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 지회장 방종운일과건강 2007년 7,8월호
“뭐가 달라질게 있느냐! 우리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FTA는 통과될 것이다!”
“우리는 정리해고 사업장이다! 큰 힘을 조직해서 2007년 임투 승리와 정리해고 투쟁을 해나가려면 오늘 파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부도 이 결정에 이해할 것이다”
“무슨 소리냐 지침이다 파업해야 한다!”
“조직! 조직! 하는데 조직을 해 봤냐? 입으로만 조직을 외친다고 조직이 되느냐! 회사는 정리해고자와 조합원들과 갈라치기 하려고 별 지랄을 다하는데 이것저것 가려서 할 시간이 어디냐? 힘이 들어도 해야 한다!”
불꽃 튀는 찬반양론으로 점심시간에 조합원에게 파업에 동참해달라는 집회도 못한 가운데 회의를 해야 했다. 당위성과 실리가 부딪치다보니 조합원들과 가까이 하는 점심시간을 놓쳐 버렸다.
정리해고에 항의하는 천막농성이 6월 28일자로 148일 되었다. 콜텍처럼 조직이 잘되었다면 집에도 가보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언제 뚫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몸으로 보여 주겠다며 간부들을 이끌고 가고 있다. 정리해고자 조합원과 아닌 조합원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간부들의 갑론을박 모습에 답답하다. 아니, 내가 너무 답답하고 고지식하게 하는 게 아닌가싶다.
아직도 언론에서는 현대파업이 불법이라며 파업을 반대하는 조합원이 있어 성공하지 못한다고 떠들어 댄다. 민중의 귀와 눈을 막는 언론이 FTA의 잘못된 기사를 연일 쏟아낸다. 아니, 그들은 당연한지 모르겠다.
이게 누구의 나라인가! 일제에 빼앗긴 나라에서 해방 이후에도 을사오적의 자손들이 땅을 찾겠다는 기사를 볼 때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생각한다. 개처럼 잘살던 후손은 3대가 부자,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가난한 이 나라. 그래도 나라 잃은 민족으로 재산과 가문 모든 것을 버리고 조국해방을 위해 투쟁한 선조들이 있어 세계지도에서 반쪽과 반쪽으로 없어지지 않고 지켜온 이 나라다.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 밤이다. 그래 다시 힘을 내자
6월 29일, 힘든 상황에서 아침부터 비는 내려온다. 우리 마음을 실험하는지 아침 출근 파업을 하자는 선전전을 하면서 그 비를 보고 있을 때 박영호의 사주를 받은 윤대표가 늦게 나왔다. 업무방해 가처분으로 지회장, 수석, 조합원 4명까지 걸어 놓은 이유가 스스로가 알아서 떨어지게 만들려는 교묘하고 악랄한 수법이다. 윤 대표에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정○○ 감사(회장 부인) 박○○(회장둘째동생)이 올라 왔는데 이런 사람 정리해고 시키지 않고 우리를 해고한 것과 경영부실에 책임을 지고 당신이 퇴진하라!”고 항의하면서 정리해고 조합원과 사무실을 엎어 놓고 나왔다.
현대판 을사조약이라 할 만큼 IMF보다 더 강력하게 두들겨 맞을 FTA를 막기 위해 4시간 파업이 더 급했다. 조합원이 많이 참석하도록 현장을 돌면 외쳤다.
“FTA 반대 파업에 참여하여 역사의 주인은 되지 못할지언정 역사의 죄인은 되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정리해고를 하고도 임금인상을 하지 못한다며 5차 지부집단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회사 측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여러분은 동참해야 합니다. 그렇게 어렵다던 회사가, 2005년에는 지부집단교섭이 끝나가는 8월에 임금동결해서 2개월 파업시켜놓고 아무도 모르게 대리급 이상이 성과급 300%를 가져갔습니다. 또한 여러분들이 보지도 못한 정○○ 감사, 박○○ 이사라는 사람이 여러분들의 피와 땀으로 벌어들인 부를 아무도 모르게 가져 갈 것 입니다.”
정신없이 파업 독려를 하는 가운데 왜 콜텍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1년도 안된 지회가 어른이 될 만큼 커버려 고생만 하는 콜텍은 큰집인 콜트악기 지회의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집회에 참여했다가 4명의 해고자가 발생하고 간부감봉, 조합원 시말서를 당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으니까 회사는 아예 휴업을 하고 7월 10일이 되는 날 직장폐쇄를 한다며 그 안에 희망퇴직을 받겠단다. 일을 안했다며 임금을 50% 밖에 줄 수 없다며 저희들 멋 대로다. 작은 월급의 반을 기준으로 휴업수당 70%를 받으니 임금이 20~30만원이다. 이런 것으로 조합원을 압박하면서 희망퇴직을 받는, 사실상 정리해고이다.
비를 맞으면 열린 대우자판과 콜트악기지회 집회에서 만난 콜텍의 한맑음 동지와 부평역까지 행진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들어도 박영호 때문에 공부를 많이 했다. 박영호가 좋은 사람인줄 알았더니 돈만 알고 모으려는 돈벌레다. 욕을 많이 먹는 게 당연하다. 그 돈으로 편히 사는 게 아니다. 인간처럼 살아야 한다. 콜텍 조합원들도 공부를 많이 했다. 세상에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삶이 지난날 노예로 사는 삶보다 어렵지만 인간으로 사는 것 같다.”
“그래도 욕심이 많아 욕 많이 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나의 말에 한맑음 동지가 푸푸푸 웃으며 “오래 사는 것이, 당신이 가진 재물의 무게가 너무 무거우이. 시간을 줄 테니 무게를 줄여보시게나 하는 하늘의 뜻은 오래 산다는 것은 죄를 씻기 위해 시간을 준다는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 한다.
너무나 훌륭하게 산 사람이, 아까운 사람이 오래 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많이 봤다. 목숨을 다할 때 인간세계에서 의무를 다했을 거다.
“참! 말 되네요!” 감탄하였다.
비도 오고 대전과의 거리상으로 문제로 집회 마무리 무렵 내려간 한맑음 동지에게 전자편지로 온 글을 보았다.
그래도
인간의 시간으로 짧지만
짧은 시간 안타까움 이지만
세상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던
하늘의 시간으로 길었던 것
비록 인간의 시간으로 길지만
하늘의 뜻은
당신의 욕심을 덕으로 바꾸는 시간을 주는 것
당신의 죄를 하늘은 모르는 척 시간을 주는 것일 뿐
그것을 모르는 인간은
하늘이 준 시간이 다할 때 그때 깨달음이 뭐였는지 알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이 깨닫지 못하고 씻지 못할 때 하늘의 시간은 짧았던 것 일 뿐...........
지난 6월 8일 계룡시청에서 열린 집회에 한 한맒음 동지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세상에서 가장 초라해질 때는 자신을 이기지 못 할 때 입니다. 힘들 때 하늘을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장애를 가진 분, 모자가정도 있어 알바를 할지라도 어려울 때 하늘을 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늘은 자기가 이길 수 있는 시련을 주었는데, 우리가 이기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지요. 마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욕심을 가지지 않고 지금 현재 위치에서 이 땅에 태어나 살다가는 인생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있기에 콜텍 투쟁을 하면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기쁨입니다. 세상에서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옳은 사람을 만나면 옳음을 배우고 실천하며 악업에서 벗어 날수 있는 것입니다.”
그 전자편지를 통하며 계룡시청에서 나눈 이야기를 생각하며 FTA 반대 집회가 있는 대학로에 갔을 때, 낸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렇게 보수언론이 왜곡, 은폐, 조작을 하였는데도 그날! FTA 집회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10만 명의 인원이 비를 맞으며 노동자, 농민이 함께 하나가 되어 정의로운 사람의 거대한 물결을 보는 시간은 ‘우리는 이겼다’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콜트․콜텍 투쟁도 이길 수 있는 시련일 뿐, 편하게 사는 삶이 아닐지라도 인간으로 사는 삶이라고, 거대한 정의의 물결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