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2시부터 ‘노동과건강포럼 2005’ 두 번째 주제인 ‘화학장치산업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한 단기간 노출기준 제정과 작업환경측정 제도 개선’ 포럼이 열렸다. 여수산단 노동자 29명이 올라오고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건설연맹, 한국노총, 노동부, 산업안전공단 등 관계자 100명이 참석, 단기간에 유해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c_20081014_62_83.jpg

 

모두 7개의 발제 및 한 개의 영상물이 상영된 이번 포럼은 참가자 상당수가 끝까지 자리를 지켜 포럼 주제에 대한 노동자 및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증했다. 주제 발제 이후 한 시간 반 정도의 토론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을 바라보는 노동자와 정부 관계자의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해 향후 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첫 주제 발표자로 나선 산업안전공단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병센터 안연순 책임연구원은 『여천공단 종사 벤젠노출 근로자 암 발생 및 암 사망에 관한 역학조사 결과-조혈계 암, 림프종』에서 2002년 3월부터 시작된 여천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 연구원은 “조혈계 암 및 림프종이 최근 5년동안 집중되어 발생, 잠복기 등을 고려시 직업적 노출과 관련성이 있을 개연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여수산단 노동자들의 혈액소견과 그 의미』를 발표한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윤간우 연구원은 벤젠노출과 백혈구수의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여수산단 노동자들은 조혈기 계통 암의 유발물질인 벤젠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벤젠 노출기간이 길수록, 노출되는 벤젠 양이 많을수록 조혈기 계통 질환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노동자들 스스로 건강을 위해 “어떤 유해물질에, 얼마만큼 노출되었는지, 최근 질환과 관련 유해물질을 노동자 스스로 궁금해 한다”하고 당부했다. 또 측정기관 역시 노동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현장을 배려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건설산업연맹 여수건설노조 김대훈 조직국장은 『여수건설노조 비정규직 건강권』이란 주제를 통해 여수산단 현장에서 비정규직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김 국장은 “유기용제탱크를 청소하든, 유리섬유를 취급하든 분진 마스크가 유일하게 지급되는 안전장비”라며 “그나마 이것이라도 지급받으면 다행”이라고 밝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폭로했다.


이어 발제자로 나선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상준 연구원은 『여수산단 노동자들의 유해물질 노출 실태와 문제점』이란 주제로 유기용제 중 대표적 발암물질인 벤젠, 1,3-부타디엔, VCM(비닐클로라이드모너머)에 대한 노출실태와 문제점을 고발했다. 최 연구원은 과거 10년간 측정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기존 작업환경측정제도로는 석유화학장치산업 노동자들의 유기용제 노출위험을 정확히 평가할 수 없고 현장 개선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또, 8작업시간 동안의 평균노출량과 단위 작업시간 동안의 단시간 노출량을 병행하여 측정한 결과 “단위작업 형태와 기상상태에 따라 노동자들이 수백 ppm의 유기용제에 노출되었다”고 단시간 고농도 노출위험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벤젠, 1,3-BD, VCM을 포함한 기타 발암물질과 단시간 노출기준 제정이 필요한 물질을 검토, 현행 노출기준을 재․개정 할 것”과 “석유화학장치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작업환경평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시민단체 의견을 개진한 산단개혁연대 김대희 사무국장은 『중대위험산업단지의 노동자와 주민 건강권 확보방안』에서 “산업체의 유해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와 지역주민 건강권의 침해는 사실상 같은 원인이고 같은 피해임에도 기업측의 영업 비밀보장이라는 이유로 인과관계와 정확한 현장 확인에 대한 지역주민의 정보와 접근권은 제약당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단지 내 노동자와 주민들 건강권 확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강화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과 강화 ▶유해환경 오염물질 저감대책 및 특별관리대상 물질 선정 ▶국가가 노동자와 주민의 정밀건강역학조사 실시 및 전문공해병원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학장치산업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언』을 발제한 유해물질조사와 중대사고 대응을 위한 노동자 사업단 단장인 김현열 한국바스프 노동조합 김현열 위원장은 “96년부터 1년간 진행된 노동부의 여수산단 노동자 건강실태와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 결과는 유해물질에 대한 고노출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지만, 2004년 조사에서 단기간 유해물질 노출이 매우 심각한 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노동부 조사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석유화학장치산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해 ▶노동부 고시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 즉각 개정 ▶단시간 노출농도 확인이 가능하고 의무적이도록 즉각 개선 ▶전국 석유화학사업장 노동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질병 발생에 대한 조사 및 투명한 보고 ▶사업장 감독 강화 등을 노동부에 요구했다.


한편, 노동부에서 나온 김종효 산업보건환경과장은 『단시간 노출기준 제정과 작업환경측정제도 개선방향』에서 ▶벤젠, 1,3-BD, VCM의 국내 노출기준이 외국기준에 비해 높게 설정 ▶1,3-BD, VCM은 단시간노출기준이 미설정 ▶단시간 노출 측정 극히 저조 및 평가 방법 의무 규정 미흡 등을 인정했다. 김 과장은 “▶화학물질 노출기준을 우리나라 설정에 맞게 제,개정하고 ▶화학물질 분류,표시 국제적 조화 ▶화학물질 취급사업장 관리 강화 등이 노동부의 향후 과제라고 밝혔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 자리가 자리인 만큼 그 동안 잠재되어 있던 노동부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이어졌다. 특히, 비정규직이 현장에서 받고 있는 사업주의 차별적 행동을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규직에 비해 유해물질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시급함에도 노동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포럼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명료했다. 포럼의 주제이기도 한 ▶단기간 기간 노출기준 제정 및 작업환경측정 제도 개선 ▶실질적인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방안 마련 ▶실효성 있는 특수건강진단제도 실시 등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위해 지금 당장 개선하거나 시급히 제정해야 할 것들이었다.


현재 제정되어 있는 법과 제도만이라도 사업주가 잘 지키고 노동부가 감시를 철저히 한다면 노동자들 건강권이 지금처럼 심각하게 위협받지는 않는다는 점에 공감하지 않을 노동자는 없다. 그러나 ‘일하기 좋은 나라’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목표인 정부는 노동자 건강권은 언제나 뒷전이다. 국정감사준비팀의 발전적 해체로 조직된 노동과건강포럼 2005는 이러한 정부의 잘못을 꼬집고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전진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한편,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상준 연구원의 발제 내용은 CBS, 여수 KBS, 노컷뉴스 등 언론에 보도돼 여수산단 노동자들이 선진국과 비교해 100배 이상의 고농도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온 사실이 국민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노동과건강포럼 2005 두 번째 주제 내용은 이후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을 통해 정책적으로 반영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최초 기사 작성일 : 2005-04-19 오전 11:57:00 

번호 제목 날짜
439 영국 노동조합, 제대로 된 활동보장을 요구하다 file 2012.03.10
438 오늘은 세계근골격계질환의 날 입니다 [8] file 2012.03.10
437 가시는 길이라도 안전하게 … file 2012.03.10
436 동자도, 시민도 죽음의 섬유에 노출 file 2012.03.10
435 노동부, 산재보상법 개정안 입법예고 file 2012.03.10
434 생명을 위협하는 직업 열 가지 file 2012.03.10
43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file 2012.03.10
432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이다 file 2012.03.10
431 2005, 국감 엿보기 file 2012.03.10
430 OSHA, 버스운전사 복직을 명령하다 file 2012.03.10
429 작업에서 '나쁜 전율'을 얻고 있는 노동자들 [2] file 2012.03.10
428 근로복지공단, 산재노동자 파파라치로 변신? file 2012.03.10
427 노동자들의 인간공학 관련 재해를 해결하라! file 2012.03.10
426 영국 판사, '안전을 잡아먹는 공룡'을 호통치다 file 2012.03.10
425 전세계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촛불을 밝히다 file 2012.03.10
424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한 사업주 처벌 file 2012.03.10
» 벤젠, 1,3-부타디엔, VCM 등 단시간 노출기준 제정 시급 file 2012.03.10
422 접착제를 교체해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다 file 2012.03.10
421 벤젠, 1 ppm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1] file 2012.03.10
420 방용석 이사장, 이것이 당신이 말하던 개혁입니까? file 2012.03.10
419 여수산단 대기환경 심각 file 2012.03.10
418 산재노동자의 자살, 우리가 함께 싸워야 할 것에 대한 제안 file 2012.03.10
417 단병호 의원, 노동부 예산심의에서 "일반회계 전출금" 규모 확대 제안 file 2012.03.10
416 유병윤씨의 억울한 사연 file 2012.03.10
415 근골격계직업병 인정기준 처리지침을 즉각 폐기하라! file 2012.03.10
414 교통사고보다 화재사고보다 더 위험한 산업재해? file 2012.03.10
413 구조조정이 노동자를 죽이고 있다 file 2012.03.10
412 금속연맹은 왜 오일미스트 조사를 시작하는가 file 2012.03.10
411 잘못 베낀 일본 산재법 ‘삼성 백혈병’ 불렀다 2012.03.10
410 [다시 불붙는 산재법 개정 요구] ④ 현실과 거리 먼 산재판정 절차 file 2012.03.10
Name
E-mail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