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투쟁 5.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실시 사업장 9.8%에 그쳐(2004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실시 사업장 9.8%에 그쳐(2004년)
김은기
꿈틀, 2004년 8월호
민주노총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 04년 6월 30일까지 의무적으로 실시하여야 하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실시 여부를 산하 764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조사결과를 7월29일 발표함과 더불어 미실시 사업장 128개의 사업주를 노동부에 고발 조치했다.
2002년 말 개정되었고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1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서는 올해 6월 30일까지 최초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지난 7월 12일부터 2주간에 걸쳐 총 6개 업종 764개 사업장(금속 245개, 보건 127개, 화학섬유 133개, 택시 196개, 서비스 57개, 공고 6개)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실시 현황을 전화 인터뷰를 통하여 조사하였다.
그 결과 약 9.8%(75개) 만이 법적 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7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결과를 발표함과 더불어 논평을 냈는데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근골격계 질환은 반복작업과 중량물 취급은 물론이고, 과도한 작업량․작업시간, 절대적으로 부족한 휴식시간, 구조조정으로 인한 작업인력부족과 정신적 스트레스의 증가로 발생한다. 최근 5년 간 근골격계 질환자 발생추이는 99년 190명, 00년 1009명, 01년 1598명, 02년 1827명, 03년 4532명으로 99년과 비교해서 약 2400%나 증가하는 등 이미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직업병이 되어있어 구체적이고 적절한 예방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둘째, 더욱 심각한 것은 근골격계 질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금속, 화학, 보건 같은 업종에서조차 노동부 고시인 근골격계 부담작업 범위를 핑계로 유해요인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 건강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근골격계 질환 예방제도가 정부의 실책으로 무용지물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셋째,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법제화 과정에서 경총은 물론이고 노동부와 규제개혁위원회는 한 목소리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조치의 시기상조와 사업장 준비 부족’을 주장하며 법률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03년 노동부가 근골격계 부담작업범위를 고시로 제정하면서 더욱 노골화되었다. 그것은 바로 근골격계 질환을 발생시키는 작업이 고작 11개 작업에 한정되는 것으로 규정해 사실상 예방제도를 껍데기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이 같은 내용으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제도를 제도화시킨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워 사실상 정부 스스로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의사가 없음을 공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지도조차 거의 없었던 것도 유해요인조사가 진행 안 된 주요한 요인인데, 노동부의 유해요인조사 해설서가 조사 종료시점을 불과 4개 월여 앞두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은 이번 실시 현황조사결과를 보면서, 노동자 건강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노동부의 잘못된 고시 때문에 현실성도 실효성도 없는 껍데기 제도가 되었다고 판단한다. 이에 민주노총은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노동부의 근골격계 부담작업 범위 고시 즉각 폐지
△미실시 사업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제도 이행 촉구를 위한 감독강화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대책마련
이를 위해 우선 128개 미실시 사업장 사업주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하여 정부의 법 집행 의지를 확인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제도개선투쟁과 지역차원의 고소고발투쟁을 광범위하게 전개하면서 노동자건강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정부와 자본에 강력히 투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