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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조기홍 국장이 제공한 글입니다. 기사 내용 및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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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실내환경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은행노동자들의 직업 관련성 질환은 외면받아 왔다. 그러나 셔터가 내려진 업무마감 이후에도 은행노동자들은 밀린 업무를 밤 늦게까지 한다. ⓒ kdaq.empas.com




글 _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조기홍 국장


 


금융위기가 노동자 탓?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으며, 우리나라 경제 또한 주가와 환율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개 속을 헤매는 실정이다. 언론에서는 기업퇴출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말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국민 특히, 노동자들은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은행노동자의 건강권을 이야기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이해할까? 경제위기에서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은행노동자… 펀드 손해, 환율 손해 등등 마치 은행노동자들에게 모든 잘못이 있는 것인 양 언론에서 떠들어 댔다. 정작 그러한 상황을 만든 정부, 경영진의 잘못은 덮어둔 채 일선 창구에서 일하는 은행노동자들에게 모든 사태의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노동자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불안감과 박탈감에 놓여 있다.   

 

우리는 자신의 직업이외에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은행 노동자 생활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은행 노동자들은 월급 많이 받고 깨끗하고 쾌적한 곳에서 일하고 4시 30분이면 문 닫고 퇴근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이야기 하면 사치스럽다는 생각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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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와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는 작년 12월 9일 '금융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은행노동자들 건강권 확보 방안을 논의하였다. ⓒ 금융노조




별 보기 운동하는 13시간 노동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가 시중은행 3곳을 대상으로 ‘금융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및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은행노동자들이 하루 13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근골격계질환, 우울증 등 작업관련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노동자들은 보통 11시 넘어 퇴근하기 일쑤고 주말에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까지 다닌다.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 은행에서 취급하는 각종 상품을 팔기 위해선 관련 자격증이 필요하다. “매일 늦게 들어가고 주말에 쉴 시간도 없고,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은행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은 일상이 됐다. 은행 노동자들은 우스갯소리로 “별 보기 운동을 한다.”라고 말한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퇴근해야만 하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퇴근 인사는 어느새 ‘좀 이따 보자’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구조조정과 경영방식 변화는 일선 은행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졌다. 노동강도 강화는 일선 영업점의 인원 축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고객 상담 및 금융상품 판매 위주의 영업으로의 변화 ∇원스톱뱅킹과 그에 따른 실적 경쟁과 ‘1인 多역’ 체제 ∇사업부제와 주주가치 위주의 경영이다. 거시적으로는 은행의 기업지배구조와 조직구조 변화, 미시적으로는 극심한 경쟁 환경에서의 일선 은행 업무의 성격 변화가 은행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노동자의 건강상태는 어떨까?


87%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 노동자들의 71%가 눈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었으며, 위염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도 40%에 달했다. 지난 1년간 작업과 관련한 근골격계 증상을 보인 빈도가 월 1회 이상이거나 증상 발생 지속기간이 1주일 이상인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감시대상’이 81%였고, 의학적으로 근골격계질환 관리대상으로 분류된 사람은 54.5%로 조사됐다.

“목이랑 어깨 쪽이 많이 아파요. 허리도 아프고요. 자꾸 몸을 움직여주고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아파도 병원 갈 시간이 없고 운동할 시간도 없으니… 은행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안 아픈 사람이 없겠죠? 아픈 곳이 가끔 따끔거리듯 아파요. 근무시간 외에 집에 가도 계속 아파요.”


직무스트레스 및 노동강도와 관련해서는 은행 노동자의 85%가 하루 근무 중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이 불충분하다고 응답했으며,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응답이 87%로 나타났다.


“점심식사는 고객이 있으면 못 가니까 굶을 때도 많죠.” “은행 문 열려 있을 때 계속 오시는 고객님들 대응하느라 시간이 없어 못하고 미뤄뒀던 일들을 은행 문 닫고 나서 마무리 짓고, 시제 맞추고, 고객님들께 전화도 드리면서 상품 설명도 드리고 또 주식이나 펀드가 떨어졌으면 그에 대한 설명 전화도 드리고, 은행에서 하는 여러 가지 캠페인들 홍보도 하고, 수시로 쏟아져 나오는 경영평가 자료들 수집해서 어떻게 하면 평가를 잘 받을 수 있을까도 생각하고, 나중에 이 지점으로 발령 받을 사람을 위해 오늘 오신 고객들 신상도 적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마케팅도 하고 그렇죠.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정말이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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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노동자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으로 산업평균 15%보다 높은 20%의 우울증상을 보였다. ⓒ 교육센터




산업평균보다 높은 우울 증상


감정노동과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서는 ‘고객들이 나에게 따뜻함과 친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노력할 때가 많다’라는 응답이 94%로 나타났고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가정생활에 지장을 준다’라는 응답이 80%를 차지했다.


“민원전화가 오면 직원들에게 불만을 호소할 때가 많은데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저희 직원들은 무조건 빌어야 하는 입장이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죠. 고객만족평가(CS)로 평가가 이루어지니 무조건 빌어야 하는 입장이니 직원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서비스를 등에 업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고 그게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빌어야 하는 거죠. 그러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는 거죠.”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정도 고객들의 폭언도 들어야 하고 대기시간이 길어짐에 따른 불만도 많이 들어야 하고요.”


이와 같이 업무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으로 우울증상을 보이는 우울증상군 8.4%를 포함한 우울증 의심자는 20%가 넘었다. 이것은 다른 산업 평균 약 15% 내외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면장애 또한 상당수 은행 노동자가 호소하는 질병 중 하나였다.


이처럼 대다수의 은행노동자가 각종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특히 근골격계질환, 직무스트레스로 뇌심혈관계질환 등 업무와 관련한 작업관련성 질환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산업보건정책 및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근골격계질환에 노출되었으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유해요인조사도, 산업보건교육도 받은 적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물론 이에 대한 실태조사 조차 거의 없다.


이러한 원인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영 별표1]에 의해 법의 일부적용대상사업 및 일부적용규정의 구분표에 의해서 금융업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산업보건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전보건관리규정, 도급사업 관련조치, 안전보건교육의 적용이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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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센터



건강권 관련된 법 개정으로 보호 나서야


은행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및 작업관련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영 별표1]에 규정된 법의 일부적용대상사업 및 일부적용규정 구분에 있어 보건관리자 선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전보건교육 등 금융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규정은 적용토록 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이는 은행노동자 뿐만 아니라 보험업, 교육서비스업, 가사서비스업 등 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현재 산안법 일부 적용대상사업 및 일부적용규정에 대한 개정작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은행 노동자의 건강관리 및 증진을 위하여 보건관리자를 선임토록하고 지속적인 산업보건 관리를 하여야 한다. 또한 은행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사업주는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고, 작업공간에 인간공학적 설계 및 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장시간 노동과 업무로 인한 직무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한 심리상담 등 직무스트레스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여야 하며, 지속적인 산업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노사의 인식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은행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학적인 관리와 함께 구조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등 작업관련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장시간 노동 및 노동강도 강화는 업무로 인한 직업병(작업관련성 질환)질환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 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고객만족도 평가 개선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은행노동자들의 건강권,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이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의학적, 구조적인 대응방안과 노력이 필요하다. 은행노동자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해소되었으면 한다. 은행노동자도 장시간 노동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사실, 그래서 더 이상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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