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여성연맹, 일과건강 2008년 10월호


서울지하철의 5, 6, 7, 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는 역사 및 전동차 청소를 위해 총 9개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7개 용역업체는 역사를 청소하는데, 이 회사들에 고용된 노동자는 약 1300명에 이른다. 전동차를 맡은 2개 용역업체에는 약 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민주노총 여성연맹의 조합원이다.

 

# 역장 출신 퇴직자 위해 청소 인원 감축

 

지난 2006년 4월 도시철도공사에서는 미화노동자 155명을 감원하지 않으면 4시간 파트타임제를 도입하라고 요구하였다. 4시간 파트타임제를 하면 노동자들이 받아가는 돈은 월 66만원에 불과하여 도저히 살 수 없는 금액이었다. 미화노동자들은 냄비를 들고 나와 파업을 하였고, 공사는 안을 철회하였다. 노동자들은 계약조건이 원래대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공사는 신규계약부터 1인당 계약금액을 5~6만원씩 삭감하였다. 기존에는 순회반이 있었는데, 이것을 폐지하고 야간반과 통합시켜서 전문 청소반으로 편성하였다. 노동자들은 야간에 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미화노동자 관리를 강화한다며 역장 출신 퇴직자를 중심으로 관리장 70명을 증원하였다. 이 숫자만큼 청소 인원은 감소하였다. 미화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기만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청소방법도 바뀌었다. 종전에는 물청소를 중심으로 하였는데, 광택을 내는 청소로 바뀌면서 노동강도가 세배 이상 강화되었다. 도시철도가 만들어진지 7~8년이 지나 오래된 화강암 대리석을 갈아서 광택을 내라니 나이 먹은 여성노동자들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역별로 청소 경쟁도 시켰다. 노란색 안전선 밑의 때를 벗기라고 하여서 하루 종일 엎드려서 역사바닥의 때를 수세미로 벗기는 일도 벌어졌다. 당연히 노동조합은 청소용역 업체와 교섭을 하여서 청소방법과 청소인원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용역업체는 공사의 눈치만 보고 공사로부터 답을 받아오라고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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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 때문에 경쟁적으로 위험약품 사용

 

노동조합에서는 2006년 8월, 도시철도공사에 면담요청을 하였다. 당시 선로의 노반청소를 강화하면서 노반을 흰 색이 나도록 청소하려다 보니 염산이나 염산이 함유된 약품을 사용하였고, 노동자들의 눈이나 몸에 튀면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다. 염산 때문에 노반이 부실될 우려도 있었다. 공사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인정하였고, 염산이 들어간 약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금지 공문을 발송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소용은 없었다. 역별로 청소 평가를 수행하는데, 그 결과가 역무실의 직원들 성과급에 반영되는 구조였다. 청소 검열을 할 때 얼룩이 다 지워지지 않은 역에 대해서는 재검을 하였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위험한 약품을 경쟁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노반을 청소할 때 배수로가 제대로 안되어 있어 개선을 요구한 사항도 있었으나 검토해보겠다고만 하지 시정은 하지 않았다.

 

당연히 산재사고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산재사고가 나면 당연히 산재처리를 해야 하는데도, 관리장이 관련되어 현장에서는 함부로 산재신청도 할 수 없었다. 산재사고가 동일한 역에서 2건 이상 발생하면 관리장이 사직을 종용받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니 1~3주 정도 요양을 요하는 경미한 사고는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하여 처리했고, 당사자가 수행하지 못하는 업무는 동료들이 임금을 나누어 받으면서 대체해주었다. 그게 아니면 산재환자가 임시직을 구하여 임금을 주면서 일을 대신 시켜야 했다.
7호선 대림역에서는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산재사고가 3건 발생하였다. 사다리를 놓고 높은 벽을 닦다가 척추를 심하게 다친 노동자도 있다. 한 노동자는 손목을 다쳤는데도 산재처리를 못하였다. 용역업체 계약이 2월에 만료되는데, 하필 2월에 산재가 난 것이다. 3월 1일부터 들어오는 신규 용역업체에서는 예전 회사에서 난 사고라서 책임질 수 없다며, 산재처리를 하면 복직이 안 된다고 얘기했다. 결국 노동자는 다친 아픔을 참고 일을 해야만 했다. 

 

# 업무로 발생한 사고 책임도 미화원이 져

 

그 뿐이 아니다. 청소 업무를 하는 곳을 지나가던 승객이 사고를 당하게 되면 그 책임이 미화원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도시철도공사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손해배상보험에 들어있지만, 청소업무와 관련된 사고는 책임을 미화원에게 전가한다. 한 예로, 대림역에서 미화원이 청소 장비를 옮기던 중 70대 노인이 장비 전선줄에 걸려 넘어져 골절상을 당한 일이 있다. 환자는 3개월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800만원에 합의하였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100여만 원만 지급했고, 나머지는 미화원에게 부담을 시켰다. 5호선 상일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미화원들이 파지 묶음을 에스컬레이터에 실어 올리다가 파지 묶음이 70대 노인에게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총 600만원이 들었는데, 미화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려 하기에 노동조합이 나섰고, 200만원만 미화원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하기도 하였다.

 

결국, 지난 2008년 2월 21일 노동부에서는 서울메트로 1개 업체와 도시철도 13개 업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점검을 수행하였다. 14개 업체 모두가 안전교육 및 특수검진 등 기본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노동부에서는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범칙금이 부과된다는 공문을 용역업체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용역업체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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