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0 13:00
이 기사는 일과건강 2008년 12월호 기획특집 '노동자 건강권 운동, 식탁 위 쇠고기처럼' 내용의 하나 입니다. 글 필자는 금속노조 노안실장 안영태 님이며 사진과 글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고맙습니다.
100인 이하 사업은 철저하게 현장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작업환경측정 현장 실습 중인 참가자들. ⓒ 교육센터
금속노조 노안실 2008년도(5기1년차) 핵심사업으로는 두 개의 주요사업을 이야기 할 수 있다. 하나는 100인 이하 사업장 노동안전보건활동 강화사업, 두 번째는 MSDS실태조사 사업이다. 물론 교육사업도 있지만 예년과 비교해서 특별하지는 않다.
스스로 문제 찾고 해결능력 키워보자
소개한 두 개 사업이 2008년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 축으로 2009년도까지 후속사업이 진행되어 마무리 된다. 금속노조 노안실은 2007년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를 사업계획에 포함시켜 실시한바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금속노조 소속지회의 안전보건문제에는 근골격계질환·소음·분진·유기용제 등 전형적인 위험요인들이 존재하고, 각 지회에서는 위험요인별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100인 이하 지회들이 작업환경측정이나 건강검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등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들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소규모 지회들에서는 전형적인 안전보건위험요인들에 대한 지회 대응능력이 없어 조합원들의 건강권이 충분히 보호되지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또한 대규모 지회와 100인 이하 지회는 활동 조건은 물론, 정서조차 매우 다를 수 있으므로, 지회 규모에 따른 별도 프로그램 도입이 100인 이하 지회의 활동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강화 프로그램의 목표는 노안활동이 자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강화프로그램은 전문가들이 지회활동가들에게 문제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지회 활동가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조합원들을 조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목표였다. 이런 내용들이 사업취지와 배경, 운영의 목표였다. 대상사업장은 100인 이하로 정하고, 100인 이상도 사업취지에 따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장은 포함시켰으며 운영기간은 08년 4월부터 7월까지 약 4개월로 집중시켜 실시했다.
현장에서 확인된 실천과 자신감
교육프로그램을 세밀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금속노조의 100인 이하 사업장 노동안전보건 일상활동 강화 프로그램 사업은 일과건강 2008년 9월호 기획특집에서 자세하게 다루었다. 편집자 주 기본적으로 강의식 교육+토론+현장실습으로 구성하였다. 1회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도 10명 내외로 하여 교육목표를 달성하는데 적정한 인원을 정했다. 교육장소는 반드시 사업장내로 현장실습이 가능한 장소를 지정하여 교육 후 현장 활동에 그대로 응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에 참여한 지부는 11개 지부, 지회 사업장은 68개, 교육에 참여한 인원은 113명 많은 활동가들이 노안활동 간부로 거듭났다. 모두 8차에 걸쳐 진행된 교육에서 마지막 시간으로 배정된 평가는 반드시 실시하였다. 평가내용을 종합하면 부정적 평가는 없었다.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 강화사업과 MSDS 실태조사 사업은 2007년 금속노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기획된 사업이었다. ⓒ 교육센터
흔히 교육 후 지루하다, 교육 과목이 많다, 반복된 교육이다 등 이런 평가도 없었다.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었고, 교육과 실습이 너무 좋았고, 법에 있는 내용도 우리는 하지 못했구나, 특히 현장 활동을 다시 해야 한다는 간부들도 있었다.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강화활동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금속노조는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현장에서 실천 활동의 단초와 자신감이 생겼다는 사업평가는 금속 노안실에서 내린 결론이 아니라 몇 차례의 지부노안담당자회의에서 확인되었다. 지회 간부들의 눈에 띄는 움직임이 일어남은 향후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속노조 노안실에서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 강화 사업은 이렇게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다.
08년 지표 일러준 07년 실태조사
그리고 덧붙여 이야기할 부분이 있다. 금속노조 노안실 사업의 큰 줄기와 핵심은 07년도에 실시한 노안실태조사가 바탕이 되었다.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사업을 했을까? 되돌아보면 일상적이고, 매년 반복되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07년 실태조사로 100인 이하 사업장의 취약성이 드러나 취약지부와 지회를 강화할 수 있는 사업을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부족함을 느끼고 ‘금속노동안전보건 활동지침서’ 기획팀을 꾸려 책을 만들었다. 책은 이미 현장에 배포되어 활용 중인데 간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단지 지침서를 만들어 배포만 하고 끝내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여 노안실은 지침서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5기2년차) 각 지부 순회교육을 실시 중이다. 지침서는 모두 11개 과목으로 구성되었지만 각 지회에서 필요한 과목을 정하면 노안실에서 직접 지부를 방문하여 교육을 관장하여 진행한다.
실태조사를 통해 발견된 또 하나는 간부들의 활동시간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간부 활동가들의 시간확보 없이는 교육과 실습은 무의미해질 수도 있고, 활동이 위축된다는 문제 때문에 금속노조 노안실은 08년 중앙교섭 요구 사항으로 활동시간 보장을 담았다. 사용자 단체들이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08년 7월 15일 일정부분 수용 되었다.
그 활동보장 시간을 보면 “노측 안전보건 담당자1인(명예산업안전감독관 또는 노동안전부장)에 대하여 인정하는 월별 유급 재해예방 활동시간은 100인 이하/16시간, 200인 이하/20시간, 300인 이하/24시간,500인 미만/30시간, 500인 이상/34시간으로 한다.”고 했다.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 강화 사업은 아직 미완의 사업이다. 긍정적 평가 속에 09년(5기2년차) 사업에서 마무리되겠지만 100인 이하 사업장은 늘 관심과 지원, 스스로 조직하지 않으면 무너지고 말 것이다.
MSDS, 노조 있어도 위법천지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 강화 사업 외에 금속노조 노안실은 MSDS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이 사업은 08년 2월부터 같은 해 5월초까지 4개월여 동안 실시되었다. 15개 지부 59사업장 실사를 완료했다. 사업목적은 화학물질 취급과 관련된 현장실사를 통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노동자들의 알권리와 건강권 확보 달성이다. 또한 유해화학 물질취급과 관련한 법 제도개선을 도모하고 현재 정부에서 일방으로 시행하려는 "GHS(세계조화시스템)제도 시행에도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MSDS 실태조사 사업단이 현장을 둘러보며 유해물질 사용과 관리방법을 확인하는 모습.
노조가 있어도 위법 부분이 많다. ⓒ 우지훈
60여개 사업장 조사에서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사업장은 없었다. 이들 사업장의 위법한 실태를 열거하면 끝이 없다. 게시 및 비치·허위 누락 작성·교육·안전 보건표지 부착·보관·공정밀폐 또는 국소배기장치 설치 및 유지 등 어느 것 하나 법을 지킨 흔적은 없었다.
그나마 이들 사업장은 금속노조를 인정하고 노사간 대화가 되는 사업장인데 노조 손이 닿지 않는 사업장은 어떠하겠는가? 짐작하건데 엉망일 것이다. 금속노조는 5기1년차(08년9월까지)에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5기2년차(08년10월1일~09년9월30일까지)인 지금 후속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국회 환노위에 자료를 제출하여 위법성을 따지게 했고, 감독기관(노동부)의 직무해태와 유기에 책임을 추궁하게 했다. 10월22일에는 감사원 앞에서 금속노조 주관으로 기자회견을 실시하여 국민들에게 폭로하였다. 노동부직무유기와 해태에 전 장관 및 각 지방청장들을 감사원에 고발하였다. 감사원은 자료를 확인하고 수원지검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이첩했다.
금속노조는 당초 이 사업의 목표를 작업환경개선으로 하였다. MSDS와 관련된 각 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곳이 역시 중소 취약사업장들이였다. 정부는 이들 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해 감독도 방기했지만 기술지도를 포함한 여러 가지 도움은 안중에도 없었다. 작업환경개선 이전에 금속노조 노안실은 이 사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 사업으로 또 하나 성과를 내야하는 것은 MSDS사업을 통해 현장간부들이 움직이고 현장을 조직하는 것이다. 비록 현장 조합원들로부터 근골질환,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노동강도 만큼 큰 관심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이후 대정부, 대자본 투쟁에 근거를 확보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성과를 얻었다. 그리고 사업은 이어지고 있다.
예견된 구조조정, 다져진 성과로 맞설 것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는 엉망이 되어 가고 있다. 벌써 조업단축·휴업·페업이 이어 지고, 특히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금속사업장이 직격탄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조합원들은 자본의 구조조정을 예견하고 이에 맞설 각오를 다지는 분위기이다. 하루 3끼를 걱정하는 슬픈 현실 앞에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벼락으로 내몰리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금속노조 노안실은 내년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