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단 노후설비 실태파악과 개선대책이 시급하다
지난주 이틀사이에 국내외에서 2건의 큰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국내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여수의 해양조선소이고 국외는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 도심 한복판이었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참사의 공포에 가슴 쪼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 충분하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노후화된 암모니아 가스통, 석유화학공단 노후설비실태는 더 심각하다
7월 31일 오후 4시 13분 전남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여수해양 조선소’에서 발생한 암모니아 누출사고이다. 현재까지 사고원인으로 수리 중이던 참치운반선에 있던 암모니아 보관 가스통이 노후화되어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누출된 암모니아로 인한 화상, 질식 등으로 1명이 사망하고 2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암모이나는 냉매제로 화학산업에 주로 쓰이며 위험성은 용기가 열에 노출되면 파열 또는 폭발할 수 있고 산과 격렬히 반응, 폭발성과 부식성 가스가 형성되는 화학물질이다. 인체에 노출 시 호흡기 자극으로 호흡곤란, 폐부종 등의 증상과 피부 자극에 의한 화상, 상처를 통해 혈류로 유입 시 전신에 위험한 손상을 일으킬 만큼 치명적이다. 암모니아는 환경부가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상 유독성과 폭발성이 강해 인체에 위해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한 69종의 사고대비물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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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은 지난해 3월 여수산단 대림산업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화학물질 참사가 있던 곳으로 이번 사고로 지역주민의 정신적 충격은 더 심하다. 암모니아 누출사고로는 올해 2월,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한 남양주시 빙그레공장 암모니아 누출폭발사고 이후로 5개월 만에 발생한 사고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 여수해경 제공)
이번 사고의 위험성은 노후화된 설비로 인한 누출사고라는 점에 있다.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서 설비가 수시로 점검되지 못하고 제때 교체보수되지 못하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고였다. 일과건강은 작년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 대책활동과정에서 개최한 ‘2013년 주요산단 화재, 폭발, 누출 사고은폐현황 설명회(관련기사
http://safedu.org/index.php?mid=column&page=3&document_srl=54302)’를 통해 우리나라 석유화학산단 주요설비 노후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노후화된 설비로 365일 돌아가고 있는 석유화학공단은 말그대로 화약고나 다름없다. 이번사고을 한 지역 조선소에서 가스통 하나가 노후화되어 일어난 사고로 치부하고 마무리되면 안되는 이유이다.
<주요 석유화학단지 현황자료 출처 :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 2008>
석유화학단지
| 규모(km2)
| 업체수
| 작업자수
| 조성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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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 43.9
| 407
| 27,995
| 1968년부터
|
여수
| 37,711
| 182
| 13,621
| 1970년부터
|
대산
| 8.0
| 13
| 3,420
| 1988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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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 조성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는 여수, 울산, 대산 지역에 조성된 국가산업단지이다. 이 중 여수와 울산국가산단은 40년 이상이 된 오래된 설비가 대부분으로 설명회에서 발표된 현장증언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시급히 실태점검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OO석유화학단지 A사 노동자 증언에 의하면
가동을 시작한지 오래된 설비 중 특히 배관,밸브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정비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황산 등 취급물질이 수시로 누출되고 있으며 이를 발견한 현장노동자들이 고무장갑 등을 이용, 임시방편으로 막고 처리반(공무팀)이 올 때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누출사고는 보고되거나 사고통계로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노후설비가 교체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이번엔 여기다. 샐지 모르니 조심해라. 설비를 교체해야 하는데 바꿔주질 않는다.’라고 공무팀 관계자의 하소연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공무팀 관계자는 ‘회사장비설비계약시 저가로 구입하니 노후가 빨리되는 것도 문제고 공장 세운지 30~40년인데 정기적으로 공정별로 설비점검하고 교체해야 하는데, 사람도 더 필요하고...그게 다 돈이예요. 그러니까 않하는 거예요.’라며 앞으로 예고되고 있는 사고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와 같은 노후화된 설비는 잦은 정비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어 공장 가동 시기는 물론이고 수리 과정에서 항상 사고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언제 사고가 발생할 지 모르는 일이다.
이번 여수해양조선소 누출사고도 평상시 안전보건조치 의무사항에 대한 설비 실태점검 및 보수교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1개의 가스통 누출사고로 멈췄다는 것이다. 누출이 폭발로 이어져 14개의 가스통이 연쇄, 폭발했다면 100여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던 사고현장이었던 만큼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대만 가오슝시 참사, 대한민국 여수시, 울산시가 될 수 있다
여수사고 다음날인 8월 1일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高雄) 도심에서 1일 석유화학공단 등에 공급하는 프로필렌 공급관에서 누출, 연쇄폭발 사고가 일어나 최소 24명이 숨지고, 290여 명이 부상당하는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현지 뉴스전문 채널 TVBS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가오슝시 첸전(前鎭)구에 있는 지하 석유화학 물질 공급관에서 누출 사고가 나 인근 하수도 통로 등으로 가스가 퍼지면서 연쇄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석유화학공단 공급관의 이상으로 인한 누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결배관이나 밸브 등의 바스켓 등의 노후화로 심심치 않게 누출이 일어나는 석유화학공단의 사례를 비추어보면 그렇다.
이번 사고물질인 프로필렌은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플라스틱 재료를 만드는 기본 원료입니다. 휘발유를 만드는 원유 분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거나 원유를 증류할 때 유출되는 나프타를 수증기 분해해서 에틸렌을 만드는 과정의 부산물로 생성되는 화합물질이다. 보통 생활주변의 모든 플라스틱, PVC 제품에 쓰이고 있으며 음식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 생명과 직결된 의료용 주사기 등의 제품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폴리프로필렌은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가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할 만큼 석유화학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석유화학산단에 존재함은 물론 화학업계인 SK가스,효성,여천NCC,롯데케미칼 등은 작년 대규모 신증설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대만의 경우처럼 석유화학산단은 배관을 통해 이러한 물질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후화된 설비로 인한 누출사고가 발생한다면 연쇄,폭발사고로 언제든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사고 시 제대로된 대응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알권법’이 절실하다
또한, 이번 대만 가스폭발 참사는 3시간동안의 초기대응 부실이 불러온 대형참사임이 밝혀지고 있다. 관계당국은 가스성분도 확인하지 못 해 허둥지둥이었고 안일한 대처로 주민대피도 안 시켜 사고를 키웠다. 폭발 1시간 전부터 누출로 인한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제대로된 확인절차도 밝지 않았으며 관련업체는 지하 공급망 이상을 확인하고도 숨겼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를 대거 동원해 가스가 분출되는 곳마다 물을 뿌려 누출 성분을 희석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최초 누출 지점을 찾는 데 실패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2012년 경북구미에서 있었던 불산누출사고 때와 너무나 닮아 있다. 당시 주민대피령은 4시간 후에 내려졌고 관계당국의 부실한 관리와 대처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소방관 18명 입원, 주민 1만2천명 검진, 주민보상액만도 380억에 이르는 초유에 산업,환경재해로 기록되었다. 이 사고 이후 화학물질관리와 비상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문제가 회자되면서 화학물질사고는 정부주도만으로 예방할 수 없으며 주민의 알권리와 참여가 보장된 지역중심의 관리체계가 있어야만 가능하고 대응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올해 5월 화약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여수지역에서 전국 최초로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조례’ 제정을 추진하였으나 소수의 여수시의회 상임위원들에 의해 본회의에 조차 상정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하반기에는 사고예방과 대응체계를 수립하는데 필요한 조례가 제정되어 화학물질 사고가 예방될 수 있길 바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이번엔 중국 중국 장쑤성 쿤산시의 한 금속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최소 69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중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정부당국과 관계기관에 간절히 요구한다.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노후설비파악과 개선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화학물질 사고의 근본적 대책이라 할 수 있는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이 하루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화학물질사고가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기록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글 : 일과건강 기획국장 현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