하고 지역에서 한 번 사업을 기획하는 것은 어떨까요?
최명선 : 당장은 역학조사에 달라붙어야 합니다. 광양, 여수인데 플랜트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김신범 : 비정규센터에서 고민하는 서비스유통 관련된 고민들을 교육센터와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김주환 : 같이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마트, 까르푸 조직화 하고 있습니다. 얘기해서 필요하면 회의단위 결합하고 같이 사업을 잡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김신범 : 감사합니다. 오늘 토론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교육센터가 비정규 영세, 여성 노동자들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는 자리가 되었다고 자평합니다. 다시금 내부에서 논의를 하고 비정규센터를 방문하겠습니다. 건설은 건설 방식대로 결합하겠습니다. 일반노조도 다른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관심 가져 주시고 지켜봐 주십시오. 오늘 함께 논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