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남우근


하루 7명 사망, 220명 부상, 35명 질병자 발생. 재해율 0.72%(1천명 중 7명이 산업재해 발생). 지난 해 1년 동안의 산업재해 실적(?)이다. 여전히 산재후진국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산재는 충분한 치료와 보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개인에게는 불행이 아닐 수 없고, 기업 입장에서도 손실이다. 더욱이 치료와 보상을 제대로 못 받는다면 장애발생과 노동능력상실로 개인에게 돌아가는 불행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우리 사회가 산재문제에 보다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노동조합이나 정부도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산업재해에 대한 대중적인 각성의 정도가 낮아 사회적 쟁점화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보호 못 받는 산재취약계층

 

산업재해는 당연히 줄여야 하지만 어디를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정책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어디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며, 누가 산재보험제도의 적용을 제대로 못 받는지 정확한 파악이 없으면 산재예방이나 사후 치료 및 보상도 효과가 반감될 뿐이다. 산재 보험의 사각지대나 산재 발생의 취약지점에 있는 계층이 다수의 집단으로 존재한다면 이는 구조적 문제로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최근에 활발해진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산재피해자는 임금 노동자 중에서도 영세 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 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고용안정성과 노동조건의 큰 격차로 노동 양극화 경향은 산재피해 측면에서도 반복되고 증폭되어 계층 상승이 불가능한 처지로 내몰아 ‘빈곤의 질곡(trap of poverty)’과 양극화의 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노동 양극화 경향을 제어할 정책 대안에 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게 전개되는 시점에서 양극화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요인인, 산재 취약계층에 대한 대안 마련이 절실한 과제로 제기되는 실정이다.

 

산재취약계층이란 한마디로 산재위험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계층이다. 산재 발생 위험에 많이 노출되고 산재 예방이나 산재 발생 후 보호조처 등 제도적 보호로부터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계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조금 더 구분해보면, 산재보험 가입대상이 아니거나 미가입 된 제도적 사각지대 계층, 산재가 빈발하는 계층, 산재보험에는 가입되어 있으나 산업안전보건 관리가 취약한 계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산재취약계층의 대상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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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3배인 비정규직 사망재해자

 

산재취약계층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고 있다. 2008년 3월 통계청 조사자료(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의하면 임금노동자 1천6백만 명 중 850만 명(53.5%)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중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60만 명이고, 사용자 책임이 불분명한 파견․용역 노동자가 80만 명이며, 비공식부문을 포함한 파트․호출․재택 노동자가 190만명이다. 영세사업장이라고 할 수 있는 30인 미만 규모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94만 명(58.7%)이다.

 

같은 통계청 자료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회사 규모별 사회보험 가입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규직이 80% 이상인 반면, 비정규직은 35% 이하이다. 회사규모별로도 30인 이상 사업장은 대체로 80% 이상인 반면에 30인 미만 사업장은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산재보험은 강제보험이기 때문에 가입이 안 되었더라도 산재노동자 입장에서는 보상을 받을 수는 있으나 정상적인 보험 적용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가입사업장의 사업주는 산재처리를 기피할 것이고, 공상처리 등 임의처리방식으로 가기가 쉬운 것이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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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규모별 사회보험 가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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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 가입률이 낮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 재해율은 어떨까? 비정규직 관련해서 정확한 재해율을 파악한 자료는 없다. 정부의 산재통계가 정규․비정규로 구분해서 조사되지 않았던 이유도 있고, 산재는 상당부분 은폐되기 때문이다. 다만, 노동부가 산재은폐를 방지하고 비정규직의 산재를 추산하는 목적으로 작년에 실시한 시험표본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의 사망재해자 비율이 정규직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산재사망사건은 은폐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그리고 사망사건이 많다는 것은 사고, 질병에 노출될 확률도 높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의 산재재해율이 정규직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해자 고용형태별 치료재해․휴업재해․사망재해자 수(표본조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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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불신해소로 가입회피 줄여야

앞서 산재취약계층을 정의할 때 제도적 사각지대, 산재빈발 산업, 산업안전보건 관리 취약 층으로 구분했다. 보호방안도 이에 맞춰서 마련되어야 한다.


제도적 사각지대인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다른 노동자와 동일하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시급한 제도적 개선과제이다. 또한 사용자 책임성 문제로 사용자가 가입을 회피하는 간접고용에 대한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업장과 소속이 다르고, 합법적이던 불법적이던 사용업체 노동자와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지시를 받는데 산업안전과 산재보상을 분리하여 책임지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파견의 경우). 따라서 현재 사업장별 징수방식으로 되어 있는 제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장과 동일한 위험권에 편입된 간접고용노동자에 대해서는 부가적으로 사용사업주가 보험가입자로서의 책임을 부담케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영세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등이 자발적 미가입으로 배제되는 경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4대 보험 가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통합징수 체계에서 예외적인 조처로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영역에서 사업자들에 의해 배제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환경 측정과 연계한 관리감독 강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사용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나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실정을 감안할 때 체계적인 교육, 홍보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산재보험 이해도를 높이고 제도적 불신으로 인한 의도적 가입 회피를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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