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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 장로사
일과건강 2007년 6월호




1.독일해외연수 추진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은 서울, 경기지역의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산재노동자와 진폐환우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에는 진폐환우가 3만 여명이 넘지만 진폐합병증으로 요양승인 난 진폐환우들은 현재 10%에 해당하는 3,600여명이고 나머지는 장해급수를 받았거나 의증 등으로 요양승인이 난 이들과 별 차이가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정부로부터의 보호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상황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노동사목위원회의 산재사목에서는 독일의 산재노동자와 진폐환우복지에 관한 독일의 산재의료재활센터, 진폐요양 및 의료기관의 방문을 통해, 독일에서의 직업병환우들을 위한 요양체계와 보상체계를 함께 봄으로써 우리나라의 진폐환우와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재가진폐환우들의 고통을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하고자 해외연수회를 추진하였다.


2.시찰연수자 

노동사목위원회 산재사목실 3명, 전국진폐재자협회 1명, 한국진폐재해자협회 1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1명, 산재의료관리원 직업성폐질환연구소 1명, 산재의료관리원 태백중앙병원1명, 근로복지공단 1명, 

노동부산재보험혁신팀 1명


3.출발 그리고


2007년 4월29일 1시55분 비행기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12시간의 비행 끝에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독일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계시는 백도명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 석두 루카)와 현지 통역을 맡으신 장베로니까 자매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장베로니까 자매님은 1965년 파독 간호사로 가시어 그곳 독일분과 결혼하였고 이번 우리일행의 통역을 담당하셨다. 

  

우리일행 12명은 프랑크푸르트에서 2시간 걸리는 도착지 쉬말렌베르크(Schmallenberg)를 향해  또다시 출발을 하였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렸을 때 통역을 맡으신 장베로니까님이 독일의 노동법 중 운전기사들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운전을 못하게 되어있어서 운전기사도 쉬고 우리도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며 도로 휴게소에서 쉬자고 하셨다. 장베로니카님의 “독일의 운전기사는 하루 8시간 이상 운전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 우리 일행이 독일에서 처음 느낀 한국과 독일 노동법 차이 앞에 첫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독일 출발, 일주일전 한강성심병원 산재환자 방문을 갔는데 그곳에서 택시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분을 만났었다. 그분은 택시에서 3년간 12시간을 앉아 일을 하셨고 어느 날 다리가 이상해 찾아가 보니 고지혈증이란 진단을 받고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택시회사에서는 산재처리 못 해주겠다하고, 고지혈증은 유전인 경우가 많아 산재승인 받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 택시기사님은 한 직장에서 3년이지만 그 전부터 택시운전은 계속했기 때문에 다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느낀 것은 산재승인에 앞서 먼저 노동자를  보호하는 독일법이 더 크게 다가왔다.


밤11시30분쯤 우리는 그라크샤프트(Grafshaft)병원과 함께 있는 성 보로메오수녀원에 도착했고, 그날 밤 우리는 수녀원내에 있는 피정 집 요하네스 하우스에서 여정을 풀었다. 새벽 6시쯤 일어나니 사방이 온통 푸른 자연으로 덮인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은 11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이었지만 수도원이 몰락 후 교구에서 병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보로메오 수녀원에서는 양로원과 진폐환우 전문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수녀원내에 있는 진폐요양병원을 방문해서 닥터 카림 오사리안(Dr. K. Osseiran)박사의 안내로 진폐증 진단시설과 폐기능 검사실, X레이시설, CT시설을 돌아보았다. 병원 한쪽 면엔 수녀원이기에 철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1072년이란 글자가 선명히 새겨져있었습니다. 이곳 요양원은 70명의 탄광부진폐증환우와 20명의 동반자(부인 혹은 간병인) 묶고 있는데, 시설은 마사지실, 중풍예방시설, 물리치료실, 사우나 및 수영장 시설이 있고 재활운동도 비슷한 합병증을 가진 이들을 그룹별로 치료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1년에 한번 4주간 입원을 하여 진단, 요양을 BG에서 허용하고 4주간의 재활치료가 끝나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고 집에서는 그 지역의 폐전문가나 의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한번 요양승인이 나면 죽을 때까지  병원에 있고 재활치료도 없고, 그나마 노동부에서 인정한 합병증이 없으면 치료와 보상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연금제도가 정착이 되어있기 때문에 굳이 직업병이 아니라도, 산재보험이 아니라도 정부로부터 연금을 받기 때문에 환우들은 산재로부터 돈을 더 많이 받기위해 애쓰기보다는 재활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듯 보였다. 연금제도가 아직 정착이 안 된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집안의 가장이 산재사고를 당하면 대부분이 장애인이 되고 그러면 직장복귀도 거의 못하고 당장 생계유지가 힘들어 산재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애를 쓰고, 그나마 가볍게(?)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상처가 치료도 되기 전에 현장으로 복귀를 하려고  한다. 아니면 부인들이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

  

5월1일 노동절, 우리는 그라프샤프트를 떠나 도르트문트(Dortmund)에 있는 성 요셉성당에 도착했다. 도르트문트는 1500년 동안 맥주와 광산공업지역으로 유명한데 광산은 1987년에 문을 닫았고 지금은 공업도시로 있으며 실제로 우리는 그곳에서 터키나 남미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독일은 지금 36,000명의 광부가 있고 10개의 광업소가 가행되고 있으며 2012년까지 4개의 광산이 문을 닫아야하고 2018년까지는 광업소가 전부 폐광한다고 한다. 이유는 근로자들 보호 때문에 드는 비용과 인건비의 지원부담이 큰데다가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해오는 연탄이 더 질도 좋고 비용도 싸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이곳에서 성요셉 성당의 주임신부(요아크 신부)와 다니엘신부님(75세)을 만났다. 다니엘 신부님은 광부로 16년간 굴진부에서 착암기작업을 하셨다. 착암기는 굴을 뚫는데 사용하는 기계다. 우리는 신부님께 왜 광산에서 일을 하셨는지 여쭈어봤는데 그분의 말씀은 “ 지금 독일의 많은 사람들은 광부들을 잊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 생활을 나누기 위해 광산에 들어갔다”란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분은 ‘진정한 사제요, 노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함께 노동절 집회 장소에 가기 전에 유대인 회당이 있었던 광장- 1933년 나치에 의해 많은 유대인들이 학살되고 불태워진 유대인 회당-에 모여서 나치반대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이곳은 7개의 여러 단체들이 참석했고 1시간가량 가두행진을 해서 웨스트팔렌(Westflan Park)공원에 모여서 노동절 기념집회를 가졌고 우리 일행은 한국 대표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노동절 행사 후 우리는 다시 성요셉 성당에서 다니엘 신부의 주재로 독일 광산 노동조합과의 만남을 가졌다. 독일 참석자로는 비어게트부인(법보호보험 담당자) 아지와(광산, 화학, 에너지분야 노동조합의 고위간부) 아지부인 울리(본당교우)등이 참석했다. 독일은 노동자를 위해 예방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예를 들어 노동부가 작업장의 노동자에게 안전수칙을 알려주고 그 방법에 따라 일을 하도록 가르쳐주는데 만약 노동자가 이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작업중 산재가 났을 경우 산재보험(BG)에 관계없이 본인부담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제품을 많이 생산하기위해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일을 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산재사고 발생하면 24시간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하기에 산재 은폐도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노동자가 억울해서 소송을 하고 싶으면 산재보험(BG)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일정 금액도 지원해준다. 독일 정부는 노동자 보호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렇지만 폐업, 경영상의 이유, 근로자의 의무위반 시 해고는 가능하다. 

  

5월2일, 보쿰병원을 방문해서 독일 광산의 산재보험(BBG)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이곳은 호흡기, 알레르기 전문병원이고 독일의 진폐환우는 17,000명이지만 새로 진폐로 이완되는 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주로 직업병예방에 주력하고 있고 광산에서의 1차 예방은 채굴시 석탄이나 돌에서 먼지가 나지 않도록 물을 뿌리고, 2차 예방은 진폐증 조기발견을 해서 일을 금지시키고 진폐증이 조기발견이 되면 정부로부터 연금을 받게 되고 지하막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연금은 다른 직업에 비해 2배의 가중치를 둬서 연금을 받게 된다. 이때, 주치의 소견이 가장 중요하고 독일 정부에서도 주치의 소견을 가장 신뢰한다.

 

5월3일 우리 일행은 또 다른 요양원이 있는 바드 라이헨할(Bad Reichenhall)직업병전문병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유리공예, 요업분야에서 일하다가 호흡기 장해가 생긴 이들이 요양하는 곳이다. 또한 자신의 직종에서 어떤 알레르기로 인해 호흡기 장해가 왔는지  테스트하고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환자는 재활치료도 받고 호흡기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곳도 1년에 한 번 4주간 요양을 하고 집으로 간다.

 

5월5일은 Essen에 있는 독일인 진폐환우 -Fabish(75세)-댁을 방문했다. 독일에서는 가정에서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 궁금했고 환우 분을 직접 만나 대화를 하기로 했다. 이분은 장해1급으로 집에서도 24시간 산소 호흡기를 끼고 계셨고 부인과 단둘이 살고 계셨다. 이분은 폴란드 광산에서 28년간 일했고 독일로 오신 뒤에도 자동차회사에서 용접공으로 15년간 일을 하셨다. 폴란드에서 태어났고 폴란드에서 광산 일을 했지만 조부모가 독일인이라 30년 전 독일로 이주했다고 한다. 독일인으로 국적을 변경하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고 독일에서 15년간 자동차회사에서 용접공으로 일한 경력이 있기에 탄광부 진폐증으로 직업병 판정을 받고 연금과 산재보험에서의 연금을 매달 받고 있다. 1년에 한번 그라프샤프트 전문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집에서는 호흡곤란이 있기에 가정의가 집으로 직접 방문한다. 그분의 사용하는 산소호흡기는 숨을 안 쉴 경우 숨을 쉬라고 경고음을 내주고 산소가 자동적으로 1분에 1리터씩 산소를 공급해주며 숨쉬기도 힘드신 분이 먼 나라에서 온 우리 일행에게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 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5월7일 마지막 날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산재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산재 전문병원인데 산재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 받다가 상태가 나빠졌다거나 수술이 잘못되면 이 병원으로

온다. 이곳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수지접합, 발외과, 스포츠 골절, 골수염, 척추마비, 재활클리닉, 마취과 등이 있다. 이곳에서 1년 동안 수술한 횟수는 10,000번에서 12,000번이며 사고 시 구급차, 구급헬리콥터에 의사가 동행하기에 사고사망률이 낮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반환자 수술, 치료, 물리치료 합해서 10일-12일 정도,(재활치료는 12회 뿐) 반면에 산재환자는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치료 후 요양원으로 간다. 그리고 만약 산재환우가 전신마비, 양손이 절단된 경우는 치료 후 병원에 있는 가정집 시설에서 2,3일 살아보고 산재환우 자신의 집도 산재환우에게 맞게 병원과 가족들과 상의하여 집을 산재보험(BG)에서 개조해준다. 전신마비 환우인 경우는 환우의 말이 컴퓨터에 입력이 돼서 환우의 말에 따라 모든 사물이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산재보험(BG)에서 개조해 주고 있었다.


또 우리는 의사의 안내를 따라 병실을 방문하게 됐는데 그곳에 우리나라 유도선수인 이원희 선수를 만났는데 운동 중 발가락 부상을 입어 인대와 뼈이식수술을 받았는데 우리나라 운동선수들도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병원 옥상으로 올라가니 헬리콥터가 있고 구급대원과 국가경찰이 있었다. 이들은 산재사고 시 헬기로 산재환우들을 운반한다. 국가경찰은 항공, 국경경비도 하지만 산재사고 시에도 투입된다고 한다. 

  

독일의 여러 병원과 정부단체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정부와 단체, 정부와 병원, 정부와 의사 등 모든 이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정부도 일반 사람들을 신뢰하고 있음이 크게 와 닿았다. 서로가 신뢰 안에서 일을 하니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고 인간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펼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직업병 판정에 있어서는 독일보다 완화된 점도 있고, 대신 충분한 보상이나 치료는 못 받지만... 우리도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기를 기도한다. 독일도 이런 제도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 안에서 많은 이들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보다 산업혁명이 빨리 시작되었고 그 와중에 우리보다 몇 배나 많은 독일 노동자들의 희생 아래 오늘날의 제도가 만들어졌으리라 본다. 그리고 교회가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작은이들과 함께 교회가 목소리를 내었기에 다같이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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