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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김재천, 일과건강 2006년 12월호



아시아지역 산재노동자들과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매년 진행하는 모임이 있다. 05년도에는 홍콩에서 진행되었고 올해는 태국 수도인 방콕에서 11월4~6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열렸다. 이 모임은 아시아 전 지역의 산재노동자들과 피해자 조직이 함께 발표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이다.


산재노협은 2001년에 산재노협 허덕범 동지가 태국 방콕모임을 참가하고 이번이 두 번째다. 1999년에 산재노협이 간사 단체 역할을 받았으나 통역이나 언어 문제 한계로 실질적인 활동가 연대를 못하는 실정이다. 대신 노건연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해년마다 초청을 받아오지만 조직여건상 가지 못하고 올해 5년 만에 아시아 지역 단체와 산재노동자들을 만났다. 아시아지역 노동안전보건단체와 산재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만난다는 것, 새로운 세계의 노동자들과 연대와 나눔, 투쟁을 공유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번 모임은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 동지도 함께 간다. 노건연은 메일로 공식초청을 받았지만 산재노협은 그러지 못했다. 처음은 메일과 서신으로나마 교류를 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중단된 상태이다. 인천공항에서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과 출발하기 1시간 전에 만나 늦은 저녁을 공항 안에서 하고 6시간동안 기나긴 비행 뒤 태국 국제공항 수완나품에 도착하였다. 공항은 개항한지 한 달뿐이 안 되어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웠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거의 4~50분 정도 걸렸다. 경제적인 이유로 우리가 밤 비행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숙소인 피나클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2시(한국시간 오전 4시, 한국과 2시간 차이가 남)가 되어 바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1층에서 식사를 하고 숙소 2층에 마련된 토론회 장소로 가서 참가자 확인을 하고 입장하였다.


아시아지역의 많은 산재노동자들과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참석을 하였다. 5~60여명의 아시아지역 노동자들이 참석을 한 것 같다. 한국, 타이완, 필리핀, 일본, 중국, 홍콩,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이 나라들은 산재노동자들을 위한 아시아지역의 네트워크인 ANROAV(The Asian Network for the Rights of Occupational Victims) 초청으로 매년 각 나라들 활동과 투쟁을 공유하고 토론하여 각 나라에 가서 토론에 맞는 것을 시행하고 행동한다.


첫 날은 각 나라에서 온 조직과 참가들을 소개하고 산재노동자들을 위한 활동가들을 초대해준 ANROAV 활동과 조직 설명이 약간 있었다. 이후부터는 각 나라들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발표하고 토론과 질문들이 이어졌다. 첫날과 이튿날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각 나라 사례 발표와 토론으로 일정이 진행되었다. 먼저 인도에서 온 노동자들이 보석세공의 규폐증 사례를 발표하고 심각성을 이야기 하였다.


보석세공은 거의 수작업으로 많이 이루어져서 인도노동자들이 위험에 상당히 많이 노출됨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을 당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들이 작업현장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작업복을 집에까지 가져와서 대를 이어 규폐증이 일어난다고 한다. 중국에서 온 여성노동자들은 건전지공장 카드뮴중독의 GP노동자들의 최근동향과 광산업 사고와 진폐증을 사례로 발표하였다. 카드뮴중독의 GP노동자들은 중국정부가 직업병 인정에서 심각한 치료받을 권리 제한과 탄압 문제를 지적했다. 많은 현장노동자들이 직업병에 걸리며 노출된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심지어는 산재신청도 감시, 통제한다고 전했다. 또한 광산에서 대량채굴로(실제로 중국정부는 지방정부에 많은 광산사고를 방지하기위해서 대량채굴을 제안하는 실정임)  사고가 엄청나게 일어나며 진폐증도 많이 일어나며, 이러한 것들이 중국정부와 지방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일본과 방글라데시는 석면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석면문제들을 이슈화 시키고 토론하고 있다며, 내년 4월에 한국과 일본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서울에서 석면 위험성을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는 선박해체작업에서 석면이 발생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직업병에 걸리고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아시아나 유럽의 노후된 선박의 해체작업을 많이 하고 선박해체작업이 번성 하고 있어 더욱더 많은 노동자들이 석면문제로 심각한 상황이라 선박해체작업 저지투쟁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인도, 태국은 광산산업에서의 노동안전보건운동과 지역운동을 소개했다. 인도는 “많은 노동자들이 진폐증에 노출되고 있다. 생활고에서 시달리는 많은 노동자들이 아직도 수작업으로 석탄을 캐다 가족들이 매몰되고 진폐증이 걸리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라고 발표했다. 특히 태국은 공공기업인 국가전기회사가 참여한 광산개발 사업에 적지 않은 개발지역 지역주민들이 직업병에 노출되어 지금 현재도 개발사업자들과 지역주민들이 싸우고 있으며 또한 국가와도 싸움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타이완에서는 건설노동자들의 노동현장에서의 많은 사망 투쟁사례를 이야기했다. 2007년 2월에는 101층 고층 건물을 건설하다 사망한 노동들을 위한 추모집회와 비를 세운다고 한다. 홍콩은 산재노동자 조직과 간병인노동자 사례를 발표했다. 산재노동자 조직은 여러 가지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이주산재노동자그룹, 사망노동자가족그룹 등이 있는데 특히 사망 유가족 자녀들의 과외교육을 지원하는 것들이 인상적이었다. 또, 간병인 조직화에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국가가 노인수발을 위해 민간에 위탁, 시행하는데 장시간 노동과 힘들어서 국가를 상대로 투쟁을 하고 홍콩 노총산하 노조로 조직화 되어있다고 한다.


남아시아지역에서 그린피스에서 온 활동가 사례가 나에게는 눈에 띄었다. 컴퓨터부품, 폐전자제품을 가열해 녹여서 자원을 재생하는 노동자들의 직업병노출의 심각성을 보고했다. 대부분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에서 소규모 또는 가내수공업으로 어린이, 여성, 노인들이 집주변공터에서 일을 하는데 녹이는 과정에서 납, 수은 등등 여러 가지 유기용제에 노출이 심각하다는 발표를 했다. 이들은 대안으로 이 전자제품을 만드는 다국적 회사들이 다 쓴 중고제품을 회수하고 내부부품을 무해한 제품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사례발표와 회원들 최근 동향이 있었으나 언어 문제로 적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한다. 

한국은 노동건강연대의 기업살인법제정 캠페인과 산재노협 활동 및 산재노동자 자활공동체활동을 발표하였다. 특히 노동건강연대의 기업살인법제정 캠페인은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이후 사례발표 뒤에는 그룹토론이 이어졌다. 아시아지역 모임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한국에서의 토론방식과 약간은 달라 생소했으며 역시 언어 문제로 소통하는 데는 약간은 어려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곳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한국 활동가를 첫 날 소개 할 때 만나서 이틀간 통역봉사를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날은 통역도 없고 그나마 함께 갔던 이상윤 정책국장도 일정으로 하루 일찍 가버려서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은 토론 일정을 오전에 마치고 방문 일정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오전에 전체평가와 지역별모임이 있었다. 지역별모임은 한국, 일본, 타이완, 홍콩 이렇게 4개 나라가 진행했다. 일본에서 온 활동가는 나를 배려해 한문과 영어를 병기해 칠판에 써가며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각 지역에서의 활동을 보고, 공유하고 동아시아지역 노동자들은 2년에 한 번씩 보자는 결론도 냈다. 타이완노동자들은 내년 2월의 추모집회와 추모퍼포먼스에 함께한 노동자들을 초대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아시아지역 네트워크를 했던 노동자들은 함께 모여서 태국 의류노동자인 여성노동자파업현장을 방문하고 산재노동자들이 운영하는 사업장과 태국 산재노동자단체(WEPT)와 간담회를 가졌다. 30~40여명이 작은 버스에 나누어서 타고 파업현장으로 향했다. 나는 중국노동자들과 함께 동승했는데 중간에 한문으로 된 문서를 주고 노래연습을 하자고 했다. 파업현장에서 답가로 불러 줄거라는 몸짓이 있었다. 그러나 연습하는 음이 내게는 꽤 익숙했다. 그래서 물어보니 ‘코리안 인터내셔널가’라고 누군가 영어로 말해주었다. 우리가 투쟁현장에서 항상 노래하던 ‘님을 위한 행진곡’ 중국버전이었다.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달려서 파업현장에 도착하니 4~5백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더운 여름에 집회를 하고 있었다. 이 파업현장은 Gini라는 속옷을 만드는 홍콩계 다국적 회사인데 최근에 자본 철수로 문을 닫고 공장을 일방적으로 중국으로 이전했다. 그래서 파업 중이고 대부분이 20대 여성들로 구성되었다. 임신하여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도 있었고 젖먹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노동자들이 더러 있었다.


이들의 요구는 너무도 당연하고 소박했다. “Gini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고 대표자는 정직하고 투명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라! 그리고 태국노동법을 준수하고 일할권리와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한국 악덕기업주의 대표적인 표상인 것 같았다. 돌아가면서 연대발언을 하고 중국동지들은 연습해간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그리고 많은 태국노동자들이 태국어로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합창을 하는데 감격스러웠다. 이어 사회자가 한국버전을 듣고 싶다고 손을 잡아끌어 나가서 노래하는데 다들 각 나라 언어들로 불러 한국 투쟁가가 국제적임을 실감했다. 마지막으로 태국 산재노동자단체(WEPT)를 방문하여 간담회를 갖고 그곳에 있는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숙소를 들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태국 수도 방콕은 서울보다 공기가 안 좋았다. 일정 외에 많은 곳을 돌아다녀보고 싶었지만 워낙 일정이 힘들어서 그러지 못했다. 지인이 방콕 시내를 돌아다녀보라고 태국여행책자를 주고 몇 군데를 추천해주었지만 힘들어서 실행하지 못했다. 함께 했던 아시아지역 노동자들은 한국노동자들에게 꽤 호의적이었고 노동조합 투쟁에 관심이 많았으며 한류열풍이 대단했다. 특히 캄보디아와 대만, 홍콩 노동자들은 나도 잘 안 보았던 드라마 주인공 이름까지 한글로 거론하면서 이야기했다.


3일 내내 10시간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했다. 함께 갔던 노건연 이상윤 동지와 태국에서 여성노동자 조직화 활동을 하는 박진영 동지 도움으로 잘 교류하고 원만했다. 특히 박진영 동지는 우리 일행들을 토론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영어통역을 해주고 안내를 해주어 대단히 고마웠다. 또한 영어를 모르는 나를 위해 한문을 병행한 홍콩 동지와 일본 동지들도 고마웠다. 특히 일본 동지는 일부러 비행기 시간이 나보다 2시간이 늦음에도 공항까지 동행해 주었다. 네팔노총에서 온 동지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운동을 하고 돌아간 동지 이야기를 하니 잘 안다고 해서 무척이나 반가워했던 기억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어떤 동지가 한말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 노동자들은 이제 아시아지역 노동자들에게 그동안의 노동운동이나 투쟁 경험을 바탕으로 나누어주어야 한다." 나도 그게 아주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와 토론을 하고 싶었지만 언어 한계로 힘들었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2박3일간 아주 중요하게 아시아지역 노동자들과 교류를 하였다. 다음기회에 또 간다면 더 많은 공부와 활동들을 공유하고 이야기 하고 싶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고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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