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박점규, 일과건강 2007년 11월호
젊은이들에게 삼성은 ‘꿈’이다. 삼성에 다니는 자식을 둔 부모에게 삼성은 ‘자랑’이며 한국사회에 삼성은 ‘희망’이다. 그런데 2007년 말 모든 이들의 꿈이자 자랑이며 희망인 삼성이 한 변호사에 의해 처참하게 당하고 있다.
이건희 일당, 한 변호사에 당하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전 법률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와 정의구현사제단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재벌의 거대한 불법행위가 하나 둘씩 사실로 드러나면서 한국사회의 양심이 들끓고 있다. 세계적 그룹인 삼성은 상식 이하의 변명으로 일관하다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으며, 이건희 일당의 더러운 돈을 받은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숨죽이고 있다. ‘삼성 공화국’의 정치권과 관료들, 법조계와 언론인까지 권력의 핵심들이 모두 삼성을 비호하고 있지만, 지난 1987년 민주화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양심선언처럼 이번 양심고백은 삼성공화국의 철옹성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5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조문제 등 삼성 관련 여러 문제들이 공론화된다면 내가 치를 죗값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삼성플라자 노조설립 시도 분쇄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불법비자금뿐만 아니라 무노조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핸드폰 위치추적, 불법감금, 강제해외출장 등 상상을 초월하는 삼성의 불법행위가 이번에 또 다시 폭로될 가능성이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바로세우기 위해서 양심선언을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은 검은 베일에 가려있었던 이건희 일당의 불법행위를 하나씩 환한 불빛 아래로 불러오고 있다. 삼성이 부패한 이유는 삼성이 삼성그룹 전체 노동자가 아니라 이건희 일당의 권력과 부를 위해 불법행위를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불법행위를 바로잡을 내부 주체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삼성은 부패할 수밖에 없었다.
금속노조가 삼성에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해 나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밤낮으로 피땀 흘리며 일한 노동자들이 벌어놓은 부를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재벌들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비판하며 이를 바로잡을 수 있기 위해서는 ‘민주노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무노조 재벌에 칼 겨눈 금속노조
지난 10월 13일 금속노조는 삼성과 포스코 등 무노조재벌사에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수련회를 가졌다. 포스코 사측에서는 이날 포스코 노동자들의 수련회 참가를 막기 위해 미행을 했고, 수련회 장소에까지 따라왔다. 일부 삼성 노동자들은 수련회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포스코에서 온 한 노동자는 『무노조 삼성, 왕국은 없다』라는 삼성의 노동자 탄압 백서를 보며 “어쩌면 이렇게 포스코와 똑같을까?”라며 혀를 내둘렀다. 삼성의 노동자탄압 수법을 포스코가 똑같이 따라한다는 의미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노조탄압과 구조조정
삼성의 노조탄압 백서인 <무노조 삼성, 왕국은 없다>에 자세히 나와있는 것처럼 삼성은 ▲어용노조를 이용한 노조건설 원천봉쇄 ▲납치, 감금, 협박, 회유 및 노조탈퇴 강압 ▲구조조정을 통한 강제사직, 정리해고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조설립을 원천봉쇄해왔다. TV를 통해 알려진 핸드폰 위치추적은 물론 강제납치와 감금, 강제 해외출장 등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의 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발전시키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삼역모)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해외출장을 보내 사실상 노조설립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민주노조 원천봉쇄와 함께 구조조정도 계속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11월 1일 노사협의회에서 1,050명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의 하청회사로 500명, 인근지역 외주 150명, 창업지원 및 관계사 전환배치 200명, 사내전환배치 200명, 취업알선 200명 등이다. 사내하청회사인 진흥전자 30여명은 이날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미 삼성SDI 하이비트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쫓겨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청춘을 바쳐 브라운관을 만들고, 삼성을 키워왔던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공장 밖으로 내모는 것이다.
철저하게 차근차근 민주노조 준비한다
지난 시절 삼성과 포스코에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시도들은 적지 않게 있어 왔다. 그러나 대부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고, 주체들은 ‘돈’으로 정리되기 일쑤였다. 상상을 뛰어넘는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떨어져나갔고, 삼성은 지금까지 ‘무노조 재벌’이라는 왕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재벌의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삼성SDI 현장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맞서 일어설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사내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하청으로 떠밀린 노동자들이 삼성에 맞서고 있다. 금속노조가 삼성에 민주노조 건설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희망하며 금속노조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속노조는 예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준비를 거쳐 삼성과 포스코 등 무노조재벌에 민주노조를 세울 계획이다. 무노조 재벌에 대한 사회 여론화와 국제적 압력을 통해 사용자들을 압박하고 고립화시키며, 현장의 노조 건설 분위기를 확산시켜내 기필코 민주노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도 배정해놓았다. 금속노조는 비공개적인 민주노조 건설 사업과 함께 공개적인 활동도 다양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 공장이 있는 곳에서 지속적인 캠페인과 선전전을 통해 주체들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민주노조 건설로 나아갈 계획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견고해보이던 이건희 왕국의 성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이건희 일가의 천문학적인 불법행위가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노동자들이 굴종과 침묵을 깨고 일어설 것으로 확신한다.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인 삼성을 이건희 일가가 아닌 삼성 노동자들의 손에 돌려주기 위해 금속노조는 작지만 소중한 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자 한다. 한국 최대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권리를 가로막고, 인권마저 철저하게 유린하는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을 깨뜨리고 자주적인 민주노조를 반드시 건설할 것이다. 세계적 조롱거리인 무노조 경영은 이미 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