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범 교육실장, wioeh@paran.com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우려했던 일은 각종 안전보건 규제가 무력화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규제완화 상황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부 각 부서에게 규제완화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사무관 한 명 당 몇 개 이런 식이다. 실적을 제출하지 못하면 무능한 공무원이며, 실적이 없는 부서는 필요 없는 부서라는 낙인이 찍힐 노릇이다. 공무원들은 현재 끽 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 상태이다. 과거 경총에서 요구해왔던 규제완화 요구 파일에서 무엇을 선택해서 실적을 올려야할까 고민 중이다. 실적 앞에 논리는 사라졌다. 아무리 이명박이 경제를 살리자고 떠들어도 안전보건 규제 완화해서 경제 살릴 수 없다는 것쯤은 모두 다 알고 있다. IMF 직후 기업규제완화특별조치법으로 44개 조항의 안전보건 규제를 완화하였지만, 경제 살리는데 도움 되었다는 얘기는 없다. 그래도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찍히니까. 이게 노동부의 요즘 분위기이다.
이 글은 노동자건강권 운동 진영에게 이명박 정부의 안전보건 규제완화에 거센 저항이 시급히 조직되어야만 한다는 제안을 하고자 작성되었다. 이를 위해서, 한국사회에서 안전보건 규제가 어떠한 식으로 만들어졌고, 완화되거나 강화되었는지 고찰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규제완화는 어떠한 방식으로 추진될 것인지 예측하였다. 특히 경총에서 주도적으로 제기해온 규제완화 요구가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검토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대응방향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감히 혼자서 정리할 수 없는 노릇이라, 몇 분과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내용을 만들었다. 노동자건강권 운동 진영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
우리나라 규제완화 연혁과 문제점
1.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 제정부터 1997년 기업규제완화특조법까지
우리나라 안전보건규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법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있기 전까지 그저 문서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노동자대투쟁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의 거센 요구가 현장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은 현장 투쟁으로 노동자 참여권이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의결권이 확보되었고, 작업중지권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자본의 불만은 점차 깊어져갔고, IMF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전보건 규제 무력화를 감행한다. 이것이 1997년 기업규제완화특별조치법이다.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1981년부터 1997년까지 우리나라 안전보건 규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훼손되어 왔는지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박두용 원장이 잘 정리해 놓은 글이 있기에 요약해서 소개한다.
-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 12월 31일에 제정되었다. 그 동안 근로기준법 제6장에 규정되었던 안전보건 부분이 별도 법률로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1982년도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되면서 1980년대 중반까지는 산업안전보건법 법령체계를 구비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실제 산업안전보건 규제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당연히 규제개혁이라고 할 만한 뚜렷한 내용도 있을 리가 만무했다.
- 1990년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과 함께 산재 및 직업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고, 산업안전보건의 사회적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다. 1981년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에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은 전면 개정되었다. 1990년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에 대한 여러 가지 실질적인 안전보건 규제조치를 담아, 비로소 산업안전보건법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 기반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 1993년 제1차 규제완화
1993년, 김영삼 정부는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아래 “기업활동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기업규제완화특조법’)”을 제정하였다.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규제도 일정부분 완화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당시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규제가 완화된 사항도 많지 않고 이로 인한 심각성도 채 인식되지 않았었다.
- 1997년 제2차 규제완화
산업안전보건 규제완화에 직접 영향을 미친 법률은 1997년에 개정된 ‘기업규제완화특조법’이다. 1997년이면 1990년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실제로 집행되기 시작한 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어떤 규제이건 규제가 시작되는 초기에는 아무리 필수적인 규제라도 피 규제 집단은 불만을 토로하고 반발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새로운 규제에 적응하기까지는 피 규제 기관이나 규제집행기관 모두 일정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1990년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집행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사업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 규제에 불만과 불평이 거의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다. 그 동안 규제가 없었으니 새로운 규제에 불만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고, 노동조합이 산업안전보건문제를 제기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골치 아픈 규제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때마침 IMF 경제위기가 왔고 규제완화라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자, 사업장으로부터 산업안전보건 규제완화 요구가 분출되었고 이는 그대로 기업규제완화특조법에 반영되었다. 당시 여러 가지 정황이나 경제적 측면, 그리고 사업주 부담 측면을 종합으로 고려할 때 기업규제완화특조법에 의한 산업안전보건 규제완화는 지나친 측면이 크다. 더구나 당시 규제완화조치는 그에 합당한 과학적 근거나 면밀한 분석도 없었으며, 이해당사자간 합의는 물론 참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7년 기업규제완화특조법 전면개정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규제가 완화된 것은 44개 항목에 이른다. 그러나 일단 한번 시행된 규제완화 조치는 원상회복이나 재검토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기업규제완화특조법이 특별법이기 때문에 각각의 규제를 다루는 행정부처 개별 행정법에서 개정이 불가능하며, 기업규제완화특조법을 관장하는 부서는 산업자원부로 규제와 관련된 정부의 행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기업규제완화특조법에 의해 산업안전보건규제 중 완화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2.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안전보건 규제
우리나라 안전보건 규제는 만들어질 때부터 사업주 처벌이 약하였다. 법을 집행할 의지도 없고 감독할 의지도 없었기 때문에 이행률이 매우 낮은 저규제라는 특성을 가진다. 그런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내실화되는 단계에 이르렀으나, 1997년 규제완화조치로 이러한 기조는 더 강화되지 못하고 좌절되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도 규제 강화보다는 규제완화가 정책기조로 자리함에 따라 안전보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정부 내에서 만들어지지 못하였다. 다만,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면서 안전보건과 같은 사회적 규제는 완화보다는 합리화하여야 한다는 입장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1997년과 같은 강력한 규제완화는 추진되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기의 안전보건 규제 특징은 경총 등 경제5단체를 중심으로 한 치밀한 규제완화 물밑작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제단체들이 제기해온 규제완화 요구는 다음과 같다.
<표1. 경제5단체 규제개혁과제 공동건의, 2006. 4.>
연번 |
규제완화 요구내용 |
관련법 |
1 |
노동부 감독대상 선정 차등적용 |
근로감독관집무규정 |
2 |
중소기업의 의무고용기준 완화 |
산업안전보건법 |
3 |
타워크레인 임대업의 안전보건기준 완화 |
시행규칙 |
4 |
재해율 산정대상 재해범위 조정 |
시행규칙 |
5 |
유해위험방지계획서 검토자격자 확대 |
시행규칙 |
6 |
제조관련 안전관리 검사 및 교육제도의 개선 |
시행령 |
<표2. 경제5단체 규제개혁과제 공동건의, 2006. 11.>
연번 |
규제완화 요구내용 |
관련법 |
1 |
중량물 취급작업시 작업계획서 작성항목 간소화 |
시행규칙 |
2 |
중대재해 발생사업장 감독제도 개선 |
근로감독관집무규정 |
3 |
선박의 본선용 사다리식 통로에 대한 안전기준 적용제외 |
안전기준에관한규칙 |
4 |
안전관리자 선임기준 변경 |
시행규칙 |
5 |
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의무교육면제 현행 유지 |
기업규제완화특조법 |
6 |
프레스, 리프트 정기검사 면제 현행 유지 |
기업규제완화특조법 |
7 |
유해, 위험방지계획서 제출의무면제 현행 유지 |
기업규제완화특조법 |
<표3. 기업애로 해소와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현안 과제, 2007. 10. 9.>
규제개혁추진단(민관합동기구 - 대한상공회의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연번 |
규제완화 요구내용 |
관련법 |
1 |
사업주의 보호구 관리(점검 및 보수 교환) 의무 삭제 |
보건기준에관한규칙 |
2 |
안전보건개선계획수립 명령제도 개선 |
시행규칙 |
3 |
작업환경측정제도 유해인자 누락에 대한 사업주 처벌 조항 삭제 |
시행령 |
4 |
특수건강진단, 배치전건강진단 제외대상자 명시 |
시행규칙 |
5 |
특수건강진단 주기단축 조건의 합리적 조정 |
시행규칙 |
6 |
특수건강진단 주기연장제도의 도입 |
시행규칙 |
7 |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제도 개선 |
시행령 |
8 |
산업안전보건 교육시간과 교육내용 조정 |
시행규칙 |
9 |
동종업종 경험자 안전보건교육 면제 |
규정 |
10 |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 보고의무하도록 완화 |
시행규칙 |
11 |
타워크레인 조종 작업 자격기준 완화 |
규칙 |
12 |
전기기계, 기구의 조작시 등의 안전조치 중 조도기준 완화 |
안전기준에관한규칙 |
<표4. 경제5단체 규제개혁과제 공동건의, 2007. 11.>
연번 |
규제완화 요구내용 |
관련법 |
1 |
사업장 규모를 고려한 감독대상 선정 |
규정 |
2 |
근골격계질환 수시유해요인조사 대상 개선 |
시행규칙 |
3 |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프로그램 대상사업장 선정기준의 합리적 조정 |
시행규칙 |
4 |
유해인자 누락에 대한 사업주 처벌조항 삭제 |
시행령 |
5 |
계단의 폭 기준 개선 |
안전기준에관한규칙 |
6 |
안전밸브 압력시험주기의 합리적 개선 |
안전기준에관한규칙 |
7 |
도급사업에서의 안전보건조치 적용대상의 합리화 |
산업안전보건법 |
8 |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제도 개선 |
보건기준에관한규칙 |
9 |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의결기능 삭제 |
산업안전보건법 |
10 |
특수건강진단, 배치전건강진단 제외대상자의 명시 |
시행규칙 |
11 |
특수건강진단 주기연장제도의 도입 |
시행규칙 |
12 |
산업재해 보고의무 완화를 통한 사업주 부담경감 |
시행규칙 |
중복된 내용이 있지만, 다양한 주제의 규제완화 요구가 있어왔다. 그런데 이 중에서 실제로 법이 개정되어 규제완화가 이루어진 것은 몇 가지 항목에 불과하다. 2006년 11월 제기된 “중량물 취급 작업 시 작업계획서 작성항목 간소화”가 2007년 8월 7일 규칙개정 고시 후 개정되었다. 또한, 표에서는 정리되어 있지 않으나, 안전보건교육시간을 자율화하자는 주장이 규제개혁기획단에 의해 2005년부터 제기되었는데, 2007년 9월 11일 규칙개정으로 전체 교육시간을 분기별로 통합할 수 있게 개정되었다. 한편, 근골격계질환의 유해요인조사 주기, 내용, 방법 및 수시유해요인 조사 등에 경총을 필두로 끈질긴 규제완화요구가 진행되었고, 노동부에서는 2007년 11월 27일 규칙개정안으로 이를 수용하였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즉각적인 투쟁으로 인해 11월 27일에 고시된 규칙개정안은 전면 폐기되었다. 어찌되었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법 개정이 총 10차례 이루어졌기 때문에, 노동부가 규제를 완화할 기회는 많이 가졌으나, 실제 규제완화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표5.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법 개정 현황>
번호 |
법령종류 |
법령명 |
소관부처 |
공포번호 |
공포일자 |
10 |
부령 |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 |
노동부 |
293 |
2008-01-16 |
9 |
부령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 |
노동부 |
289 |
2007-12-31 |
8 |
대통령령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일부개정령 |
노동부 |
20483 |
2007-12-28 |
7 |
법률 |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 |
노동부 |
8562 |
2007-07-27 |
6 |
법률 |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 |
노동부 |
8475 |
2007-05-17 |
5 |
부령 |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 |
노동부 |
264 |
2006-12-30 |
4 |
대통령령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일부개정령 |
노동부 |
19804 |
2006-12-29 |
3 |
부령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 |
노동부 |
259 |
2006-09-25 |
2 |
대통령령 |
산업안전보건법시행령 일부개정령 |
노동부 |
19691 |
2006-09-22 |
1 |
법률 |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 |
노동부 |
7920 |
2006-03-24 |
한편, 같은 시기에 오히려 규제가 복원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1997년 기업규제완화특별조치법으로 프레스 등에 대한 검사가 면제되었는데, 이것이 복원되었다. 2007년 8월 산업자원부의 법 개정 고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1997년 4월 기업활동 촉진을 위하여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하여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규제가 대폭 완화된 이후,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증대되어 오히려 국가경쟁력강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특히, 프레스․리프트에 대한 정기검사 면제, 산업안전․보건교육의 면제와 제조업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의무의 면제가 산업재해 증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이들 면제 조항을 모두 삭제하려는 것임.(2007년 8월, 산업자원부의 법개정 공표 자료)”
정리하자면, 노무현 정부하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자본의 규제완화 요구가 그대로 수용되지는 않았으며, 정부가 일정한 방어기능을 수행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경총이 요구한 규제완화 요구가 국무총리실이나 산업자원부를 통하여 노동부에게 전달되면, 노동부는 요구에 대한 노동부 입장을 정리해서 가부를 판정하여 답변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계를 참여시키는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여 대응하려는 노력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1997년의 규제완화로 노동자 건강권의 피해가 얼마나 발생하였는지 드러내려고 노력한 결과 일부 규제가 복원되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안전보건과 같은 사회적 규제에 강력히 지키고 강화하려는 입장을 만들지 못함에 따라 한계를 노출하였다. 비록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를 구분하는 철학을 세우기는 하였으되, 아래와 같이 사회적 규제 역시 규제 내용과 수준을 합리화한다는 입장을 정립하였다. 즉, 사회적 규제라도 언제든 기업활동에 방해가 된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 개별규제 정비의 기본원칙(국무총리실)
\
1.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경제적 규제는 과감히 폐지
2. 환경, 안전 등 사회적 규제는 규제의 내용과 수준을 합리화
3. 국민들의 민원이나 불만이 많은 분야를 우선적으로 정비
4.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의 우선적 정비
5. 필요한 규제는 준수를 위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
6. 규제의 명확성, 투명성, 공정성 확보 및 철저한 집행
7. 행정절차 개선을 위한 BPR 적극 검토
이러한 취약점 탓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본의 규제완화요구에 방어할 수 있는 정부 내부의 기제는 완전히 상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무현 정부 하에서 규제완화 체계가 다음과 같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틀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그대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그림은 개별적 규제는 과거 산업자원부(현재 지식경제부)에서 경총의 요구를 수집하여 해당부처로 제기하는 방식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덩어리 규제를 중심으로 규제개혁기획단이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1. 뉴라이트의 규제완화 논리
이명박 정부에 들어간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학자들은 모두 규제완화를 적극 주장하며, 심지어 사회적 규제조차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회적 규제의 규제완화 필요성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근거로 주장된다. ‘민생관련 사회적 규제의 상당수가 사문화되거나 집행과정이 부실하여 사실상 무규제 상태가 초래’되거나 ‘기준과 절차가 비현실적이어서 아무도 규정대로 집행하거나 준수할 수 없는 상태가 초래’되기 때문에 오히려 규제가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보건, 환경, 안전 등의 사회 분야에서 국민생활 보호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데올로그도 한국의 규제가 유난히 많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1998년 현재 약 11,000개의 정부규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규제 대상 분야나 개별 규제사안 만으로 보면 일부 유럽 국가나 일본에 비하여 과다하게 많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규제가 과다하다고 국내외 기업인들이 느끼는 것은 규제 개수 때문만이 아니라, 규제 내용과 집행상 문제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의 양보다 질이 더 문제’라는 주장을 편다. 간략하게 얘기하면 다음과 같다.
“준수율이 낮은 규제는 주로 명분과 이상론에 치우쳐 도입된 비현실적 규제들이거나, 행정기술상 준수를 강제할 수 없는 규제들이다. 이러한 규제들은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직하고 성실한 국민들로 하여금 상대적 손해를 보게 하고, 이따금 단속에 적발되어도 억울하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어, 국민의 법 감정과 법권위만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이런 규제들은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규제를 지킬 수 있도록 기준을 현실화 한 뒤 철저한 집행을 하거나, 소기의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준수율이 낮은 규제를 운영하는 규제 집행 담당자들에게 일정기간 내에 준수율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 올리지 못하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무책임한 규제남발 관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안전보건환경과 같은 사회적 규제는 기업이 따라오지 못하는 규제일 경우 폐지하거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보건이나 환경 규제를 지키려고 하겠는가? 사회적 압력과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법을 강제로 지킬 뿐이지 자발적으로 지키는 기업이 있겠는가? 결국, 정부가 기업에게 법을 강제할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법을 어기면 기업주들이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 문제가 있으므로 법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2.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방식
현재 노동부 각 부서에는 규제완화 실적 요구가 전달된 상태이다. 개별 사무관들에게도 규제완화 건수를 요구하고 있다. 규제완화는 그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건을 했는지 실적이 중요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 규제완화란 정부와 공무원의 최고 책무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에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방식은 ‘알아서 건수를 제출하도록 강압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것에 현재 정부 관료들이 감히 두려워 대들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비록 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경총의 규제완화 요구를 점잖게 거부해왔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그동안 경총이 요구해온 것을 모아놓은 파일을 들춰보면서 자기 업무와 관련한 규제완화 요구가 있는지 찾아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간 축적된 경총 등의 규제완화 요구내용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며, 이 중에서 규제완화가 선택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5월 중으로 지식경제부는 노동부에게 자본의 규제완화 요구사항을 정리하여 전달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지식경제부로부터 나올 요구는 기존의 경총 등 경제5단체의 요구 중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부의 저항이 없는 한 내부에서는 그 요구를 취사선택할 것이며, 얼마나 많이 수용할 것인지는 부서별로 눈치를 보면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또 다른 문제는 국무총리실로부터 덩어리규제를 완화하라는 요구가 노동부로 전달될 것이라는 점이다. 덩어리규제란 개별 규제가 아니라 어떤 일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여러 부서의 규제를 하나로 묶어서 표현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이를테면 상수원보호구역의 개발을 억제하거나 골프장 건설을 억제하는 규제들이 그것이다. 환경법과 건설법, 도로교통법 등 다양한 규제들이 얽혀 있는데, 개발을 돕기 위해 규제들을 한 번에 폐지하거나 조정하는 것을 덩어리규제완화라고 한다. 최근 뉴라이트들은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병폐가 된 대표적 덩어리규제를 환경규제라고 거론한다. 각종 사회적 규제는 이제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국무총리실의 덩어리규제완화 요구에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자체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 부담 경감과 노동자 책임의 강화 같은 주제가 덩어리규제 완화의 목표로 설정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은 그야말로 걸레조각이 될 상황이다.
자본의 규제완화 요구안의 문제점
2008년 3월 경총은 또다시 규제개혁을 건의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6. 경총의 규제개혁 건의, 2008. 3.>
연번 |
요구내용 |
법 |
1 |
GHS를 반영한 MSDS 제도 등의 시행시기 연장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부칙 제259호 제4조 |
2 |
산재발생 보고대상 및 보고기한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조제1항 |
3 |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자격기준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제1항 |
4 |
사업장 감독기준 개정 |
산업안전업무담당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9조 |
5 |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 주기 및 대상 개정 |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43조제1항 |
6 |
근골격계질환 수시유해요인조사 기준 개정 |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43조 제2항 |
7 |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방법 개정 |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44조 |
8 |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프로그램 수립대상 기준 개정 |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48조 |
9 |
근로자에게 보호구 착용의무 명시 |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6조 등 |
10 |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의결기능 삭제 |
산업안전보건법 제19조 |
11 |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의결 사항의 조정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시행령 제25조의5 |
12 |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대상 기준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131조 |
13 |
작업환경측정 주기완화 기준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93조의4 |
14 |
작업환경측정 유해인자 누락 사업주 처벌조항 삭제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 13] |
15 |
특수건강진단 및 배치전건강진단 대상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98조 |
16,17 |
특수건강진단 실시주기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99조의2 |
18 |
건강진단 관련 근로자준수의무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 |
19 |
공정안전보고서 제출대상 기준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3조의5 |
20 |
특별안전보건교육대상 및 교육시간 개정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8] |
21 |
특별안전보건교육 방법 개정 |
산업안전보건교육규정 고시 제3조 |
22 |
타워크레인 조정 작업 자격기준 개정 |
유해․위험작업의 취업제한에 관한 규칙 [별표 1] |
23 |
건조중인 선박의 오염물질 수거․처리 기준 개정 |
해양환경관리법 제37조제1항 |
전혀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니며, 계속 요구되어 온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법개정 대상이 주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집중되어 언제든 노동부가 수용하면 즉각 추진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진다. 노동부는 이제부터 논리가 아니라 힘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노동자건강권 운동진영은 경총 요구가 가지는 의미를 잘 정리하여 사회적으로 알리고 정부의 규제완화에 반대여론을 조성하는 노력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에 그동안 경제5단체가 그간 꾸준하게 반복 요구해온 것을 중심으로 규제완화 요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보았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는 것도 있으나, 그러한 것 보다는 노동조합과 정부의 역할을 무력화 하려는 의도에 짜맞추어 진 논리에 근거한 요구안이 만들어진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표7. 근로감독 무력화 및 사업주 책임 회피를 위한 규제완화 요구>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1 |
노동부 감독대상 선정 차등적용 ->중대재해 발생사업장 감독제도 개선 -> 안전보건개선계획수립 명령제도 개선 -> 사업장규모를 고려한 감독대상선정 -> 사업장감독기준 개정 ->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대상 기준 개정 |
집무규정 |
근로감독 개선계획 |
대규모사업장 |
- 06. 4. 경제5단체 - 06. 11. 경제5단체(내용 수정하여 요구) - 07. 10. 규제개혁추진단(내용 발전시켜서 요구) - 07. 11. 경제5단체 - 08. 3. 경총(사업장감독과 개선계획수립대상을 구분) |
현행법에서는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9조3항5호에 의거하여, ‘최근 1년 이내 작업환경측정결과로서 화학적인자의 측정결과가 노출기준을 초과하고, 동 인자로 인한 직업병자가 1인(직업병 유소견자는 3인)이상 발생한 사업장’에 감독을 실시토록 규정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이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1000명 이상 사업장과 10명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한 명의 직업병 환자가 나온 것을 어떻게 똑같이 취급할 수 있냐는 얘기이다.
경총에서는 ‘직업병자 1인(상시근로자 1천명 이상 사업장 2인) 또는 직업병자 유소견자 3인(상시근로자 1천명 이상 사업장 4인)’ 발생 시 근로감독이 되도록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007년 10월 규제개혁추진단에서는 중대재해 연간 2건 발생 시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대상이 되는데, 10000인 이상 사업장은 중대재해 연간 3건 발생 시 대상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논리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중대재해나 직업병, 노출기준 초과는 하나하나 원인을 따져보고 사업주 과실을 물어야 할 대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복되어 또 다른 피해자를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대재해나 직업병 한 건 발생에 정부가 얼마나 충실히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영국 등에서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하여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의 과실여부를 엄밀히 조사하고, 사업주 과실이 분명할 경우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주 책임을 분명히 하였다. 경총 논리는 외국의 이러한 추세와 역행하는 것일뿐더러, 사람이 죽는 중대재해나 직업병조차 한 두 건 정도는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명경시 풍조를 사회적으로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2 |
재해율 산정대상 재해범위 조정 -> 중대재해발생시 사업주 보고하도록 완화 -> 산업재해 보고의무 완화를 통한 사업주 부담경감 -> 산재발생 보고대상 및 보고기한 개정 |
시행규칙 |
산재범위 보고 |
전체 |
- 06. 4. 경제5단체 - 07. 10. 규제개혁추진단에서 수정제시 - 07. 11. 경제5단체 - 08. 3. 경총 |
주된 요구내용은 ‘산업재해를 휴업 4일 이상을 요하는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로 변경하자는 것과, 사업주의 산재발생 보고의무에서 보고기한을 ‘사업주가 산업재해발생 사실을 보고받거나 인지한 날로부터 1월 이내’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현재 산재기준인 요양 4일에서 휴업 4일로 기준이 바뀔 경우 경미한 재해들은 대부분 산업재해가 될 수 없다. 사업주들은 휴업 3일까지는 허용해도 4일 이상 휴업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므로 산재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어쨌든, 사업주들은 경미한 재해는 산재로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 즉, 산재은폐를 한다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대신에 현장에서는 사소한 사고들이 계속 발생하게 될 것이며, 산업재해가 아니므로 굳이 관리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그리고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현행법상 사업주의 산재발생 보고의무는 스스로 산업재해를 조사하고 찾아내 산업재해를 기록하고 정부에게 보고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규제완화 요구대로 하자면, 사업주는 산업재해를 파악할 필요가 없다. 노동자가 와서 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보고하거나 산재신청을 하면서 사업주에게 얘기하지 않는다면 사업주는 모를 수밖에 없고, 몰라서 산재보고를 안한 것은 은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요구는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은폐를 공식적으로 허가해 달라는 것과 같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휴업 3일까지 맞추도록 관리만 하면 되고, 노동부가 산업재해 은폐를 한 것에 대해 근로감독을 나오더라도 몰랐다고 하면 끝이다.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3 |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자격기준 개정 |
법 |
도급 |
제조업 |
- 08. 3. 경총 |
요구의 내용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선임은 현행 유지하되, 총괄책임자 부재 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자격에 부사장(조선소장), 공장장, 현장소장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는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할 수 있는 자가 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부)총괄책임자 제도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하다. 사업주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맡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것도 모자라, 바지책임자를 내세우는 것을 허락해달라는 얘기이다.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 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4 |
사업주의 보호구 관리(점검 및 보수 교환) 의무 삭제 -> 근로자에게 보호구 착용의무 명시 |
보건규칙 안전규칙 |
보호구 |
전체 |
- 07. 10. 규제개혁추진단 - 08. 3. 경총 |
사업주에게는 보호구 지급과 착용관리 의무만을 부여하고, 근로자에게는 지급받은 보호구 착용 전․중․후의 점검과 이상 발견 시 보수․교환 요청 및 착용의무를 부여하자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지급받은 보호구 등을 착용 시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보수 및 교환을 요청하고, 사업주는 노동자로부터 보호구 보수 및 교환요청을 받은 경우 이상 유무를 점검하여 조치를 실시하게 된다. 이제는 보호구의 관리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규제완화가 되면 악독한 사업주는 보호구를 사놓은 지 10년이 되었어도 교체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이 보호구가 오래되었다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화학공장에서 기능에 문제가 있는 방독마스크를 착용하였다가 변을 당해도 사업주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왜냐하면 마스크에 이상이 있는지 노동자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몰랐으니까. 이러한 요구가 반복적으로 경총에 의해 제기된다는 것은 사업주들의 몰염치가 극에 달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표8.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무력화를 위한 규제완화 요구>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1 |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의결기능 삭제 |
법 |
산보위 |
전체 |
- 07. 11. 경제5단체 - 08. 3. 경총 |
2 |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의결 사항의 조정 개정 |
시행령 |
산보위 |
전체 |
- 08. 3. 경총 |
경총은 ‘의결기능이 산보위 설치목적과 다르게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이어져 노사간 마찰이 발생하는 등 제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의결 기능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심각하다. 그리고 미의결 사항이 발생할 경우, 중재역할을 신뢰할 수 없는 산업안전공단 등에게 중재를 맡길 수 없으므로, 노동위원회에서 중재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안전보건의 전문성을 가진 산업안전공단, 측정기관 등 전문기관이 노동자들 손을 들어줄 것을 두려워한 측면도 하나 있으나, 노동위원회로 중재가 넘어가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계속적인 다툼으로 남도록 유도할 수 있어 시간끌기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볼 때, 노사간 안전보건의 최고 심의의결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무력화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참여권을 송두리째 흔들 작정인 듯하다.
<표9. 작업환경측정 부실화를 위한 규제완화 요구>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1 |
작업환경측정제도 유해인자 누락에 대한 사업주 처벌 조항 삭제 -> 유해인자 누락에 대한 사업주 처벌조항 삭제 -> 작업환경측정 유해인자 누락 사업주 처벌조항 삭제 |
시행령 |
작업환경측정 |
제조업 |
- 07. 10. 규제개혁추진단 - 07. 11. 경제5단체 - 08. 3. 경총 |
2 |
작업환경측정 주기완화 기준 개정 |
시행규칙 |
작업환경측정 |
제조업 |
- 08. 3. 경총 |
경총은 ‘측정기관의 전문가들이 사업장에 방문하여 측정대상인자 등을 관계법령에 입각한 판단에 따라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고 사업주에게 그 결과를 통보하고 있어, 사업주들은 전적으로 측정기관이 제출한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작업환경 측정기관이 기존에 없던 측정항목을 제시하거나 측정시료 수를 늘리자고 제안하면 사업주들은 예산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경총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신들의 책임을 측정기관에게 돌려버리겠다는 의도인데, 이렇게 되면 측정기관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주기완화는 공정별로 측정의 주기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노출기준 미만일 경우 측정주기를 1년에 1회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어떤 공정에서 소음이 하나 기준을 초과하였다고 해서 전체 사업장의 측정을 6개월에 1회 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노출기준이 초과된 현장을 관리하여 노출기준보다 낮게 만들면 될 것을 개선은 하지 않고, 측정만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노출수준이 3년 연속 기준의 50 % 미만인 공정은 아예 측정대상에서 빼자는 제안도 하였다.
<표10. 건강검진 부실화를 위한 규제완화 요구>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1 |
특수건강진단, 배치전건강진단 제외대상자 명시 -> 특수건강진단 및 배치전건강진단 대상 개정 |
시행규칙 |
건강진단 |
전체 |
- 07. 10. 규제개혁추진단 - 07. 11. 경제5단체 - 08. 3. 경총 |
경총은 ‘건강장해 발생가능성이 거의 없는 노동자에도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토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라고 한다. 특히, ‘특수건강진단비용은 중소기업에게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작업내용 및 사용하는 유해물질이 수시로 변하는 기업환경에서, 작업내용 변경 또는 유해물질 변경시마다 배치전 건강진단을 실시토록 하는 것은 기업 현실을 반영치 않은 획일적인 규제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한다. 허용소비량을 초과하지 않는 작업장의 노동자나 임시작업 단시간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특수검진과 배치 전 검진을 제외하자고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연속적으로 노출기준의 50% 미만에 노출되는 노동자를 특수건강진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측정과 검진의 신뢰성이 높고, 노동자들이 동의한다면 측정대상과 검진대상을 조절할 수 있겠으나, 그러한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총의 요구는 검진대상의 대폭 축소, 그로인한 검진 무력화로 이어질 뿐이다.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2 |
특수건강진단 주기단축 조건의 합리적 조정 |
시행규칙 |
건강진단 |
전체 |
- 07. 10. 규제개혁추진단 - 08. 3. 경총 |
3 |
특수건강진단 주기연장제도의 도입 |
시행규칙 |
건강진단 |
전체 |
- 07. 10. 규제개혁추진단 - 07. 11. 경제5단체 - 08. 3. 경총 |
현행법은 작업환경 측정 시 노출기준을 초과하면 특수건강검진의 주기를 2분의1로 단축하도록 했다. 경총은 노출기준을 2회 초과할 때로 바꾸자고 요구한다. 노출기준을 초과하면 즉각 개선해야 할 것을 한 번 정도 초과는 문제없지 않느냐는 발상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특수건강진단시 작업환경측정결과가 2회 연속 노출기준 미만이고 검진에서도 2회 연속 이상이 없으면 검진 주기를 2배로 늘리자고 제안하였다. 이미 노동부에서는 2008년에 특수건강검진 비용을 산재보험에서 지불하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을 경총이 아는 시점에 이러한 요구를 계속 하는 것은, 비용 문제가 아니라 측정과 검진을 자주 하기 싫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4 |
건강진단 관련 근로자준수의무 개정 |
법 |
건강진단 |
제조업 |
- 08. 3. 경총 |
검진결과에 이상이 있으면 사업주는 해당 노동자에게 직무전환, 근무시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경총은 이러한 책임 이행이 노동자들의 거부로 집행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경총은 ‘뇌심혈관계질환자의 경우, 사업주는 해당노동자의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작업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나, 노동자들은 임금저하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기업은 사내 의무실을 마련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하여 뇌심혈관계 질환자 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고 노력하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사내 의무실의 방문 자체를 거부’한다고 했다. 따라서 검진결과에 따라 사업주가 부서전환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였는데 노동자가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사업주가 위험한 작업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문제가 발생되었다면, 그로 인해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해서는 안되는 것이 상식이다. 환경을 개선하여 노동자가 쾌적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이다. 그런데 사업주가 현장을 개선하지는 않고, 사후조치로써 부서전환을 요구하면 노동자는 거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표11.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무력화를 위한 규제완화 요구>
연번 |
규제완화 요구 내용 |
해당 법 |
구분 |
주대상 |
요구시기 및 주체 |
1 |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제도 개선 ->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 주기 및 대상 개정 |
보건규칙 |
근골격계 |
제조업 |
- 07. 11. 경제5단체 - 08. 3. 경총 |
2 |
근골격계질환 수시유해요인조사 대상 개선 -> 근골격계질환 수시유해요인조사 기준 개정 |
시행규칙 |
근골격계 |
제조업 |
- 07. 11. 경제5단체 - 08. 3. 경총 |
3 |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방법 개정 |
보건규칙 |
근골격계 |
제조업 |
- 08. 3. 경총 |
4 |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프로그램 대상사업장 선정기준의 합리적 조정 ->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프로그램 수립대상 기준 개정 |
시행규칙 |
근골격계 |
제조업 |
- 07. 11. 경제5단체 - 08. 3. 경총 |
근골격계질환은 지난 2007년 11월에 노동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였다가 민주노총의 거센반발로 물러선 바 있다. 당시에는 경총 요구를 결재라인도 제대로 밟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여 법 개정을 추진하였다는 과정상 문제까지 드러나면서 노동부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경총이 계속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무력화하는 요구를 내걸 경우, 노동부는 상당부분을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경총은 ‘근골격계질환자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만 최초유해요인조사를 실시토록 하고, 조사 이후 공정의 변화가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은 사업장은 매3년마다 실시하는 정기유해요인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느냐는 논리이다. 특히 ‘강성노동조합의 경우 정기유해요인조사의 외부용역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노사갈등 및 사업장규모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비용이 지출되는 실정’이라고 호소한다. 이렇게 되면 ‘정기’라는 표현은 사라지게 된다. 근골유해요인조사는 한 번만 하는 것이며, 그것도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즉, 예방 차원에서 유해요인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 차원으로 전락하게 된다.
수시유해요인조사는 현행법상 환자가 발생하였거나 공정에 변경이 있을 때 한다. 그런데 경총은 ‘생산량 변화에 따른 업무량의 조정 및 작업 공정의 변경은 일상적인 산업현장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양과 작업 공정 등 작업환경이 변동할 때마다 수시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경영활동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무량 조정과 공정변경이 발생할 때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평가를 해야만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경총은 노동자의 몸이 망가지는 수준 이상으로 현장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공정을 변경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알 수 없도록 만들고 싶은 것이다. 또한 ‘근골격계질환자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공정 변경이 없는 경우에도 수시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질환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는 없으면서 기업부담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까지 말한다. 환자가 발생하였어도 공정 변화가 없다면, 아프지 않은 다른 노동자가 와서 일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또한 유해요인조사 방법에서는 증상설문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총은 ‘유해요인조사 결과가 인간공학적인 개선점을 확인·예방하는데 사용되기 보다는 산재신청 근거자료, 사업주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프로그램이 10인 이상 환자가 발생하면 의무가 발생하는데,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20명 이상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실제 문제라기보다는 근골격계질환이 다발하면서 노동조합 대응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하는 고민 속에서 제기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근골 유해요인조사를 가급적 시행하지 않게, 시행하더라도 증상조사 없이 무력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옛 요구까지 분석, 규제완화 반대전선 구축해야
경총의 몇 가지 규제완화 요구내용만 살펴보았는데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안전보건규제완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기존의 규제완화 요구들의 문제점을 세세히 분석하여 규제완화가 추진될 때 적극 대응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사회적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흐름을 형성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부 장관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안전보건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발언을 하거나, 부서별 규제완화 실적 제출을 의무화하였다. 노무현 정부 하 노동부 내에서 기능하였던 규제완화 저지선이 파괴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과거 요구되어 왔던 규제완화 주제들을 노동부 각 부처에서 오히려 적극 수용하여 실적으로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과거에 요구되었던 규제완화 주제를 무시하지 말고, 전체 내용을 분석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전보건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규제 완화 반대세력과 연대함으로써 더 큰 규제완화반대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