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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문종찬, 일과건강 2007년 4월호




공장의 틀을 넘어서는 조직을 위해


노동조합하면 으레 생각이 나는 것이 사장과 종업원(노동자), 임․단협, 파업 등이다. 즉 한 공장에 한 노조이며 고용관계 당사자 간에 있어 노동조건 개선을 둘러싼 긴장과 갈등이다. 물론 2007년 현재 산별노조니 해서 초기업단위 노조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대중적으로는 그렇게 각인되어 있다.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의 출범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이지점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출발한다. 광범위한 미조직 노동자를 사회적 과제를 중심으로 묶어세우는데 같은 지역 내에 있는 기성조직(정규직노조, 민주노동당,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 등이)이 힘을 합해 보자는 것이고 공장의 틀을 넘어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하자는 것이다. 이는 비단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만의 고민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뚝딱 생겨난 고민도 아닌 상당한 기간 동안에 우리 노동운동진영 내부에서 논의되어 온 화두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의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은 업종을 불문한 지역조직의 연합이었으며 지역단위의 계급연대투쟁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발전 경로는 오히려 더욱 기업단위 중심이 되고 업종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다시 산별노조 운동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전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서울동부비정규센터는 무엇을 할 것인가?


2005년은 성수지역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바로 11개 단체가 공동으로 서울 성동구 성수지역 내 50인 미만 사업체 사업주와 노동자, 그리고 실직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가 진행된 것이다. 거리캠페인과 함께 진행한 실태조사는 당연히 미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으며 작업장 안에서의 노동실태 뿐만 아니라 노동복지 요구도 조사까지 포함했다. 따라서 이 조사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한 단위는 설문 설계에서 분석에 이르기까지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가설을 세우고 추측하고 조사하고 분석하면서 지역 내 미조직노동자들의 현실을 공유하고 또 다른 공동사업을 모색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였다.


그 결과 이듬해인 2006년에 영세사업장노동복지연대로 전환할 수 있었으며 이는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의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의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실태조사 때부터 적극적으로 결합한 단위였던 것이다. 아쉬운 점은 조직이 안정적인 정규직 노동조합의 참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물론 큰 틀에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동부지구협의회가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의 추진주체 중 한 단위이기는 하지만 지구협의회 사업에 적극적 결합을 하는 것은 대규모 정규직 노조보다는 소규모 노동조합과 비정규직노동조합인 점을 감안하면 정규직노조의 결합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정규직 노조 역할이 업종별 계통으로 한정된다면 미조직사업은 상급단체의 특정한 부서나 활동가의 역할로만 국한될 수 있고 이는 전조직적이거나 공세적인 조직사업을 벌일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는 서울동부지역(행정구역으론 성동, 광진, 동대문, 중랑과 중구를 사업대상 지역으로 한다) 안에 있는 기성조직과 개인의 네트워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현안문제를 분석하고 의제설정 등의 정책사업 수행이 당연한 역할일 것이다. 무조건 ‘한번 뭉쳐서 잘해보자’ 갖고는 역량을 한데 모아 공동 사업을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장별 현안문제가 아닌 광범위한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해 내기 위해서라도 의제개발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노동자 대중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역시 많은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다만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는 자체적인 조직화 경로나 새로운 조직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며 노동조합으로 조직되기까지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 소식지, 소모임 프로그램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는 월 3,000원 이상의 회비를 내면 개인 의사에 따라 정회원이나 후원회원이 될 수 있다. 지난 3월 9일 창립대회를 개최한 이후 벌써 노동조합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노동자들 다수가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에 (후원)회원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조직을 향후 어떤 방향으로 재조직 할 것인가에 있다. 이 부분은 노조 조직담당자들과 더 세심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의 역할을 정리하자면 투쟁지원센터, 네트워크센터, 인큐베이터 센터, 노동복지지원 센터, 노동자배움센터, 노동자정치센터로 정리할 수 있다.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는 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사업을 크게 일상 사업과 기획 사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상 사업으로는 노동 상담 사업과 파산․면책 상담사업 등 상담사업과 상반기 중 노동복지 학교 하반기에 노동자 희망 만들기 교실 등 교육사업, 각종 실태조사 등 연구․정책사업, 소식지 발간, 캠페인 등 선전․홍보사업, 상반기 회원 야유회, 하반기 후원의 밤 등 회원 사업을 들 수 있다. 기획 사업은 노동기본권사업과 노동건강사업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노동기본권사업으로는 ‘노동인권도우미’ 사업을 계획 중이다. 바뀐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계약서 서면작성과 노동자 교부를 매개로 현장지도 방문 사업을 통해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을 사업장마다 관철하는 사업이다. 또한 각계각층과 더불어 노동인권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속적인 사업을 도모하고 취약노동계층에 대한 노동부와 사회적 책임을 제고하는 사업을 벌이고자 한다. 

노동건강사업은 지난 수년간 노동안전단체중심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인 경험을 갖고 있다. 무료건강검진, 작업환경측정,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 조사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참여노동안전활동, 유해화학물질 사용실태조사 후속사업이 계획되어 있다. 또한 노동자건강권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방편으로 지역안전보건센터 설립 연구 및 선전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인력과 재정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창립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은 약6개월 정도 소요되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부족했던 것은 바로 한 사람의 활동가였다. 많은 활동가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무난하게 창립대회까지 치를 수 있었지만 여전히 가장 부족한 것이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이미 기성조직에서 역할을 맡고 있는 터라 새롭게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현장으로부터 발굴되고 성장하는 활동가의 공급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 문제는 재정 문제로 인한 인력 부족이라는 측면이 전혀 없을 수 없지만 그보다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비전을 갖지 못함에서 기인하는 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안문제를 들고 찾아오는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은 대부분 곧바로 투쟁사업장이 된다. 이렇게 조직 활동가들이 현안해결에 매달려 온 것이 최근 몇 년간의 일이었고 이로 인한 피로도는 상당히 무겁게 누적되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현장으로부터 새롭게 수혈되는 활동가들로부터 활력을 얻어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상반기에 진행할 예정인 노동복지학교는 바로 이점에 초점을 맞춰 기획하고 있다.


여러 동지들의 애정과 헌신으로 서울동부비정규센터가 무사히 출범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조직이 쓰러지고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전히 지속적인 애정과 성원이 필요하다. ‘마중물’-엄청난 양의 지하수라도 그것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금 바로 독자여러분에게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의 마중물이 되어 주실 것을 부탁하는 바이다. 




※ 매월 3,000원의 후원금은 한사람의 노동자를 조직하는데 소중하게 쓰입니다.  

후원신청 : 전화 02-463-2475 / http://laborwelfare.org  자료실 신청서 내려받기 / 팩스 02-463-2476 / e-mail : sdcontingen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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