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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4.28 국제

산재사망노동자 추모 시민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뉴시스 박종민 기자

 

'세계 산재노동자의 날'인 지난달 18일 서울 보라매공원 산재희생자 위령탑 앞에선 추모제가 열렸다. 진폐재해자협회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등 산재단체들은 "업무상 질병판정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정문 앞에서도 노동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질병판정위원회를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2008년 7월 산재보험제도를 개선하자며 노사정이 합의해 만든 기구다. 당초 노동계의 기대감 속에 출범했던 이 위원회가 시행 3년도 되지 않아 당사자인 산재노동자와 노조들의 비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제도 개선 요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있어 왔다.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은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노동자질병 한시간도 배우지 않은 의사가 질병 판정" =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위원회가 업무상질병 승인요청에 대해 '산재가 아니다'라고 판정한 불승인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위원회가 출범한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위원회 판정 불승인율은 2008년 55.3%, 2009년 60.7%, 2010년 64.5%로 치솟았다. 특히 뇌심혈관질환의 경우 위원회의 불승인률은 2008년 78.3%에서 2010년 84.5%로 높아졌고, 근골격계질환의 경우도 2008년 39%에서 2010년 53.1%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위원회에 대해 전문성과 독립성 등 운영 전반에 걸쳐 부실하다고 진단했다. 위원회 위원 구성을 보면 2010년말 현재 전체 306명중 의사가 258명. 이들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가 47.2%(12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산재 신청자의 질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의사들이 심의를 맡기도 한다.


7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전공이나 자격과 무관하게 모두 동일한 결정권을 갖는다. 심의대상 질병은 근골격계와 뇌심혈관질환 이외에도 정신질환, 세균성질환, 간질환 등도 13.8%를 차지한다.

 

산재환자의 업무관련성을 임상의사가 판단하는 구조도 문제다. 위원회 심의엔 위원장 1명과, 임상의사 3명, 산업의사 1명, 법률전문가 1명, 산재전문가 1명이 참여한다.

 

이 때문에 임상의사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임상의사는 전문의가 되기까지 노동자 질병에 대해 한 시간도 배우지 않았다"며 "업무 관련성을 따지려면 산업의학과나 예방의학과 전공의의 역할이 중요한데 위원회에선 임상의사 위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한 위원은 "유기용제 중독을 판정하는 자리에 질병과 관련 없는 신경외과 의사가 참여하기도 한다"며 "산업재해 여부를 가리려면 의학적 소견보다 법률적 판단이 중요한데 절반 이상이 의사들"이라고 말했다. 의사 위원중 임상의사가 대부분이고, 산업의학 전공의는 16.2%(42명)에 불과하다.

 

◆ "근로공단에 예속돼 산재 판정 독립성 없어" = 심의 내용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여건도 문제다. 위원회 회의시간인 3시간 동안 20~30건의 산재 승인여부를 가려야 한다. 1건당 심의처리하는 총 시간은 고작 11분이라는 결론이다.

 

여기에 사무국 직원으로부터 '상병개요' 설명을 듣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위원들은 5분만에 모든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위원회의 독립성 결여다. 보험운영자인 근로복지공단이 재해환자의 산재여부를 판단하는 위원회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의 소속기관이고, 위원장과 사무국 직원도 공단 직원이 맡는다.

 

국가기관인 공단이 공공성을 갖기는 하지만 보험운영자가 심의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보완하는 구조에선 위원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노동계는 "위원들이 대부분 공단에서 위촉한 의사들이고, 산재전문가들도 공단이나 노동부 출신 퇴직 관료여서 공단 의지에 따라 산재여부가 결정된다"고 비판했다.

 

원종욱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절실하다"며 "당장 독립기구를 설치할 수 없다면, 단순한 사안은 공단에 맡기더라도 엄격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독립평가기구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복지공단 한 관계자는 "현재 업무상 질병 인정범위를 포함한 제도개선을 논의중"이라며 "하지만 위원회 독립성에 관한 문제는 공단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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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노동뉴스

 

질병판정위원회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노동자 질병에 대한 판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6년말 노사정 합의에 따라 2008년 7월 근로복지공단의 6개 지역본부에 설립한 기구다.

 

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승인을 신청하면 업무관련성이 명백한 경우 공단 자문의가 판단한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심의안건에 대해선 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위원은 지역마다 50명 이내로 구성하고 있다. 위원수는 2010년말 현재 306명으로 의사 258명, 변호사 노무사 32명, 산재전문가 13명, 조교수 이상자 3명 등이다. 노사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을 3분의1 이내로 위촉하고 있다.

 

산재노동자들이 이 위원회 운영에 반발하는 것은 업무상 질병 승인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상질병은 2007년까지 11400건으로 높아지다가 2008년 9700건으로 낮아졌고, 지난해엔 7800명으로 줄었다. 질병판정위원회와 무관한 업무상사고가 2007년 7만8600명에서 9만800건으로 매년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업무상질병 감소에서 가장 비중이 큰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2006년 1607건에서 2010년 638건으로 4년만에 39.7%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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