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장 방종운(bjw11@hanmail.net), 일과건강 2007년 1월호
2006년 12월 22일, 2년 동안의 투쟁의 산물인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로드맵 등 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날, 나는 무기력과 우울증이 내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을 알았다.
꿈이 있다면 희망을 보고 희망이 있다면 꿈을 꿀 수 있는 것. 그 꿈과 희망이 있기에 걸어가는 노동자의 길이 힘이 났었다. 06년 저무는 한해를 아쉬워하는 송년회 자리도 피하고 혼자만 있고 싶은 내 마음이 12월 24일 대추리에 오게 만들었나 보다. 52가구가 남아 845일째 촛불집회에 오신 어르신네의 모습을 보면 경이에 가깝다. 땅만 파고 살았던 세월에 흰머리와 주름살이, 두꺼비 같은 손등에 잡혀진 인고의 나날들이,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아 땅을 지켜내려는 마음들이 놀라움을 만들어 냈나보다. 하얗게 서리 내린 들판에 구름사이로 웅장한 태양이 떠오르면 얼었던 대지의 추위를 녹이는 새벽길 솔밭 길로 버스를 타고 나왔다.
돌아온 자리에 무기력과 우울증을 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07년 꿀꿀이 해에 출근한 3일, 시무식을 한 회사의 요지는 이렇다.
“회사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 위해 순환휴직․휴무를 거쳤다. 구조조정을 한다. 그리고 08년에도 적자가 계속되면 콜트 문을 닫고 인도네시아로 철수 할 것이다.”
현장순회를 하는데 조합원이 불러 세운다. 지회에서 대책이 있느냐고 물어 보는 말에 내가 말할 수 있었던 것은 “06년 그렇게 노래를 부르다 시피 했는데 조합원들은 소귀에 경 읽기였다. 준비된 자에게는 큰 재난이 닥쳐도 막을 수 있고 최소한의 피해가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작은 재난도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조합원들의 단결과 투쟁이다.” 정도였다. 2년 기간에 걸린 투쟁 속에 올 것이 왔다! 07년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꿀꿀이 해를 맞이하는 새해부터 선전포고다.
지난해 수출이 당초 목표치 3180억 달러를 넘어 326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수출실적보다 14.6% 증가한 것이고 무역흑자가 4년 연속 100억 달러를 넘었다는 언론보도를 들으며 이 모든 것이 노동자의 피와 땀, 눈물인데 왜 이렇게 일을 하면서도 대접을 받지 못하는가 생각한다. 오늘 아침뉴스에서도 비정규직보호법안이 통과되었지만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제야 알았는가? 광야에서 외쳤던 노동자의 외침 소리가 현실로 다가와 새해 앞을 가린다. 비정규직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투쟁을 벌려 나갈 때 비정규직 보호법이라고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노동자의 투쟁을 불법 이기집단으로 몰고 간 언론이 이제는 통과 되었다고 북 치고 장구 치고 있다.
“기업 82%, 비정규직 자르거나 아웃소싱”
“상반기 '비정규직 대란' 발발 초읽기, 정부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
“정부가 지난해 말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강행처리한 비정규직법이 노동계 우려대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만 양산하며, 오는 7월 법안시행을 앞두고 대규모 '비정규직 대란'이 발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법안 통과를 강행한 정부 및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 국민적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진다.
현재의 천민자본은 당기순이익을 만든 기업도 구조조정을 통해 이윤을 창출해간다. 그 과정에 노동자는 폐품 처리된다. 가정이 있는 그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노동자에게 희망은 있는가를 말하고 싶다. 기룡전자, 하이닉스 투쟁, 앞으로 이 땅에 노동운동은 비정규직이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독에는 독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하며 가까운 곳에서 희망을 찾아 간다.
인천지부에 막내로 들어온 휴먼테크 오화숙 지회장님이 차가운 새벽바람에도 아랑곳없이 투쟁을 한다. 한국단자가 작년에 당기순이익 200억을 내기까지는 아웃소싱으로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휴먼테크에서 한축을 담당했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임금, 통근버스를 없애는 가운데 인간답게 살아 보겠다고 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유로 휴먼테크 지회장님은 해고를 당하였다. 겨울철인데도 빠지지 않고 아침 선전전과 투쟁을 한다. 폭행건과 불법파견을 받는 한국단자는 우리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한국단자 자본은 휴먼테크의 관라자에게 조합원을 개별면담을 하며 탈퇴를 종용하고 오화숙 지회장님만 해고 시킨 후 고립하게 만들었다.
그 상황에도 혼자서 투쟁한다. 외로움이 있을 수 있겠다싶어 “힘드시지요.” 물어보는 말에 “제 뒤에는 인천지부가 같이 있어요. 만약에 각 지회 노동자들이 함께 해주지 않았다면 저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옳은 말을 한 것뿐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지요. 가족 모두가 힘이 돼주어요.” 한다.
이 말속에 노동자는 하나이고 자본이 갈라놓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없애야 하는 노동자에게 수난의 시기라는 진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라고 정치, 자본, 언론에서 큰소리 쳤던 거짓말이 82%의 비정규직을 자른다는 현실로 나타난다.
정말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할 정도로 06년은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기형으로 발전된 이 나라에 정말 이 땅에 희망을 볼 수 있는 나라인가 할 정도로 고민에 빠진다.
의인 한 명이 없어 멸망된다는 소둠과 고모라 황금에 미련으로 뒤돌아 본 죄로 소금기둥이 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지구상에 없어질 나라가 아직까지 존재해 있다는 것은 아직도 이 땅에는 의인들이 많아서라는 생각을 한다.. 재가진폐 환자를 위해, 산재환자를 위해, 손을 잡은 정규직과비정규직, 바닥으로 내몰려있는 도시빈민을 위해, 내 땅에서 평화를 지키는 대추리에서 조국통일을 위해서…
저항하며 감옥으로 끌려가는 의인들이, 각기 저마다의 영역에서 의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의 삶을 버리고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아래로 아래로 흘러갈 때 희망은 있는 것이리라. 함께 투쟁하는 당신이 희망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 노동자가 많아질수록 그렇게 노동해방은 오고 있는 것이다.
좌절과 포기라는 고통 앞에 일어나 희망으로 가자!
그래도 노동해방은 온다!
우리최선을 다했어!
노동자의 작은 힘 모아
죽을힘으로 온 힘을 다했지만!
모순의 구조속이
왜이리. 질긴가!
끊기지 않는
현실의 아픔에 지쳐
악법철폐를 외치며
외로움에 소리를 질러 봅니다.
힘들고 어려운
악조건일지라도
슬픔은 나누고 기쁨을 함께하는
아침 같은 그대 있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안개처럼 보이지 않을지라도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해지는 세상
노동자의 진실로
그렇게 노동해방은 오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