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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필자는 KT충북공대위 집행위원장 김순자 님 입니다. 기사 내용이나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KT충북공대위는 “KT여성노동자 인권침해, 부당해고, 노동탄압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북지역공동대책위원회”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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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티가 일면 부진인력관리프로그램으로 노동자를 어떻게 퇴출시켰는지를 알려 준 내부 문건 중 일부. ⓒ KT충북공대위




글_KT충북공대위 집행위원장 김순자


 


현장 작업장에 왠 영업전략 책?


휴대폰이 길에 떨어져있다. 주워서 돌려줄까? 두근두근 가슴이 뛴다. 누군가 내가 가는 길목에 저것을 떨어뜨려 놓고 내가 어떻게 하나 보려고 하는 것이다. 미치도록 가슴이 뛴다. 못 본 것으로 하고 빨리 자리를 피하자.


뒤에 차가 있다. 내 차를 따라온다. 어쩌지? 계속 따라오고 있다. 서둘러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제발 차선을 바꿔 다른 길로 가라. 제발.


전신주에 올라야 한다. 지난번 전신주에 올랐다 전신주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밀려온다. 다리는 떨리고, 사다리는 흔들리고, 까맣게 떨어지는 하늘, 차마 땅을 볼 수가 없다. 구토가 나기 시작한다. 도와달라는 전화에 동료는 “전화하지 마세요. 나도 힘들어요. 팀장이 도와주라고 하면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야속하게 끊어버린다. 주저앉아 누구라도 지나가길 기다린다. “도와주세요. 사다리 좀 잡아주세요.”


내 나이 쉰셋의 아줌마다. 작업차도 주지 않는다. 왕복3시간을 걸어서 현장작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산꼭대기 작업이다. 올라간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잠이 오지 않는다. 재빨리 약을 입에 털어 넣는다. 아픈 것도 들키지 말아야 한다.


밤 10시. 오늘도 이러고 있다. 벌써 몇 달째다. 책 한권 던져주고 자율학습을 하란다. 15kg 케이블선을 어깨에 지고 옥상을 오르내렸더니 피곤이 몰려온다. 무슨 교육을 한다는 건지 알 수 없다. 현장작업을 시켜 놓고 영업전략 책을 왜 주는가 말이다. 까마득한 후배 녀석이 교육을 한답시고 감시만 하고 앉아있다. 너무 졸리다.


17년간 충북에서 현장시설 업무를 하던 사람을 전북으로 발령을 내곤 영업을 하란다. 실적이 나올 리가 없지 않는가? 실적이 부진하다며 오늘도 경고장이 날라 온다. 매일 술로 잠을 청한다. 이번에는 시험을 보겠단다. 성적이 좋지 않다며 또 경고장이 날라 온다. 악착같이 공부한다. 목표점수에 도달했다. 목표점수를 올려 또 시험을 보겠단다. 미친 듯이 공부해서 목표점수에 도달했다. 다시 목표가 올라간다. 시야가 흐려진다. 똑바로 사람을 쳐다 볼 수가 없다. 약을 샀다. 죽어버려야겠다. 이 인간사냥꾼들!


위 내용은 (주)KT 충북본부 소속 노동자들 증언의 일부입니다. 이 노동자들의 충격적인 증언은 끝도 없이 계속됩니다. 너무도 담담하게 그저 그런 일상의 이야기를 하듯 합니다. 그러나 이 믿기지 않는 일들은 모두 사실이고 그들이 지금 겪는 고통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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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수년 전에도 '상품판매팀 전담팀'이란 이름으로 반 인권으로 노동자 퇴출을 시도한 바 있다. 그 사례를 모은 백서 발간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스무 명이 한 사람 퇴출작전 펼쳐


2004년 (주)KT의 ‘상품판매팀 소탕작전’은 이미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어진 바 있습니다. 감시, 따돌림, 차별, 비연고지 체임 등 회사의 반인륜적인 노동감시와 인권유린은 노동자들을 미쳐가게 만들었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은 저항했고 인권단체들은 분노했습니다. 2005년 드디어 4명의 노동자 목숨을 앗아간 상품판매팀은 해체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리 쉽게 물러설 (주)KT가 아닙니다. 2006년 4월, 이번에는 ‘부진인력 관리 프로그램’이란 퇴출프로그램을 비밀리에 하달하였습니다. 퇴출대상자를 파면?해임?퇴직시키는 것을 최종목표로 하는 치밀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명퇴 거부자, 114 잔류직원, 노조활동 경력자 등을 퇴출대상자로 선정하여 각 팀별로 할당합니다. 퇴출대상자의 개인별시나리오를 작성합니다. 성격, 장단점은 물론 가족관계까지 파악하여 공격합니다. 하달된 시스템에 맞추어 실적이 나오지 않도록 치밀하게 계획하여 업무를 부여하고 업무촉구, 경고장을 부여합니다. 가족관계 들먹이기, 창피주기, 폭언, 따돌림, 감시 등 다방면으로 파상공격을 합니다. 20명가량의 팀원들이 순진한 여성노동자 한명을 이 시스템에 맞추어 업무부적격자로 만들어 퇴출시키는 일은 누워서 떡먹기였습니다.


한 움큼 빠지는 머리카락, 늘어나는 수면제 양


그녀는 발버둥을 쳐도 성과를 낼 수 없도록 업무를 부여받아 왔고, 전신주 업무 등 여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 업무를 집중적으로 부여받았고, 야간에 혼자 남아서 교육이라는 명분의 자습을 강요받았습니다. 임금도 지급받지 못한 채 휴일근로를 강요받았습니다. 각종 업무촉구서, 주의?경고장을 정신없이 받아왔습니다. 평상시 엄격히 통제하지 않던 일상 직장생활 모든 것을 오로지 그녀만 가혹하게 적용받았습니다. 그녀를 겨냥한 각종 확인서를 작성하여 그녀 모르게 다른 직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축적하여 왔습니다. 근로기준법 상의 권리인 연차유급휴가도 심지어 병원진료를 위한 연가도 불허되어 왔습니다.  회식자리도 끼지 못했습니다. 인격적인 모독과 쌍스러운 욕지거리도 받아 왔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철저하게 인권이 유린당한 채 파면 당했습니다. 머리카락은 한 움큼씩 빠지고 수면제의 양은 늘어났습니다. 사소한 일에 날카로운 짜증과 분노를 담아냅니다. 홀딱 벗고 거리를 뛰어다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는 그녀의 일상은 이미 엉망입니다. 그러나 그녀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만명 가량의 노동자들이 (주)KT의 미친 프로그램의 퇴출대상자로 관리되고 있으며, 회사로부터 동료들로부터 실험실의 생쥐취급을 당하며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수도 없이 죽고 싶다고 합니다. 죽어서 이 고통을 끊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합니다. 차라리 몽둥이로 때려달라고 합니다. 팀장을 총으로 쏘고 싶다고 합니다. 퇴직했어도 (주)KT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고 끔찍해서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고 합니다. 팀장과 동료들의 눈빛과 폭언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뒤통수가 따갑고 불안하여 자주 뒤를 살핀다고 합니다. 갑자기 터질듯이 심장이 뛰어 숨 쉬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이렇듯 (주)KT로부터 받은 학대의 상처는 이미 치유되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방치된 채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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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청주에서 방영된 KT부진인력 관리 프로그램 실태를 알린 내용 중 일부. ⓒ KT충북공대위




KT의 반인권행동 낱낱이 알려낼 것


더 이상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주)KT의 너무도 반인륜적인 퇴출프로그램을 보아 넘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당당하게 인권을 찾아가는 일에 함께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KT의 전국사업장 노동자 사례를 모아 사회가 함께 (주)KT의 반인권적 행위들을 심판하고, 그 한가운데 놓여 있는 수많은 (주)KT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인권환경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을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주)KT의 이 잔인한 퇴출시스템을 반드시 중단시키고, 자신의 인간성을 상납한 채 회사와 공범이 되어 동료 노동자의 목을 물어뜯는 비겁한 노동자들이 이제라도 바로 서서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우선 우리는 시민들과 언론에 반인권적인 노동자 퇴출프로그램과 파렴치한 KT의 본모습을 낱낱이 알려내고, 다른 지역과도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로 인한 산재요양 신청을 비롯하여 전국적인 사례를 모아 철저하게 KT에 책임을 물을 것이며, 노동환경과 인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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