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고사망률 절반감축 목표가 무색한 정부의 더딘 걸음에 통분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안전조치 요구를 당장 수용하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오늘로 119일째 거리 농성 중이다. 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에 요구하는 사항이 무리한 내용이라 이렇게 오랜 시간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데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을 바꾸라는 얘기도, 법을 제정하라는 얘기도 아니다. 규칙이나 고시 정도의 수정으로, 심지어 공문 하나만 작업장에 내려 보내도 되는 아주 간단한 요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답변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의 일환인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률 절반 감축’이라는 목표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금속노동자들은 대표적인 제조업 노동자들로 우리나라 산재사고 사망의 핵심 피해자들이다. 약간의 현장 개선을 통해서라도 산재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면 이는 피해 노동자들에게도, 심지어 고용노동부에게도 큰 득이 되는 일이다. 당장 크게 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직면한 현장의 문제 몇 가지를 개선하자는 것인데 고용노동부의 무관심, 무능은 도를 넘고 있다.
1. 고용노동부는 직접 작성한 ‘작업중지 및 해제 기준’을 지방노동관서가 준수하도록 강력히 지도하고, 강제해야 한다.
이는 중대사고 발생 시 후속 사고를 막도록 작업을 중단하고 철저히 원인을 찾고 안전조치를 한 후에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당연한 일이고 상식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규정이지만 현행 법에 따르면 지방관서장의 자율성에 맡겨져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법 자체를 바꿔야 하겠지만 당장은 중앙에서의 강력한 지도만으로도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2. 고용노동부는 ‘위험성 평가’ 과정, ‘공정안전보고서’ 심사과정에서 노동자 참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다른 법에 없는 조항이 있다. 바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다른 나라도 다 그렇기 때문이다. 심지어 핀란드는 노동자위원의 참여율이 70%에 이른다. 둘째, 피해 당사자가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참여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회를 만들려면 규모가 큰 사업장이어야 하고 업종 제한도 받는 문제가 있다보니 결국 주요 위험 평가 과정에서는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구조를 의도적으로 만든 경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업환경측정’,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 조사’와 같은 경우이다. 그런데 ‘위험성 평가’에서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공정안전보고제도’에서도 노동자 대표가 참여할 권리가 없다. 이는 사업주의 독단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고 결국은 알권리를 확보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는 관련 규칙이나 고시를 개정하면 끝나는 일이다.
3. PU코팅장갑 DMF(디메틸포름아미드) 노출경험을 통해 반성하는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적극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금속노조는 PU코팅장갑을 착용하고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서 DMF 노출을 확인하였다. 암에 걸리거나 생식장애를 앓게 될 수 있고 간 등 특정 장기 손상을 입게 될 수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화학제품(또는 이용제품)에 대한 관리와 기준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고시에서는 작업장의 화학적, 물리적 유해인자를 무려 730여 종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그 중 1/3 정도만 작업환경측정이나 특수건강검진 대상으로 선별하고 있는 모순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모두는 측정대상이 되어야 하고 관리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또한 규칙을 바꾸는 수준이면 된다. 시간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로드맵을 제시하라.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무대응, 무반응은 후안무치한 처사이다.
DMF(디메틸포름아미드)는 고용노동부가 고시하고 있는 핵심적인 유해물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것은 장갑으로 가공된 상품의 형태라는 이유 때문이다. 무관심의 극치이다. 피부나 호흡기에 노출될 수 있는 모든 작업관련 물질과 도구, 심지어 보호구는 노동자에게 안전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감독과 지시만 이루어진다면 현장은 한층 개선된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큰 한 방을 기대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챙겨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금속노조의 상식적인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
2018.08.07
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