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백석근2006년 일과건강 9월호
1. 건설 현장 비정규직 노조 운동
2006년 7월을 뜨겁게 달궜던 포항지역건설노동조합의 포스코 본사 농성은 우리사회의 총체적 모순을 담고 있다.
건설노조운동은 1987년 노동자들의 자각적 대 투쟁 이후 건설현장의 일용노동자들도 노조를 건설하고 노동기본권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1988년 서울지역 건설노조를 필두로 1990년까지 11개 지역에 노조가 결성되고 나름대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건설공사는 한 지역에서 계속되는 것이 아니기에 건설노동자들은 전국을 떠돌며 일자리를 찾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전국적 조직화 사업이 검토되었다. 또한 건설산업은 수주 산업으로 사용자들은 이익 최대화를 위해 채용과 해고가 자유스러운 일용노동자들을 고용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공사기간에 따라 고용되는 임시 계약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고용전략(‘선택적 고용전략’이라 함)은 고용 불안정으로 직업에 대한 전망 부재를 낳게 되고 이러한 상황은 생산성 저하를 가져오면서 이윤의 안정적 보장을 위협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불법 도급을 먹이 사슬로 하여 소단위 작업팀을 운영하여 현장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 소단위 작업팀은 또 다른 작업팀에 일을 재 도급 주는 경우도 있는데 원청사 부터 따지면 심지어 7단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단계 하도급은 사용자들에게 안정적 이윤을 보장하나, 현장에 투입되는 실질 공사비 하락으로 건설노동자들의 삶은 형편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면서 현장은 법의 사각지대가 되어버렸고 노동자들은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게 되었다. 체불노임, 산업재해, 중간착취, 장시간 중노동 등이 자행되는 현장은 말 그대로 ‘노가다’판이다. 결국 건설산업에서 만악의 근원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이다. 노동조합이 지역적으로 건설되고 그 요구는 이러한 모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것에서 출발 하였다.
1988년 이후 건설노조 운동은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한 협약이 중심이었고, 기본시간에 따른 임금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했으며, 근로자에게 재 도급을 줄 수 없게 함으로써 적정한 공사비가 확보되어 쓸데없는 경쟁을 없앰으로써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러나 전국적 조직화 사업이 전개되지 못함으로써 크게 활성화 되지는 못하였다. 1992년 이후에는 유일하게 포항지역건설노조만이 임단협을 갖는 노조로 남게 되었다. 나머지 지역 노조는 활동이 중단되거나 조합원 복지 사업을 주로 하는 노조가 되었다. 현재 전국 25개 단위노조 25,000 조합원이 된 것은 1998년 이후 건설노동자 조직화 사업의 돌파구가 열리면서 부터였다.
2. 포항지역건설노조 2006년 총파업 투쟁의 의미
포항지역건설노조는 1989년 4월에 창립되어 포스코에서 공사를 하는 전문건설업체들과 임단협을 체결하였다. 지난 18년 동안 여러 과정을 통해 현재의 단체협약안과 임금체계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임단협이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창립 후 외환위기가 있었던 기간을 제외하고 매년 길고 짧은 파업을 해왔다. 노사 모두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발주처인 포스코나 원청사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건설산업 특성상 전문업체들은 발주처나 원청에 자기가 책임진 공사 금액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음 공사 수주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스스로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노사 교섭 과정에서 대립으로 나타나고 노조는 나름대로 포스코를 상대로 압력행사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하게 되고 전문업체는 노조를 이용하여 감당해야할 비용을 최소화 하려는 과정에서 쟁의행위를 부추기는 상황도 있었다. 결국 현재 포항지역건설노조 임단협은 포스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에 전문 하청 업체들의 경쟁과 발주처와 원청의 최저 낙찰제는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늘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문제의 해결대안은 건설공사를 두고 공사주인 발주처, 시공 총괄책임자인 원청사 그리고 시공업체인 전문업체가 공동으로 풀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발주처인 포스코나 원청사인 포스코 건설 등은 고용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리고 사문화된 법적 내용을 근거로 책임 회피를 해왔다.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 사태와 같은 극한 대립이 예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문업체의 지불능력 그리고 포스코가 푸는 일정한 비용부담 만을 갖고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태의 쟁점을 보면 법적으로 시행되는 주40시간 근무에 있어서 일당으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의 실질 임금 보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무급일 경우 실질 임금 하락이 월 60만원 까지 발생함)이고 토목건축 직종은 일일 8시간 기본시간 준수와 생활임금 확보이다. 이러한 문제는 공사의 실질적 주인인 포스코가 답변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의 또 하나의 원인은 플랜트 업종에 종사하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의 파업은 현장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장은 발주처에서 관장한다는 이유로 현장 파업 불가 입장을 갖고 있다. 결국 현장 밖 지역에서 근거지를 마련하고 파업투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파업 형태에서 노동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이 불법 대체인력 투입이다. 타 산업과는 다르게 건설공사는 기간이 정해진 일이기 때문에 대체인력이 투입되어 일을 해버린다면 파업 이후 돌아갈 사업장이 없게 된다. 그러기에 건설노조 파업에서 대체인력 투입은 곧바로 생존권과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 사태의 발단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포스코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함으로써 분노한 노조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정리하자면 첫째는 포스코라는 발주(혹은 원청)업체의 실질적 사용자성 회피, 둘째는 일자리를 뺏기 위한 대체인력 투입이라는 상황에 의해 9일간 포스코 본사가 점거된 것이다.
3. 건설자본과 비호 권력의 건설노조 무력화 전략
올해 포항지역건설노조 투쟁은 예년과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결국 포스코 본사점거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포스코라는 대 기업 차원에서 지역 건설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것이다. 4월부터 진행한 교섭 자리에서 사측은 단체협약 개악 안을 내놓았고 임금은 동결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으며 쟁점을 중심으로 교섭을 질질 끌면서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포스코 현장(광양 포스코)인 전남동부경남서부지역건설노조 임금교섭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에 밝혀진 포스코의 대 건설노조 대책 문건을 보면 포스코가 얼마나 건설노조를 경계했었는가 알 수 있다. 7월 1일부터 진행된 파업에 지역사회를 움직이려고 했던 것이나 시청 등 관계기관을 등에 업으려 했던 것(건설노조 파업관련 전 지역에 현수막 걸기를 시청이 주도하였음), 공권력 대응 그리고 왜곡된 언론 내용을 보면 노조 무력화를 위해 총체적 동원 체계를 구축하였음을 알 수 있다. 포스코가 과감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했던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판단해 볼 수 있다. 심지어 포스코의 노조대책자료에 의하면 건설노조 파업 대응을 3단계로 구분하여 대책을 수립하였다. 세 번째 최종 단계에서는 단체협약 해지 까지 검토하며 노조를 불인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파업 투쟁에서 건설노조 대응을 발주처 주도로 1년 이상 준비를 해왔듯이 포항에서도 주도면밀하게 대기업체가 준비했다는 것에서 플랜트건설노조 대응은 한 지역이나 한 업종의 문제를 떠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2006년 포항지역건설노조의 파업 투쟁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총자본과 그 비호세력을 대상으로 하는 극한투쟁이었다. 또한 지난해 울산 투쟁에서 지역 관계기관 기자회견, 경총 중앙까지 나서서 대정부 촉구 성명을 발표했던 것과 맥을 같이해 이번 투쟁과 관련해서는 여권실세의 “노사문제가 아니라 치안문제다”라는 발언, 관계 장관들의 담화문, 청와대의 이례적 강경 대응 방침 발표, 지역 각 기관 및 단체의 대 노조 비방 등을 볼 때 대 기업과 정부가 건설노조 대응에 이해를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보도 태도도 지난해 울산과 포항이 똑같은 양상으로 나타났다. 투쟁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일방적으로 폭력성을 지적하며 폭도로 매도한 것이다. 결국 이번 포항지역 건설노조 파업 투쟁은 단순한 한 지역의 투쟁이 아닌 건설노조 죽이기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대 건설노조 대책이라는 흐름 속에서 나타난 사건이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지난해 울산에서 진통 속에 사회적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상대로 한 부당 행위가 지속되어 올해도 파업을 하게 되었듯이 올해 포항 파업투쟁 이후 포스코의 노조 무력화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 된다.
4. 건설노조 운동의 향후 대응
향후 건설노조 운동은 어쩔 수 없이 건설자본 나아가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대 재벌들과 한판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와 함께 하는 모든 세력과 비타협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예측으로 이미 각 지역건설노조는 2005년 1월부터 전국 단일노조 논의를 해오고 있으며, 플랜트건설업종 4개 지역노조는 2004년에 이어 올해 투쟁 시기집중과 공동요구안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을 결의하였었다. 전국 단일노조 건설과 공동투쟁 전선을 넓게 형성함으로써 사측이 준비하고 있고 일부 시행을 하고 있는 비노조원 고용, 외국인력 투입, 현장 통제 강화, 단체협약 무력화 등을 막아내야 할 것이다.
- 포스코는 2003, 2004년 연속 지역건설노조 대응 방안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였음
- 2006년 언론 발표에 의하면 포스코는 지역건설노조 무력화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였음
- 2005년 10월 여수지역 34개 공장장 협의회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일명 ‘클럽 프로잭트’라는 노조대책 문건발견
- 2005년 울산 파업 투쟁 이후 울산 (주)SK에서 26억 손배 청구(재판 진행 중임)
- 2006년 울산지역에서 하도급 발주 설명회 자료에 노조원 채용불가를 명시하고 있음
- 2003년 이후 토목건축 지역노조를 중심으로 원청단협체결과 전임비 수령을 금품갈취범으로 몰아 계속적으로 탄압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