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사업장노동복지연대 임미진일과건강 2006년 10월호
한참 장마로 여기저기 물난리로 심난하던 때, 심지어 하늘과 가까운 곳인 내방도 물이 들어와서 울상이 되었던 그 무더위가 시작되었을 때, 잠시 일상을 뒤로하고 정말 덥다는 베트남에 갔다. 선선해진 지금 생각하니 그 더위를 어떻게 지냈는지? 베트남은 우기 때 그나마 시원하다는 것이 30도가 넘는 나라이다. 어쨌든 베트남 남부의 ‘Can Tho 시’에서 8월 3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매콩델타 2006’이라는 훈련에 참가하였다. ‘매콩델타 2006’훈련 중, 중도하차하지 않은 것이 정말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힘들었다. 말은 잘 안되고,(그곳에서는 영어와 베트남어를 제일 많이 쓴다. 한국에 돌아오면 같은 말을 쓰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은 어디를 가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날씨는 덥고,(베트남서도 기상 이후라던데, 몇 시간 간격으로 장대같은 비가 몇 십분 정도 내리면 좀 시원해집니다.) 일정은 빡빡하고.(베트남 시각으로 새벽 6시부터 일어나면, 밤 12시 가까이 되어야 머리를 누일 수 있었다.) 나라밖으로 나오니 한 개인이 국가를 대표하는데, 이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다들 참가한 훈련 이름이 뭐냐고들 많이 묻던데, 정확한 이름이 ‘PAOT STUDY TOUR PROGRAM MEKONG DELTA 2006’이다. 줄여서 부르기 쉽게 ‘메콩델타 2006’이라고 한다. 무슨 뜻이냐면, PAOT(Participatory Action Oriented Training)란 말 그대로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참가형 활동을 지향하는 훈련’으로서, 이러한 방법을 지도하는 것을 배우는 훈련이다.
‘Can Tho 시’는 메콩강이 흐르면서 삼각주가 형성되어 생긴 도시인데, 그 이름을 따서 올해는 메콩델타 2006, 작년에는 메콩델타 2005라 불렀다. 이 훈련은 일본의 노동과학연구소, ILO동아시아지부, 도쿄 산업안전보건센터(TOSCH), 베트남 산업보건환경센터(ECHO)가 공동주관하였고, 동아시아의 여러나라(한국, 일본, 베트남,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에서 베트남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두 23명이 참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를 포함하여 9분이 참가하였다. 5분은 한양대와 성동구보건센터에서 함께 오신 분들로, 작년부터 지역의 저소득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2년째 PAOT를 적용하여 공동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분들이다. 또 다른 2분은 대한산업보건협회(사)에서 오신 분들로 3년째인가 이마트 등 회사들과 계약하여 PAOT를 적용하고 있다. 다른 한 분은 구미 순천향대 산업의가 오셨다. 지역의 작은 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PAOT를 적용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NGO에서는 내가 참석했다. 진행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PAOT 교육 내용>
1. PAOT(Participatory Action Oriented Training) 접근법 이론 강의 (교육자료 별첨)
가. PAOT의 발전 - Dr. Kogi(일본)
나. PAOT방법론 - Dr. Khai(베트남)
다. 활동점검표, 이해력 증진게임 - Mr. Nakao(일본)
라. 저비용 좋은 사례 - 김지미 교수(한국)
마. PAOT워크샵 조직 - Dr. NAGASU(일본)
2. 그룹활동(분임토의 및 퍼포먼스, 지도자 역할훈련) - 교육생 전원
가. 4개조 편성하여 조별토의 및 결과발표 등 그룹활동
나. 베트남 주민을 대상으로 Facilitator(지도자) 역할훈련
3. 현장점검 및 실습 - 교육생 전원
가. Song Hau 집단농장 견학
나. 농가 3개소 및 사업장 6개소 방문하여 좋은 사례 수집
다. 방문사업장 : 칸토시 공공병원, 보건소(community health center), 호텔건설현장, 정미소, 소규모공장 2개소(알루미늄제조, 금형제조)
4. 각국의 문화교류 - 교육생 전원
가. Song Hau 집단농장 주민들과 함께 각 나라의 음식만들기 체험
나. 각 나라별 퍼포먼스 발표 등 친교의 시간
5. 성과에 대한 평가 - 교육생 전원, 각국의 PAOT 적용사례 발표, 전원 수료증(기념패) 받음
※정리 : 한양대 김남정 선생님
PAOT는 아까도 말했듯이 지도자 훈련프로그램으로 그 흐름을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PAOT참가자들은 ‘체크리스트, 저비용으로의 좋은 개선 사례, WIPE(work improvement for protection of environment) 워크샵을 조직’하는 원칙과 방법을 배운다. 원칙과 방법에 따라 미리 지역 혹은 워크샵 할 노동자들의 현장(공장, 사업장)을 방문․순회하여 ‘물질 보관과 운반(취급), 작업장과 도구, 기계 안전, 인체공학적인 환경, 환경보호, 복지’영역에서 개선된 좋은 사례를 사진을 찍어 수집한다.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WIPE 워크샵에서 발표할 슬라이드에 수집한 사진 중에서 가장 좋은 개선사례를 넣어 슬라이드를 완성한다. 완성된 슬라이드와 내용을 담은 시나리오를 준비하여 WIPE 워크샵 리허설을 한다. WIPE 워크샵에서는 좋은 사례를 수집하러간 현장 노동자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2일 동안 진행한다.
WIPE 워크샵에 참가한 사람들은 현장(혹은 공장, 사업장)에서 점검할 체크리스트 사용방법을 배운다. 그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현장을 방문하여 돌아보며,‘물질 보관과 운반(취급), 작업장과 도구, 기계 안전, 인체공학적인 환경, 환경보호, 복지’영역에서 시급히 개선을 제안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체크하여 돌아와 소그룹으로 나눈다. 위에서 체크한 영역별로 순차적으로 원칙과 방법을 배우고, ‘좋은 사례’를 소개받는다. 한 영역의 방법과 사례를 배울 때마다, 각 그룹은 모여서 자기가 체크한 것을 가지고 그 현장에서 좋은 점 3가지와, 개선할 점 3가지를 결정하기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토의하고 그룹별로 토의하여 결정한 내용을 발표한다. 이렇게 각 영역이 다 끝나면, 자기 현장, 작업장에서 어떻게 개선을 제안하고 실행할 것인지를 시기별로 단계를 정한다.
WIPE 워크샵의 모든 진행은 PAOT 참가자들이 한다. 이후 이런 방법으로 시기별로 제안된 개선이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 점검한다. 이때 PAOT 참가자들은 기억해야할 중요한 것이 있다.
첫째, WIPE 워크샵 참가자들에게 확신을 주어야 한다. 자신들의 공장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용기와 사람들의 약점보다는 장점으로 시작하라는 점이다.
두 번째,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실제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지역(현장) 사람들에게서 가져와야한다.
세 번째, 좋은 사례는 그 지역의 자료들과 방법들을 사용해야한다. 그것은 실행하기 쉬워서 활용할 수 있고, 비용을 줄이고, 즉시 혜택이 되어 실용적이기 때문에 널리 전파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이야기하면 이러한 사례들이어야 실행하기 쉬워서 활용할 수 있고, 비용을 줄이고, 즉시 혜택이 되어 실용적으로 널리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간단하고 저비용으로 쉬운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자발적인 실천과 개선, 혜택(이익)이 연결된 것을 보여준다면, 스스로 도와 접근하는 동안 향상(진보, 증진)할 것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들은 WIPE 워크샵 참가자들이 간단하고, 쉽게 적용하고, 저비용으로 개선할 수 있어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것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이 자기 일과 사업장에 긍지를 가지며, 자발적으로 참여를 도울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PAOT 훈련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결코 강요가 없었다. 자발적인 참여를 돕고, 가능한 쉬운 단어를 사용했다. PAOT 훈련 이름을 메콩델타 2006으로 하듯이. 그리고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미소는 화나고 힘들어도 용기를 준다. 어쨌든 직접 참여해보면 “아~그렇구나!”하고 알 텐데, 설명이 이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젠 마무리를 해야겠다. PAOT 훈련에 참가하고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긍정적인 자세’였다.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노동안전과 관련하여 분명한 시각을 놓치지 않고, 그렇게 자발적으로 열심히 그룹 토론하여 작업장을 바꾸기 위해 실천할 수 있겠다 생각되었다. 마지막 날 베트남 사업장에서의 적용사례를 보았는데, 시기별로 단계별로 설정한 제안들이 성취되는 모습에 많이 놀랐다. WIPE 워크샵을 준비하여 진행하는 PAOT 훈련은, 긍정적인 자세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그 집단의 역동성을 직접 보고 오는 기회가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어떻게 적용할지가 걱정이었다. 왜냐면 PAOT 훈련이 소규모 사업장에 적용하면 좋은 방법이라고 했는데, 베트남에서의 소규모 사업장은 우리나라의 영세한 사업장과는 너무나 그 규모에서 달랐다. 베트남은 어쨌든 사회주의 국가여서 이러한 문제들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노동조합을 사업주나 노동자나 불신하고(2005년 성수동 영세사업장 실태조사), 이러한 활동들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가져오고, 사업주로서는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도 그동안의 잘못된 점을 고발했던 기억들 때문에 많이들 꺼리는 상황이다.
함께 참가했던 구미 순천향대학 산업의선생님이 구미지역의 WIPE 적용사례를 이야기해주었는데, 사업주를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큰 고민이었고 한다. 9월에 영세사업장노동복지연대에서도 WIPE와 비슷한 ‘참여형 노동안전 활동’을 하였다. 우리가 워크샵을 진행했던 곳은 70여명이 되는 규모였고, 지역 노동조합에서 분회를 건설하여 어느 정도 사업주와 협상이 가능한 곳이었다. 현장 노동자들과 중간간부들은 이 활동을 통해 자신의 몸과 작업장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장에서 이런 것들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생겼다.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는 정말 노동안전에서 열악한 ‘5인 이하, 10인 이하의 영세사업장에서 활동을 어떻게 확대하여 개선할 것인가?’ 이다. 당장에 되진 않겠지만, 방법들이 확산된다면 영세사업장에서의 활동방법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